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행사

토요명품공연 3/23 해설이 있는 음악회

원래는 어느곳에서 보나 국악공연이 다 비슷하겟거니 싶어서 가까운 곳으로 가려고 했지만 국립국악원의 현존하는 국악단체중 가장 뿌리가 깊고 전통있고 우수하다는 교수님의 말을 듣고
바로 예약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도착하자마자 바로 실감했습니다. 어렸을 적 예술의전당을 올라가는길에 느꼈던 그 새로운 감정과 뭔가 웅장한 느낌을 나이가 들어 찾아온 예술의전당 옆에서 다시금 느꼈습니다.
생각보다 건물들이 깔끔하게 되어있었고 생각보다 규모가 크고 게다가 공연장도 여러 곳이라 길을 잃는 줄 알았습니다. 저는 집에서 국립국악원 앞까지 한번에 오는 버스가 있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했지만
공연관람을 하는 사람들은 관내 주차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여하튼 우여곡절 끝에 우면당을 찾아내어 예매한 표를 받고 들어갔습니다.
공연장은 약간 시민회관? 예술회관? 그정도의 크기로 생각보다 아담하였지만 2층에도 좌석이 있고 꽤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처음엔 진짜로 국악공연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많을까? 생각했지만
좀 비어있던 좌석들이 속속들이 들어차고 또 이 공연을 보러온 외국인분들이 어느정도 보이길래 이내 아 내가 잘못생각했었구나 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눈대중으로만 봐도 족히 100석은 넘어보이는 그 많던 자리가
그렇게까지 꽉꽉 메워질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습니다.

공연을 자세히 알아보고 오질 않아서 좀 걱정스러웠는데 다행스럽게도 23일 열렸던 이 토요명품공연은 부제가 '해설이 있는 음악회' 로, 중간중간에 부연설명을 도와주시는 MC같은분이 나와서 청중의 이해를 도와
좀더 국악을 쉽게 즐길 수 있게 하는 그런 공연이었습니다. 간단히 설명을 하자면 첫번째로 영산회상, 두번째로 판소리의 춘향가 중 '사랑가', 시조 '나비야' 와 '석인이', 굿풍류시나위,
창작국악인 '바람의 향연', 작법 이렇게 총 6가지의 공연으로 구성되어 있는 음악회였습니다.

처음부터 배운지 얼마 안된 영산회상이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국악의 이해 수업시간에 봤을 때 초반에는 그냥저냥 평범한 속도로 시작했다가 점점 가면 갈수록 음악이 빨라져서
신기하고 재밌다고 생각했던 그 연주인데 아쉽게도 이번 무대에서는 9곡중 마지막 3곡인 염불, 타령, 군악 MC분이 요즘말로 줄여서 염타군이라고 했던 3곡만 연주했습니다.
그 빨라짐을 느낄 수 없었던 것은 아쉽지만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주하는 연주자들을 보며 아주 괜찮은 시작인 거 같다고 생각될 정도로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그런 연주였습니다.
해설자분의 짤막한 설명을 더 하자면 영산회상은 조선 선비들의 풍류방으로부터 점차 발전하기 시작했는데 영산회상의 영산은 곧 이상향을 뜻하는 것이고 회상은 우리말로 모임, 또는 클럽이라고 부를 수 있으므로
조선의 선비들 즉 풍류객들이 이상향을 추구하는 모임을 갖고 풍류를 즐기는 그런 음악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득 드는 생각인데 이 해설을 무대 시작전에 들었으면 좀 더 이 영산회상이라는 무대를 받아들이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습니다.

