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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용이 내게 전해준 것
작성자
김용진
작성일
2019-11-02
조회수
662
작성자
김용진
조회수
662
작성일
2019-11-02
관람공연
2019 국립국악원 무용단 정기공연 무용극 <처용> (국립국악원)
내가 국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2017년, 토요명품공연에서 처음 처용무를 실제로 보았을때의 기억이 새롭다. 큰 탈에 절도가 있는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낯설었던 손과 발동작. 그 후 국립국악원의 각종 기획공연에서 처용무를 보았지만 친근해 지지가 않았다. 올 9월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시리즈 공연으로 국립중앙박물관 앞뜰에서 처용무 전수 단체가 나와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처용무의 동작을 가르칠 때, 나는 몸치를 핑계로 멀찍이서 구경만 하였다. 이처럼, 처용을 접한 것이 적지 않건만 나에게 가까이 와닿지 않았는데, 이번 정기공연‘처용’은 전통 무용극의 형식을 통하여 나에게 처용무를 보다 친근하게 알게 해주었다
먼저, 단순한 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가 있는 무용극이라는 점에서 좋았다. 삼국 유사의 처용설화를 바탕으로 프로롤그와 에필로그를 포함 총 6개 막으로 구성하여, 각 막마다 스토리에 맞는 적절한 무용이 나왔다. 그동안 무용(현대/전통)을 보면 아름답기는 하나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라서 답답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공연에는 각 막의 주제에 맞는 춤이 나오기 때문에 춤이 어떤 의미를 이해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같이 갔던 팔순 어머니도 내용이 그다지 어렵지 않고 재밌게 보셨다고 하였다. 각 막에 적절하게 사용된 전통음악 및 모던 음악도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특히, 극 후반에 여주인공 가야가 처용 곁으로 가는 장면에 들려준 가곡 ‘월정명’은 아련한 마음을 잘 돋아주었다.
둘째, 글의 주제인 처용의 관대함을 오늘날의 관점에서 생각하게 한 것도 신선했다. 현대 도시, 사람이 북적거리는 거리에서 상대방과 부딪혀도 신경 안쓰고, 무신경한 사람과 배려하는 사람을 대조시킴으로써,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관용적이며 남을 배려하는 삶(오늘날의 처용)과, 그렇지 못한 삶(오늘날 역신)을 대조해 생각하게 만들었다. 극은 우리에게‘당신은 처용처럼 거리에서 모르는 사람과 부딪힐 때 웃는 얼굴을 할 것인지, 역신처럼 짜증을 낼 것인지’묻고 있다.
셋째, 첨단 미디어아트를 활용하여 무대를 꾸며서 볼 거리를 가미하였다. “전통 무용의 원형은 그대로 살리면서, 첨단 무대기술을 접목시켜 관객들에게 보다 생동감 넘치는 전통 예술의 정수를 보여주고자 하였다”는 무용단 예술감독의 말이 이해가 갔다. 처용이 극중 아내였던 가야와 살았던 집과 방을 미디어 아트를 활용하여 보여주기도 하고, 처용과 역신간이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던 클라이막스에서는 영상과 음향이 최고조로 긴장감을 올려주었다. 미디어 아트하면 백남준이 떠오르고, 전위적이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이번 공연에서 활용된 미디어아트는 무대를 더욱 실감나게 돋보이게 만들었다.
정기공연 ‘처용’을 보면서 우리의 조상들에게 역병이라는게 어떤 의미였을까 새삼 생각하였다. 오늘날 사라진 역병이, 옛날 사람들에겐 피하고 싶었던 역신이었을 것이다. 공연을 보니 처용을 통하여 역신을 물리치고자 했던 조상의 간절한 마음이 전달되었다. 왜, 먼 신라시대의 춤이 조선시대까지 전달되어 오늘날 우리가 즐길 수 있게 되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내게 전통춤은 보기는 아름답지만 춤사위에 대한 지식이 없어 어렵게 느껴지기도 해서 가까이 하기엔 쉽지 않았다. 이번에 국립국악원 무용단이 선보인 무용극 ‘처용’은 전통춤에 대하여 생각을 바꾸라고 말하고 있다. 춤사위에 대한 지식보다는, 춤을 있는 그대로 마음으로 받아들이라고 속삭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무용극 ‘처용’은 어머님에게 옛날 학창시절을 회상시켜 주었다. 나는 이번 공연을 어머님과 같이 보았다. 공연 시작 전에 리플렛에 있는 줄거리를 들려주었더니, 당신께서 옛날 학교 다니실 때 처용설화에 대하여 배웠던 기억이 난다고 하였다. 60여년이 지난 후 다시 어머니 기억속에서 나온 처용 설화. 무용극 ‘처용’은 이렇게 모자간을 연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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