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행사

'정악, 깊이 듣기'를 보고 - 정악을 깊이 듣기 시작하다

"그동안 정악을 일반 사람들이 가까이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점을 감안하여 공연장과 음악에 변화를 주어 관객에게 이전보다 좀 더 다가가는 정악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정악단 예술감독이 공연안내 책자의 모시는 글에 쓴 내용이다. 예전에는 이 말을 들으면 '그렇지, 정악이 너무 어려워' 라고 속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정악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 내가 얼마나 시간을 들이고 노력을 했는지 생각해 본 지금은, '이번에 보여준 노력에 감사드립니다. 저도 이 좋은 음악을 제대로 감상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 정악단의 기획공연 '정악, 깊이 듣기 - 새로움, 봄을 맞이하다'를 통하여 우리 소리의 다른 한 축인 정악을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청자가 되어갔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카메라를 활용하여 연주자 또는 창자를 클로즈업 한 것이다. 풍류사랑방보다 연주자를 더 가까이 보게 되니, 창을 부를때 숨소리까지 들리는듯 했다. 보허자에서 남창으로 나온 김병오 악장의 소리는 그동안 많이 들었지만, 화면속의 모습을 보면서 창을 들으니, 정악의 노래 소리란 이런 것이라고 넌지시 말하는 것 같았다. 자연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하여 무대를 앞쪽으로 배치하고 마이크의 소리를 낮춘 것 등이 소리를 도드라지게 했을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가야금, 거문고, 아쟁, 해금, 대금, 피리 등 각 악기를 연주자의 모습을 가까운 모습으로 볼 수 있어 좋았다. 다만, 공연이 끝날때쯤에는 내가 영상에 의존하다보니 소리를 오롯이 즐기지 못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옆자리에 앉은 외국인이 눈을 감고 음악을 집중하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예전에는 곡이 나오기 전에 설명내용이 좌우의 스크린을 통해서 나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연주자만 소개되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짧은 시간에 한정된 지면에 곡에 대한 설명을 하는 것보다 출연진만 소개하는 것이 나은 것 같다. 곡 전체를 단지 수십초에 한글로 소개하거나, 영역이 어려운 고유명사를 억지춘향식으로 영어로 표기하는 것이 외국인에게 그다지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에 국립국악단은 관객과의 소통을 위하여 배우 조희봉와 김희선 국악원 국악연구실이 나와 곡에 대한 설명을 하였다. 전문가가 나와서 설명하는 것보다 친숙하게 와닿았는데, 일반 관객 눈높이에서 알아 들을수 있도록 학생과 선생님이 이야기를 하듯 대화를 이끌어 간 덕분일 것이다.

특히, 고객을 대상으로 궁금한 것을 물어본 것은 신선한 시도였다. 질문을 하라고 하면 쉽게 손을 들지 않는 일반적인 상황과 달리, 지난 3월 16일 공연에서는 질문(코멘트)이 3가지나 나왔다. 생황의 소리가 잘 안들린다는 것, 단소 소리가 아름답다는 말, 왜 지휘자가 없냐는 질문 등,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가 간과했거나 공연 중 궁금해 한 것이었다. 특히, 지휘자가 없는 한국음악의 특성은 좀 더 공부해서 외국인들에게 잘 설명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곡 안내를 들으면서 '이 자리에 있었던 외국인들에게 내용이 전달됐으면 좋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악을 들으면 가장 많이 듣는게 수제천과 영산회상이다. 이번 공연을 듣기 전에도 몇차례 들었지만 부끄럽게도 두 곡을 제대로 구분이 하지 못했다. 내게는 하나의 똑같은 정악으로 들렸다. 수제천은 피리와 대금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연음하는 방식으로 곡을 이끌어 간다는 설명을 들은 후 들어보니 두 곡이 명쾌하게 구분이 되는 것 같았다. 어느 외국인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이라고 일컬었다는 수제천. '왜 이런 평가를 받는지, 앞으로 곡을 깊게 들어야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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