두번째로는 판소리 무대가 진행되었습니다. 영산회상이 작은 방 혹은 풍류방에서 연주가 되었다면 판소리는 그 앞의 마당 또는 넓은 장에서 연주가 되었던 곡이라고 합니다.
판소리도 수업시간에 영상으로도 보고 책에서도 보고 살아오면서 많이 접해왔지만 정말 신기했던건 청중들도 같이 참여해서 진행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MC분이 판소리 시작 전에 간단한 설명을 해주셨는데 양명희 소리꾼님은 판소리의 고장인 전라도에서 태어나시고 국내에 내노라 하는 상 중에 대통령상도 수상하셨다고 하셨고 고수로 분하셨던 정준호 님 또한 대통령상을
받으셨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명연을 감상할 수 있다고 했기에 기대가 많이 되었는데 처음부터 부채를 가지고 펼쳤다 접었다 발림을 척하고 하시는데 그럴 때 같이 추임새를 넣어달라고 하길래
관객들이 추임새를 넣는다고? 라는 생각도 잠시 이내 관객분들이 모두 좋다~! 라든가 잘한다~! 등의 추임새를 넣어주시더라구요. 저는 저도 같이 넣고 있을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리고 소리꾼 분이 창과 아니리, 또 발림 등을 자유자재로 능숙하게 구사하며 고수 분이 중간중간 같이 추임새를 넣어주고 북으로 장단맞추는 것도 완전히 합을 이루고
마치 두분이서 한 몸처럼 풀어낸 , 춘향가의 내용마저 잊어버릴 정도로 몰입했던 그런 굉장한 무대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지금까지 들었던 것이 민속악이라면 이번엔 정악 부문에 속하는 시조(나비야, 석인이) 무대가 진행되었습니다.
무대가 시작하고 나서야 알았는데 나비야는 여성 가객인 박진희님이 부르시고 석인이는 남성 가객인 김병오 님이 부르시는 그런 구조더라구요. 처음에는 듀엣같은 식으로 하는 줄 알았습니다.
해설자분이 시작 전 설명에 시조는 첫인상이 그 곡을 좌우한다고 첫 부분을 높여서 부르느냐 그냥 평평하게 평탄하게 부르느냐에 따라서 지름시조와 평시조로 나눠 진다고 했습니다.
이 때 좀 재밌는 일이 있었던 게 MC분이 예를 들려고 인터넷에서 맘에 드는 것을 보면 그것을 사고 싶을 때 소위 말하는 지르는 혹은 지르다 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이 지르다라는 것을 할때 뭐가 필요하냐고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런데 뒤쪽에 어떤 분이 돈이라고 하셔서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어 해설자분이 제가 원하는 답은 그것이 아니라고
그 뒤로 설명하시다가도 그 돈이라고 말하신 분을 한번 더 언급하게 될 정도로 적잖이 당황하시는 그런 헤프닝이 있었습니다.
아무튼 돈이 아니라 지르다 라는 것을 행할 때는 용기와 호기가 필요하다 즉 지름시조는 첫부분이 높게, 용기있고 호기롭고 호탕하게 시작되는 반면 평시조는 마치 인사를 건네듯 평온하게 시작된다고 합니다.
실제로 들어보니 아 남자분이 지름시조를 부르고 여자분이 평시조를 부르는구나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남자 가객분이 먼저 석인이를 부르시니까 뭔가 이 대비되는 느낌이 좀 더 크게 와닿아서 좋았던 거 같습니다.
그리고 양 옆으로 장구와 피리와 대금 등의 악기들이 먼저 반주를 치고 그 반주에 맞춰 가객들이 노래를 하는 것을 보고 아! 이게 판소리와의 차이구나 싶었습니다.
바로 전에 감상했던 판소리는 그 소리꾼분이 막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노래하는거에 맞춰서 고수가 합을 맞춰주는 느낌이었다면
물론, 고수분이 맞춰주는 것이 아니라 거의 같이 맞추면서 진행했다는 느낌이 강하긴 하지만 어쨌든
이것은 반대로 진행되는 스타일이구나 하는 것을 또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무대의 진행순서가 이렇게 되어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음으로 굿풍류시나위. 이 무대가 본 무대 중 2등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미 국악의이해 수업시간에 곡성영화를 보면서 굿에 음악이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좀 더 몰입해서 볼 수 있었던 듯 합니다.
무대 시작 전 해설자분의 친절한 설명으로 경기도를 중심으로 전승되는 굿에 사용되는 풍류 음악들을 시나위 즉 자유로운 형식으로 엮은 음악이라는 설명을 듣고 나니까 더욱 이해가 잘 되고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무대가 뚜렷하게 보였던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일렬로 연주자분들이 각각 가야금, 해금, 대금, 징, 장구 등의 악기를 들고 연주하는데 와 정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해설자분의 설명으로 장단의 흐름만 정해놓고 각자 독립적인 가락을 연주한다고 했는데어쩌면 그렇게 합이 잘 맞아서 연주를 하시는지. 뭐 짜임새가 그래도 있을 테지만 너무 놀라웠습니다. 또 가끔 연주하다가 타악기 같은 악기 연주자분들 빼고 한분씩 독주를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해금 연주자분이 조여경 연주자분이셨나 와.. 진짜 너무 잘하시더라구요 관객석에서 잘한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완벽한 독주였습니다.

