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행사

5월 다담 공연을 보고 : 서민, 박지하


1. 이야기
1) 서민 교수
2) 외모와 결핍, 기생충, 독서
3) 서민 교수의 이야기

2. 공연
1) 박지하
2) 공연곡
* communion
* 멀어진 간격의 그리움
* 달에게서 전해 들은 소리
* 사랑
3) 박지하의 음악


.

1. 이야기 - 서민 교수

서민 교수는 기생충 박사다. 처음 그 분을 알게 된 것은 전지적 참견시점 이라는 TV프로그램에서이다. 나는 평소에 꿈틀거리고 미끈거리는 것에 대해 아주 큰 거부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생충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응당 관심이 없었다. 처음 그 방송에서 서민 교수가 말하는 것을 보았을 때는 그가 왜 하필이면 기생충에 대하여 학문을 연구하고 있는지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다. 그런 와중에 이번 기회를 통해 그의 이야기를 듣고 기생충이라는 것에 대해 다른 시각과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1. 이야기 - 외모와 결핍, 기생충, 독서

이야기는 크게 세 가지의 주제로 진행되었다. 외모와 결핍, 기생충 그리고 독서에 관해서이다. 서민 교수는 등장부터 마치 죄를 지은 사람처럼 무대로 오며 깊은 인상을 남겼는데 이야기를 하는 데 있어서도 아주 유머러스했다. 서민 교수는 기생충은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생명체라 말했다. 자신이 인간으로 치면 기생충 급이라며, 기생충과 자신을 비교하며 이야기를 진행하였는데 다담의 진행자인 황수경 아나운서와 호흡이 잘 맞아서 흐름이 자연스럽고 재밌었다. 결핍이 성장의 원동력이 되는 데에 자신의 외모는 겉으로 가장 두드러진 결핍이었으니 다행이라 말하는 것을 보고 그는 아주 긍정적이고 학문에서도 그렇지만 그 자신도 대단한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또 기생충에 대한 사진과 설명을 보여주었었는데 관람객 대부분이 식전이었음에 사과하면서 기생충을 착하고 배려심 있는 생물로 지칭하며 어떻게 보면 모순적인 단어들을 사용하며 기생충에 대해 재치 있게 설명해주는 것을 들으며 평소에 내가 가지고 있던 기생충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이 깨지게 되었다. 또 내가 들을 것이라 예상치 못했던 독서에 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는데,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의 생각이 있어야 한다는 말과 글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

1. 이야기 - 서민 교수의 이야기

서민 교수는 우리가 연가시의 정신을 배워야 한다고 하였다. 연가시는 물에서 번식을 할 수 있는데 그러기 위해 자신의 숙주인 곤충을 물로 보내야 한다는 각오로 곤충이 목이 마르게 한다고 한다. 기생충도 아주 착하고 배려심이 있는 생물이라 남의 집에 세 들어 살면 눈치가 보이는 것처럼 기생충이 몸 안에 있으면 오히려 알레르기에 관한 면역이 생긴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서민교수가 했던 당부의 한 마디와 삼행시가 토크 중 가장 생각이 남던 부분이었고 아주 좋은 마무리였다.

‘기생충 나빠’ 하면 ‘너가 더 나빠’ 라고 해주세요!

기 생충 미워하지 마라
생 긴거 가지고
충 분히 욕먹었다!



2. 공연 - 박지하

박지하는 피리, 생황, 양금 연주자이자 작곡가이다. 그리고 본인이 연주하는 국악기와 더불어 색소폰, 더블베이스, 비브라폰 등의 악기와 함께 새로움과 보편성을 갖춘 아름다운 공연을 만든다. 이 다담 공연을 가서 그녀를 보기 전까지 사실 나는 그녀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또 창작국악이라는 것에 대해 생소함과 의구심이 있었다. 내가 많이 들어보지 않아 잘 알지 못해서 가지고 있던 무지함 때문인데 이번에 그녀의 공연을 듣고 나서 그 매력에 깊게 빠지게 되었다.

2. 공연 - 공연곡 * communion

첫 번째로 연주되었던 곡이다. 그녀의 솔로앨범 타이틀곡이라고 하는데 교감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연주되는 악기는 피리, 베이스, 비브라폰 등이다. 처음 들었을 때 마치 국악의 산조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는 비브라폰의 청아한 소리로 시작하고 그 위로 박지하의 피리연주가 덧대어 지는데 곡이 진행될수록 같은 음이 빠르기가 더 빨라진다. 악기가 몇 개 구성되지 않았지만 소리가 다채롭다. 낮은 음들의 악기 위로 피리 소리가 아주 애절하고 처절하다고 느꼈다. 무대 뒤로 파도가 물결치는 영상이 나왔는데, 그러한 물결이 흐르는 모습과 반복되는 피리 연주가 하나같았고 그 흐름이 내 마음 속으로 향하는 것처럼 듣는 순간들이 지나면서 노래의 제목과 같이 그 음악과 교감을 하는 느낌을 받았다. 노래 자체는 우울하고 기이한 느낌이지만 오히려 힘들고 지칠 때에 들으면 위로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2. 공연 - 공연곡 * 멀어진 간격의 그리움

