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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악단의 실내악 정기연주회를 보고 : 창작 국악에 대한 관심을 가지다
작성자
김용진
작성일
2018-09-11
조회수
1095
작성자
김용진
조회수
1095
작성일
2018-09-11
관람공연
창작악단 제96회 실내악 정기연주회 ‘Prime & Passion’
일주에 2~3회 국립국악원 홈페이지에 가서 새로운 공연이 올라온 게 있는지 검색하고, 보고 싶은 공연이 있으면 예약을 한다. 최근에 예약을 한 공연이 국립국악원 각 악단의 정기공연이다. 정기공연이라함은 각 악단이 1년간 흘린 땀을 보여주는 무대여서, 기대도 되었다. 민속악단, 정악단, 무용단, 창작악단 순으로 예약을 했다. 2016년 판소리에 관심을 가지면서 민속악을 제일 많이 들었고, 토요명품공연을 통하여 국악무용단의 화려하고 단아한 춤을 접했으며, 최근 정악에 조금씩 빠져들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뭔가 나를 머뭇거리는게 하는게 국악의 창작공연이다. 그래도 최근에는 국립극장의 '모던 국악기행'을 통해서 창작음악과 민속음악간 마음의 경계가 허물어졌다. 또한, KBS의 국악한마당에 나오는 국악그룹의 공연을 보면서 창작음악에 점점 익숙해져 간다. 이번 예약도 국악에 대한 편식이 있어서는 안되었기에 창작악단의 정기공연도 제외하지 않았다. 내가 국악 전공자였다면 자연스럽게 모던 국악을 서양의 관현악을 즐기듯이 자연스럽게 접했을테지만, 남도소리로부터 시작한 국악에 대한 익숙함 때문에 창작극에 대한 관심이 제일 늦었다.
이번 창작악단의 연주는 실내악 공모를 한 작품, 중견 작곡가의 창작, 창작악단 단원의 작곡 등으로 구성되었다. 예전에는 작품을 들어도 작곡가에 대하여 무관심했는데, 관심을 갖고 보니 이번에 공모한 작품의 작곡가들이 젊다는 것을 새삼 알았다. 작곡이라는 것은 보통 경험이 있는 작곡자가 하는 것이라는 편견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창작악단이 작품을 연주하고 곡이 끝날때마다 관객석에 있는 작곡자들을 인사시키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얼마전에 있었던 민속악단의 정기공연처럼 창작악단 공연도 계성원 예술감독이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창작 국악에 대한 기본이 없는 상태에서 친절한 설명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특히, 각 곡마다 감상 포인트를 얘기해줘서 편안하게 집중해서 들을 수 있었다. 사시소새(四時瀟灑) 설명할때는 "젊은 작곡가가 4계절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집중하라고 하였다. 특히, 마지막 인사말을 통해, 이번에 젊은 작곡가들의 작품이 초연되어 낯설을 수 있지만, 전통음악도 초연되었던 작품이 많은 세월을 거쳐 익숙해진것처럼 발전할 것이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맞다. 내가 창작국악에 대하여 낯설어 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며, 마음을 터놓고 음악을 즐긴다면 민속악단의 음악과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이번 공연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두번째 연주한 '초저녁(9/7)'이다. 도종환 시인의 시 초저녁을 여창 가곡형태로 바꾼 성악곡이다. 많은 가곡이나 시조가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고, 여창 가곡 형태가 그러한 맛을 살려주고 있다. '초저녁'이라는 시도 그리움에 대한 서정시로, 가곡 형태와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민속악, 정악, 창작음악을 따로따로 생각했는데, 이번 작품을 들으면서 그 분류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듣고 있는 것의 쟝르가 중요한게 아니라 다앙한 전달 방법이 있는것이다. 육자배기 형태든, 민요든, 판소리든, 가곡의 형태든 전달하는 방식에 따라 그 맛이 다른 것이다. 이날 나는 조선시대로 돌아가 가곡을 듣는 기분이었다. 모든 악기와 무대가 사라지고 음악만이 남아서 나를 조선시대의 풍류 사랑방으로 옮겨줬다.
네번째 작품인 '빛을 향해'는 중견 작곡가인 박영란의 작품이다. '현실과 이상세계의 경계선상에서 때로는 수많은 갈등을 하지만, 그 어떠한 환경에서라도 삶의 목표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해서 결국 성취해 나아가는 인간의 굳은 의지를 표현한 곡이다'고 리플렛은 말하고 있다. 이 작품을 들으면서 이런 설명도 이해가 되었지만, 만화영화 '톰과 제리'가 생각났다. 쫓기는 생쥐 '제리'와 열심히 쫓아가는 고양이'톰'의 쫒고 쫒기는 긴장감이 느꼈졌다. 가만히 생각하니, 곡의 제목과 설명이 음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때로는 이러한 제목이 없는 것도 낫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학작품이건 예술작품이건 누가 언제 듣고 보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된다. 우리가 미술작품에서 '무제'를 보면 처음에 답답하지만, 상상력을 마음껏 펼수 있는 이치와 같다.
전통은 발전 계승되는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과거의 소리만 들을수는 없다. 세종대왕이 보태평과 정대업을 만들었을때 중국의 아악을 연주하지 않고 새로운 곡을 연주하는 것에 대하여 반대가 있어지만 "살아서 우리음악을 듣던 사람에게 제례에서 중국음악을 들려줄 수 없다"는 논리로 신하를 설득하였다고 한다. 지금 우리는 현대음악을 듣고 있고, 현대에 살고 있다. 국악은 민속악이든, 정악이든 계속 변화하고 있다. 모두 우리의 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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