교육·행사

관현맹인전통예술단 제6회 정기연주회를 보고나서

두둥둥 둥 둥 둥 ....
소리의 빛, 빛의 소리
아직도 울림이 가슴 가득하다.

아마 한 곡을 완주하기까지
손가락의 물집은 수없이 터뜨렸을 것이고
부르튼 입술은 몇 번의 딱지를 걷어 냈을 테고
목청을 틔우기 까지 피를 쏟는 떨림이 있었을 터이다
오로지 마음으로 보고 들으며 연습했을
그 광경을 그리니 가슴이 먹먹해 진다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과연 잘 할까 싶어
기대의 반은 접어 두고 의자에 등을 기댄 채 깊숙이 앉았다

프롤로그 -관현맹인전통예술단이 창단 된지 7년 차
뉴욕 카네기 홀에서의 박수갈채가 장애인의 공연이 아닌 국악인으로의 감동이 컸다는 단장의 인삿말에서 기대하는 마음이 솔깃해 졌다.

힘찬 박수 속에 도우미의 손을 잡고 악단이 무대에 들어선다.
긴장했음일까?
만 가지 파도를 잠재운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萬波停息之曲
조금 멈칫하는 음색이 안타까워 더욱 크게 박수를 쳤다.
이어 무대 한 가운데 선녀인 듯 고운 자태의 흰색 한복 입은 소리꾼이 보인다.
판소리 심청가 中 ’심봉사 눈 뜨는 대목‘
절절이 토해내는 저 울음, 고수의 추임새에 응답하는 저 몸짓
아버지를 찾기 위한 몸부림이 처절하다.
감동이 서서히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끓기 시작한다.
등을 반쯤 곧추 세우게 하는 끌림이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현의 소리와
휘모리 시조 ’창내고자(가슴에 창이 있다면 그리움 때문에 답답한 가슴을 열어 볼텐데)
고음이 엮음 지름시조의 맛을 한껏 돋구었다.
애 끓는 대금 산조 가락과 대금 주자의 고혹적인 자태에
어느새 나는 자연이 되고 새가 되어 변화무쌍한 가락의 흐름에 몸을 던지고 있었다.

몽환적인 음색의 생황이 피아노와 어우러져 더욱 풍성한 화성효과를 내고 있다.
의자에 기대었던 등은 거의 앞으로 쏠린 채 생황 협주곡 풍향에 빠져 들었다.
한 사내가 울고 있다.
지나온 세월 속에서, 인고를 견뎌온 비애가 절절하게 뿜어져 나오는 듯 붕붕 소리가 애탄다.
지그시 눈 감은 저 사내를 따라 나도 한바탕 속 시원히 울고 싶어지는 건 왜 일까?
아! 내가 잠시 꿈속을 거닐었나보다.
사물놀이 판놀음이 한바탕 펼쳐 졌다.
온 몸으로 흥을 표현하는 단원들의 몸짓과 관객의 박수가 거의 신기에 가깝다.
내 안의 한국인 끼는 어느새 엉덩이를 풀썩이며 가락의 흐름을 타고 있다
얼쑤~ 조오타~ 휘익~ (주변의 휘파람 내지름이 오늘따라 더욱 흥을 부추긴다)

땀과 열정이 그대로 녹아있는 공연이 나의 오만을 한 번에 뒤집었다.
“불가능이란 없다”
“감동이다.”
감동을 말과 글로 다 표현 못함이 애석하다.
조용히 기립 박수를 건넬 뿐.

관현맹인전통예술단 오늘도 내일도 파이팅!

(소통과 협업이 있는 간담회를 국악원에서 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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