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행사

2019 토요명품공연 관람후기

학교에서 국악을 배우면서 국악을 처음 배웠을 때보다 흥미가 더 생겼는데 국립국악원에서 토요명품공연을 해 좋은 기회로 공연을 보게 되었다.

내가 간 날은 한국의 악가무로 경풍년, 피리산조, 가사 죽지사, 영산회상 중 하현도드리-타령(대금, 거문고), 달하노피곰, 살풀이춤, 사물놀이 공연을 했다. 경풍년은 조선시대 선비들이 즐기던 대표적인 예술성악곡인 가곡에 뿌리를 둔 음악이다. 즉, 가곡을 노래 반주가 아닌 별도의 관악합주로 연주하는 것을 ‘경풍년’이라고 하는데, 이를 세분화하여 ‘우조 두거’를 경풍년, ‘계면 두거’를 염양춘, ‘평롱’, ‘계락’, ‘편수대엽’을 묶어서 ‘수룡음’이라 부르기도 한다. 경풍년은 향피리, 대금, 장구, 좌고 등 삼현육각 편성으로 연주하며, 근래에는 대금이나 피리의 독주곡으로 연주하기도 한다. 경풍년이라는 곡명의 뜻은 ‘풍년을 기뻐한다’이며, 궁중과 민간의 잔치에서 음식상을 올릴 때 주로 연주하였다. 잔치와 걸맞게 전체적인 분위기가 연회에 쓰이는 것 같이 멋있었다. 또 악기끼리 서로 어우러져 연주하는데 특히 향피리, 대금, 해금 소리가 좋았던 것 같다.

피리산조에서 나온 피리는 가는 대나무를 다듬어 관대에 겹서를 끼워 입에 물고 부는 관악기이다. 크기는 작지만 소리가 크고 힘이 있어서 궁중음악에서부터 민속악에 이르기까지 주선율을 연주하는 악기로 사용된다. 다른 악기에 비해 음역이 좁기 때문에 선율의 변화가 다양한 산조가락을 피리로 연주할 때는 목 튀김, 혀 치기, 더름 치기 같은 기교를 활용하여 산조의 묘미를 살려낸다. 산조는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등 느린 장단에서 빠른 장단으로 이어지는 독주음악으로, 민속기악의 꽃이라 할 수 있다. 정말 민속기악의 꽃답게 음역이 좁은 걸 잊을 만큼 기교가 엄청났다. 서양음악으로 치면 리스트나 라흐마니노프 같은 기교들인 거 같다.

가사 죽지사에서 가사는 가곡, 시조와 함께 양반계층이 즐기던 성악정가의 하나이다. 사설이 가고이나 시조에 비해 길고, 길이도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가곡이나 시조처럼 하나의 고정된 가락으로 되어 있지 않고 조금씩 다른 것이 특징이다. 죽지사는 건곤가라고도 하며 12가사 중에서 남자 가객들의 노래로 애창되는 곡이다. 노랫말은 중국의 시를 참고하여 특정 지역의 경치와 인정, 풍속 등을 담았다. 공연을 볼 때 중국의 시를 참고하여 만든 거라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옆 모니터로 가사 해석한 걸 같이 띄워줘서 이해하기 쉬웠던 거 같다. 옆에서 추임새를 넣어주는 소리꾼 덕에 더 집중하면서 볼 수 있었던 거 같다.

영산회상의 역사는 조선 전기로부터 시작되는데 민간의 기악곡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17세기 중반 선비들의 풍류방에서부터이다. 오늘날에는 악기의 구성이나 음계에 따라 현악영산회상, 관악영산회상, 평조회상의 3가지로 전승되고 있다. 그 중 현악영산회상은 상령산, 중령산, 세령산, 가락덜이, 삼현도드리, 하현도드리, 염불도드리, 타령, 군악의 9곡으로 구성되어있는데 상령산을 시작으로 음악이 점차 빨라진다. 이 날 공연에서는 6번째 곡인 하현도드리부터 타령까지 연주됐다. 대금과 거문고로만 연주되는 건 처음 들었는데 소리의 빈 느낌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무대의 소리를 채운 연주였다. 유독 많이 들었던 곡이라 더 집중해서 본 무대였던 거 같다.