그래서 이거 봤으면 오늘은 더이상 안봐도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이 생각을 깨부순 무대가 바로 이 다음 무대인 창작국악인 창작악단 개성원 작곡가님의 바람의 향연이라는 무대였습니다.
이 무대가 단연 1등입니다. 진짜 말이 필요없을 정도로 국악을 본 것이 아니라 무슨 오케스트라 합주단을 본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국악의 틀을 깨부수는 완전 다른 장르의 그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번에도 역시 해설자분이 잘 설명해주셨는데 앞선 국악들과는 다르게 곡을 쓴 작가가 자신의 사상과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좀더 예술적인 기교를 녹아낸 음악이니 염두에 두고 들으면 창작국악의 매력을
좀 더 잘 느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무대 구성은 국악기 중 관악기인 피리, 대금, 소금 과 타악기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관악기의 비율이 더 높았습니다.
드럼도 있는 걸 보고 확실히 창작국악은 창작국악이구나 했습니다. 보통 관악기들로 구성을하면 좀 웅장하고 소리가 큰데 진짜 앞선 무대들의 곡들보다 확실히 국악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어떤 트렌디하고 서양적인? 느낌이 꽤 많이 났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생각도 무대가 끝난 다음 들었을 정도로 무대를 볼 때는 넋을 놓고 봤습니다.
소리가 크다보니까 확실히 몰입도가 높아지는 것도 있었지만 그 뿐만 아니라 딱 봐도 열댓명 이상이서 관악기와 타악기들로 막 열정적으로 연주를 하니까 자연스럽게 빠져드는 그런 무대였습니다.
관악기를 움직이는 것은 숨,즉 바람 이니까 그 바람들이 모두 모여 악기들이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그런 멋진 무대였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작법이라는 무용이었습니다. 작법은 불교에서 영산재라는 죽은자를 49일만에 천도, 극락왕생 고인이 된 당신에게 안녕을 기원합니다 라는 의식에서 추어지던 춤이라고 합니다.
각 무용수들이 사용하는 도구 무구라고도 하는데 이 도구와 의상이 춤의 명칭이 된다고 합니다. 이 춤은 대표적으로 4가지가 있는데, 법고춤은 큰 북인 법고를 치면서 해탈을 염원하는 춤이고
바라춤은 금속 타악기인 바라를 들고 부처를 찬양하는 내용의 춤입니다. 또 나비춤은 승려의상에 고깔을 쓰고 나비가 사방으로 날아 연꽂에 앉아 하늘로 올라가는 나빌레라 라는 단어가
떠오를 만한 그런 춤이고 타주춤은 손에 타주채를 들고 무대 시작전에 옮겨놓은 팔정도 라고 팔각기둥에 불교 교리에서 강조하고 싶은 덕목을 한자로 8방향에 적어놓은 기둥이 있는데 이것을
치거나 주위를 돌면서 찬양하는 식의 그런 것을 표현하는 춤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무대를 보면서도 굉장히 난해하여 앞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면 보는데 더 힘이 들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해설자님이 인생에 대해서 제시를 하고 우리가 가져야할 자세와 마음가짐을 돌아보게 하는 그런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무용 작법이라고 하셨지만 저는 좀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무대를 보며 춤선도 가지런하고 아름답다는 느낌을 받고 또 뭔가 신성스럽다는 느낌도 받았는데 저는 살짝 뭐랄까 마음에 와닿지는 못했다고 해야하나 그랬습니다.

이러한 공연들을 보면서 국악이라는 것도 원래 서양 문물이 무분별하게 유입되지 않고 국악이라고 따로 분류가 되는 게 아니라 그냥 음악이라고 굳어졌다면
내가 봤던 무대들이 이것보다 더 근사하고 더 멋지게 발전해서 내가 그걸 즐기고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국악을 좀 멀게만 느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서울 지하철을 그렇게 많이 타봤으면서도 그게 창작국악인지 전혀 생각못했다는것도 좀 반성해야겠습니다. 게다가 내가 외국에 나가면 외국 문화를 접해보는 것처럼
외국인들도 한국에 오면 국악이라는 우리나라의 문화를 접하는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국악이 앞으로 더 발전해나가야할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무튼 국악을 경험하러 온 계기가
처음에는 억지였지만 이렇게 수준높은 퀄리티의 음악을 접했으니 다음에는 억지가 아닌 자발적으로 와서 감상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님을 모시고 한번 보러 오는 것도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댓글등록 현재 0자 (최대 1,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