두 번째로 연주되었던 이 곡은 일 년 사이 100일 정도를 연주여행을 떠나는 박지하가 벨기에 수도원에서 즉흥적으로 연주했던 곡이라고 한다. 생황과 비브라폰 듀엣 연주곡이다. 생황이 연주되는 소리는 처음 들어보았는데 쨍한 소리가 비브라폰과 잘 어울렸다. 그리고 벨기에 수도원에서 연주되었을 상상을 하니 마치 오르간 소리와 비슷하게 상상되었다. 소리가 두 악기가 맑고 청아한 느낌이 들어 더 숙연하고 슬픈 연주였다. 뒤의 화면에 비 오는 밖 풍경을 창문 안에서 바라보는 것 같은 화면이 나왔는데 물이라는 이미지와 악기가 내는 소리가 합쳐져서 공연장이 아닌 마치 다른 공간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연주를 듣는 동안 많은 관객들과 함께 듣고 있었지만 외롭고 서글프다는 생각을 했다.

2. 공연 - 공연곡 * 달에게서 전해 들은 소리

내가 이번 공연에 들었던 음악 중 가장 좋게 들은 곡이다. 양금이라는 악기 독주 연주곡인데, 나는 양금이라는 악기를 보는 것도 처음이었고 이름과 소리를 들어본 것도 처음이었다. 양금은 원래 이슬람악기였다는데, 11세기 전후로 영조 때 전해진 악기라고 한다. 두 손으로 악기를 도구로 쳐서 다른 두 음을 내는 악기인데, 높은 음도 들리고 상대적으로 탁하고 낮은 음도 들린다. 사막이 물결치는 듯한 영상과 함께 연주가 시작되는 데 높은 음으로 크고 작게 반복 되는 음이 고요하고 고고한 달을 연상하게 한다. 영상이 바뀌고 음악이 점차 빨라지는 데 마치 달이 표면이 고체가 아닌 액체로 이루어져 흐르며 휘몰아치는 듯 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기묘하고도 오묘한 감정이 들고 음악이 진행되면서 점차 빨라지며 눈을 감고 들었을 때 하얗게 빛나며 빛을 뿜어내는 허공의 달 앞에 떠 바라보는 느낌이 든다. 음의 끝과 시작, 길이와 박자를 스스로 마치 흐르는 것 같이 연주하는 박지하가 자연의 인간이 아닌 자연 그 자체와 같아 보였다.

2. 공연 - 공연곡 * 사랑

마지막으로 연주한 곡이다. 김수영 시인의 사랑이란 곡에 곡을 붙인 것으로 노래가 있는 곡이다. 색소폰, 비브라폰과 같이 국악 악기가 사용되지 않는데, 그녀의 노래가 마치 국악과 같이 들렸다. 음과 음 사이에 이어지는 것이나 끝을 들어 올리는 듯 하게 부르는 것이 청아하고 맑은 그녀의 목소리가 왠지 슬프게 들리게 한다. 색소폰 연주가 많이 들어가는 데 약하게 색소폰을 부는 것이 숨소리가 마치 바람소리같이 들리며 넓은 평야에 있는 숲 속에 있는 기분이 든다. 나른하고 편안하고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음악이다. 가사와 음이 아주 잘 어울린다. 듣는 동안 애틋한 마음이 든다.

2. 공연 - 박지하의 음악

박지하라는 음악가에 대해 알게 되어 정말 무척 뜻이 깊은 시간이었다. 국악이 가지고 있는 서글프고 슬픈 느낌과 다른 악기들과의 조화를 잘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음악으로서 삶을 살아가는 것, 돈을 번다거나 직업으로서 하는 음악이 아닌 살기 위해 음악을 하는 사람과 같이 보였다. 앞으로도 그녀가 자유롭고 얽매이는 것 없이 원하는 만큼의 연주와 하고 싶은 만큼의 작곡을 하며 살아가기를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그녀가 유명해져서 앞으로의 삶이 걱정되지 않을 만큼의 재산도 얻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그녀를 묶어둘 수도 있지만 그만큼 그녀의 음악을 많은 사람들이 오래도록 들었으면 한다.



다담은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좋은 공연이었다. 기대를 가지고 관람하였음에도 내 예상보다 훨씬 훌륭한 구성과 진행이었다. 관객들이 반응이 적극적이었고 이에 관한 다담지기 황수경 아나운서의 태도도 아주 좋았다. 음악연주 당시에 옆에 설치 된 화면에 노래 제목 자막을 띄어주는 세심한 배려도 고마웠다. 또 이야기가 진행되었던 좌석도 무대와 아주 잘 어울리는 세팅이었다. 공연 시작 당시 황수경 아나운서가 이러한 말을 했다. 한 달에 한 번 하는 이 공연으로 계절이 변화함을 느낀다. 어느새 봄이 지나고 초여름을 지나 한여름이 되어가는 데 그런 시간을 제대로 느끼며 계절을 맞이하지 않았던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바쁘고 소란스럽게 지냈던 하루들을 보내다 다담을 보기 위해 아침 시간을 비우고 버스를 타고 햇빛을 쬐면서 사람들을 구경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어 스스로 조바심이나 불안감을 내려놓게 된 것 같다. 여유롭고 흐뭇한 시간을 보내게 되어 앞으로 더운 여름이 갑자기 찾아와도 당황하지 않을 것이다.

댓글등록 현재 0자 (최대 1,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