달하노피곰은 백제가요 정읍사의 첫 구 달하 노피곰 돋으시어 어긔야 멀리곰 비취오시라에서 곡의 제목을 사용하였다. 멀리 장사를 나갔다가 오랜만에 돌아오는 남편에게 달이 높이 비추어 편안한 귀가길이 되기를 바라는 아내의 훈훈한 마음과 간절한 염원을 주제로 작곡된 곡이다. 이 곡은 우리 음악만이 지닐 수 있는 격조 높은 단순미, 드라마틱한 음악적 전개, 풍류의 멋 등을 두루 함축하고 있는 작곡자 황병기의 신고전주의적 명작이다. 부전공 악기 가야금을 배우면서 황병기 선생님의 침향무를 배웠었는데 달하노피곰도 황병기 선생님이 작곡한 것 같이 특유의 느낌이 났다. 아쉽게도 다른 날에 침향무 공연이 있어서 듣진 못했지만 다음에 기회가 되면 꼭 듣고 싶다.

살풀이춤은 남도 무속음악인 연주되는 시나위 가락에 맞춰 추는 춤을 말한다. 살풀이란 ‘나쁜 기운, 즉 살을 없앤다.’는 뜻으로, 전라도 지역의 굿에서 유래한 말이다. 흰색의 옷과 긴 수건을 들어 맺거나 푸는 과정을 통하여 인간의 삶과 희·노·애·락을 표현한다. 살풀이춤은 지역이나 춤꾼의 예술적 정서에 따라 나름의 흐름을 가지고 있으며, 국가무형문화재 제97호로 지정되었다. 흰색의 한복과 흰 긴 수건, 춤이 어우러지면서 정말 한국무용을 제대로 보여주는 거 같다. 절제된 춤과 손끝, 발끝 하나하나에 세심히 신경을 써서 전체적인 선이 정말 예뻤다. 다른 악기들이 반주를 하고 노래를 부르는 분도 있었는데 노래를 같이 해서 그런지 한국의 정서가 물씬 났던 거 같다.

사물놀이는 꽹과리, 징, 장구, 북으로 연주하는 타악 합주이다. 사물이라는 말은 원래 절에서 중생들을 제도하기 위하여 치는 범종, 법고, 운판, 목어의 네 가지를 가리키는 말인데, 1978년 풍물놀이를 무대예술로 각색하여 사물놀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이후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잡았다. 사물놀이는 타악기의 음색과 한국 전통음악의 독특한 리듬체계를 강조한 공연으로 악기와 연주자의 혼연일체를 통한 감동과 역동성을 느낄 수 있다. 살면서 제일 많이 들어본 국악은 사물놀이일 거 같다. 초등학생 때부터 민속촌이나 어디 놀러 가면 꼭 사물놀이 공연이 있었다. 중간에 꽹과리와 징을 번갈아가며 연주를 하는 모습도 멋있었고 연주자들끼리 서로 쳐다보면서 합을 맞추는 것도 멋있었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 같이 화려하고 역동적이었다.

이런 공연을 저렴한 가격에 볼 수 있다는 것에 정말 놀랐고 감사했다. 명품공연이라는 말에 걸맞게 수준도 높았다.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그날 나와 같이 과제를 하러 온 대학생들과 선생님과 공연을 보러 온 초등학생들이 있었는데 대학생들은 공연이 시작하자마자 바로 숙면 모드로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만 했다. 옆자리 사람은 계속 코를 골아서 공연에 제대로 집중할 수가 없었다. 초등학생들은 연주하는 중간에 계속 떠들면서 공연이 끝났을 때 아 정말 지루한 공연이었다 하고 대놓고 말해서 내가 다 창피해서 민망했다. 이런 좋은 공연을 다 같이 볼 수 있어서 좋기도 하지만 기본적인 매너는 지키면 더 좋을 거 같다. 마지막 사물놀이 공연에서는 포토타임도 있었는데 외국인들이 사진도 많이 찍고 영상도 담아가는 거 같았다.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공연을 더 관심 있게 보고 들어서 아쉽기도 했지만 일반 사람들에게 국악이 더 친근하고 익숙하게 다가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여러 가지 수준 높은 국악을 다양하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적으로도 의미가 클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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