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행사

국립국악원 2018 목요풍류 - 씻김굿

국립국악원 2018 목요풍류 - 씻김굿

씻김굿은 서남 해안지역에서 망자의 저승길이 수월하도록 망자 생전의 좋지 않았던 온갖 것들을 깨끗이 씻어주는 넋 굿이다. 지금은 형태자체가 거의 사라지고 일부 남아 있는 지역에서도 원형이 많이 훼손되었다.

국립국악원 2018 목요풍류 - 씻김굿은 원형이 가장 많이 남아 있다는 ‘진도 씻김굿’을 무당이 아닌, 국립남도국악원 성악단과 무용단이 무대 공연으로 각색하고 재구성하여 약 1시간 30분간 보여주었다.

굿을 이끄는 주무(主巫)단골과 조무(助巫) 몇 사람만의 굿 청(廳)이 아닌, 지전(紙錢)춤을 추는 무희(舞姬)가 함께 한 무대는 시작부터 출연자들의 하얀 무복(巫服)이 주는 단아함과 청조함에 빨려든 관객들의 마음속에 예술의 아름다움을 꽃피우게 했다.

주무단골과 조무 역의 성악단원들의 연기는 신이 강림하여 접신된 무당이 망자의 씻김과 이 공연에 참여한 모든 관객들의 복을 빌어주어, 행복한 포만감으로 가득 채워주는 부족함 없는 놀라운 무대이었다.

굿의 반주를 맡은 악단의 아름다운 화음(和音)은 징 잡이의 구음과 신을 부르고 신과 함께 노니는 듯한 무가(巫歌)와 어우러져 관객을 몽환(夢幻)으로 이끌며 국악의 신비로운 매력에 흠뻑 젖어들게 하였다.

하룻밤을 꼬박 세우는 긴 씻김굿을 무대에 올려 관객들에게 굿의 의미와 형태를 보여주며 우리 고유 종교의 뜻과 맥을 이해시키고 전통예술의 아름다움과 훌륭함을 직접 체험하며 느낄 수 있는 공연으로 탄생시킨 국립남도국악원에 따뜻한 고마움을 전한다.

‘진도 씻김굿’은 사물 타악기 반주의 민속 굿들과 달리 굿이 펼쳐지는 내내 아쟁, 거문고, 가야금, 대금이 포함된 뛰어난 음악 반주와 다양한 장단 속에 남요 민요를 듣는 것 같은 뛰어난 가창으로 이루어져있어 씻김굿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한편의 뮤지컬을 관람하는 것 같은 극적인 아름다움과 매력에 푹 빠지게 한다.

이런 이유로 ‘진도 씻김굿’은 ‘굿’이 가지는 의미와 진도인 들의 생활 속 해학(諧謔)과 잔치가 담겨있어, 망자와 그 가족만을 위한 씻김굿이 아니라 굿마당 모든 사람들의 복을 빌어주고 무당과 함께 즐기며 노는 축제마당이다

본래 진도 씻김굿은 가장먼저 무녀 혼자 징을 치며 무가(巫歌)를 하는 부엌 신 모시기 ‘조앙’ 집안의 최고신 성주 신 모시기 ‘안당’을 시작거리(절차)로 집안에서 하고 마당에 만들어 놓은 굿 청(廳)으로 옮겨 ‘초가망석부터 액 막음’ 까지 아홉 거리가 이어지지만 이날 무대 공연은 ‘조앙과 안당’은 생략되었다.

초가망석 – 부정을 물리고, 집안의 우환을 제거하고, 가족의 재수를 비는 내용의 무가를 부르며 망자와 굿을 위한 신(神)들을 청배(請拜)하여 굿을 하게 된 내력을 알리는 거리.

손 굿 쳐올리기 – 손님 신을 청해 해를 끼치지 말고 좋게 해주고 가시라는 축원을 하는 거리로 진도 단골들은 먼 조상신이나 친구 신을 말하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천연두신을 의미 한다.

제석 굿 – 무녀가 한복 위에 장삼과 목에 염주를 걸치고, 머리에 고깔을 쓰고 가정의 번창과 자손의 수복(壽福) 및 재수를 관장하는 제석신을 청배해 복덕을 축원하는 가정과 자손에 대한 구복적(求福的) 성격이 강조되는 거리.

넋 올리기 – 망자의 넋을 올리는 거리로 망자의 영혼을 굿 청에 모셔서 위로하고 달래기 위한 과정으로 망자를 이승에서 저승으로 보내는 의미를 담고 있다. 먼저 돗자리를 깐 후 그 위에 사람이 입은 모양으로 망자의 옷을 펼쳐두고 돗자리를 둘둘 말아 세 매듭으로 묶어 망자의 육신으로 간주되는 영돈을 만들고 한지를 사람 모양의 형상으로 오려 만든 20cm 정도 크기의 무구(巫具) 넋을 망자의 옷가지 위에 놓고 지전(紙錢)이나 신 칼의 꽃술로 들어 올리면서 무가(巫歌)를 부르며 본격적으로 망자를 위한 굿이 시작 된다.

희설 – 무녀 혼자 망자 상 앞에 앉아 무가를 부르며 망자가 극락에 갈 때까지의 각종 어려운 관문을 무사히 넘기고 가라 축원하는 거리로 무가에는 불교적 저승세계가 자세히 묘사되고, 망자의 60갑자에 따라 통과하는 시왕문이나 불교적 신 이름 등 어려운 문자(文字)가 많아 큰무당이 주로 무가를 부른다.

씻김 – 씻김굿 절차 중 가장 절정에 거리로 영돈을 세워 넋을 담은 밥그릇을 얹고, 그 위에 누룩을 놓고, 마지막으로 솥뚜껑으로 덮어두고 무녀가 영돈의 솥뚜껑을 숟가락으로 두드리거나 물로 씻으면서 망자의 천도를 비는 무가를 부르며 망자의 넋을 불순하고 더러운 것으로부터 깨끗하게 씻어 준다. 씻김에서 사용되는 물은 향물, 쑥물, 맑은 물이다. 이 물을 차례로 빗자루에 적셔 위로부터 아래까지 골고루 씻겨 내린다.

고풀이 – 긴 무명베를 일곱 매듭으로 지어, 굿 청의 명두대나 차일 기둥에 맨 다음 그것을 잡고 풀면서 무가를 부르며 망자가 생전에 맺힌 한(恨)을 풀어주는 거리.

길닦음 – 망자의 넋이 극락으로 가는 길을 닦아주는 거리로 안방에서부터 마당으로 길게 펼쳐 놓은 무명베가 길이 되며 이승과 저승을 이어주는 길 또는 다리를 상징한다. 이 길을 지나 망자가 저승에 들어가게 된다고 여기며, 무명베의 양쪽 끝을 가족들이 붙잡고 서면 무녀는 대로 엮어 지전(紙錢)을 매단 30㎝ 크기의 망자 넋이 담긴 용선(龍船=넋당석)을 베 위로 조금씩 움직이면서 길을 닦는다.

액막음 – 유족들의 안녕과 복을 축원하는 거리로 굿을 관람하는 모든 사람들의 액(厄)을 막아 주는 거리.

지난 3월 15일에 관람하고 짧은 후기라도 남기자 하고 짬이 나지 않아 일주일을 넘겨 실천 했지만, 3월 22일 오늘 목요풍류 ‘명인동감’ 에서 만나게 될 진도씻김굿 이수자들의 씻김굿 음악에 대한 설렘은 벌써부터 국립국악원 풍류 사랑방으로 나를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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