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행사

2019 토요명품공연 관람 후기 - 11/16

11월 16일 토요일, 학교에서 듣고 있는 교양수업 과제를 위해 부모님과 함께 국립국악원에 방문하였다.
직접 국악공연을 보러 가본 적은 없었기 때문에 공연을 선정하는 데에 있어 더욱 신중했다.
그렇게 무슨 공연을 볼까 찾아보던 중 '영산회상', '산조'등 수업 시간에 배웠던 것들을 직접 볼 수 있는 11월 16일 공연을 선택하게 되었다.
내가 선택한 국악공연인 '토요명품공연'은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매주 토요일마다 다른 구성으로 진행되는데
이 날 공연에서는 경풍년, 피리산조, 가사'죽지사', 영산회상 중 하현도드리~타령(대금, 거문고), 달하노피곰(황병기 작곡), 살풀이춤, 사물놀이가 순서대로 진행되었다.

공연장 안에 들어갔을 때 처음 들었던 생각은 여느 블로그 관람 후기처럼 '크지 않고 아담하네' 였다.
처음엔 국립국악원에서 하는 공연이라 해서 크고 웅장한 공연장에서 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직접 들어가보니 정말 생각보다 아담한 공간이여서 신기했다.
공연 시작 전, 주위를 둘러보니 남녀노소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많은 외국인들도 국악공연을 보기 위해 자리에 참석한 것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공연장을 꽉 채우는 많은 인원이 한 공간에 있었음에도 조용하고 엄숙했던 분위기는 나도 모르게 자세를 고쳐앉게 했다.

공연이 시작되었다. 첫 시작은 노래 반주가 아닌 별도의 관악합주로 가곡을 연주하는 경풍년.
경풍년이라는 곡명의 뜻은 '풍년을 기뻐한다'이며, 궁중과 민간의 잔치에서 음식상을 올릴 때 주로 연주했다고 한다.
연주의 시작을 알리는 '박'이라는 악기가 탁! 하고 내리치자 그 뒤를 이어 향피리, 대금, 장구 등의 악기가 연주를 하기 시작하는데
'내가 정말 국악을 들으러 왔구나' 하고 실감이 났고, 눈을 감고 들으니 정말로 내가 조선시대의 한 잔치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두 번째 순서는 피리산조였는데 쨍쨍하고 귀에 쏙쏙 꽃히는 피리소리를 들으면서
피리를 쉬지 않고 계속 부르려면 많은 인내심과 호흡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으로는 가사'죽지사'와 영산회상이 이어졌다.
가사'죽지사'를 관람하면서 길이도 길고 어려운 가락을 악보 없이 연주하고, 노래한다는 자체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부드러운 해금의 소리가 인상깊었고, 무엇보다 신기했던 점은 앞에서 노래를 하는 연주자의 목소리와 피리소리가 비슷하게 들렸던 점이었다.
떨림이나 음을 이용해서 가락을 표현하는 목소리도 하나의 악기가 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산회상 중 대금과 거문고로 연주하는 하현도드리~타령 무대를 보면서는 풍류음악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는데,
특히 수업시간에 배웠던 선비들의 악기 '거문고'를 술대로 위에서 내리치는 연주자의 모습에서 절제미가 느껴졌다.

달하노피곰은 멀리 장사를 나간 남편이 달빛 아래에서 편히 돌아오길 바라는 아내의 마음이 담겨 있는 곡이다.
가야금 소리를 실제로 가까이서 처음 들어봤는데, 섬세한 손놀림이 필요한 악기임을 알 수 있었다.
맑고 통통 튀는 가야금 소리가 마치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 같았고 너무 아름다웠다.

남은 두 무대는 이 전의 무대들과는 달리 빠르고 역동적인 무대였다.
먼저 살풀이춤은 처음엔 천천히 움직이면서 부드러운 동작을 하는 모습이 마치 나비처럼 느껴졌는데
점점 빨라지는 연주와 무용수의 몸짓을 보면서 뭔가 폭풍이 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무속음악인 시나위 가락에 맞춰 추는 춤이다보니 더욱 그렇게 느껴졌던 것 같기도 하다.

마지막을 장식했던 사물놀이는 보는 사람과 연주하는 사람 모두를 들썩거리게 만들었던 무대였다.
앞서 가사'죽지사'를 들으면서 악보 없이 복잡한 가락을 연주하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사물놀이는 그 생각을 배로 들게 했다.
특히 연주자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웃으면서 연주하는데 그 모습에서 사물놀이에 대한 열정이 느껴졌다.
장구, 북, 징, 꽹과리 이 네 가지 악기들이 합쳐지니 단순히 소리가 큰 것이 아닌 그 안에서 느껴지는 힘과 에너지가 어마어마했고,
무대 위 연주자들이 국악을 즐기면서 연주하니 그 모습을 보는 관람객들에게 그 기운이 그대로 전달됐다.

마지막 무대가 끝나고 불이 켜지니 시간이 너무 빨리 간 것 같아서 아쉬웠다.
그동안 수업시간에 화면 속 영상으로만 봤던 풍경을 이번 기회를 통해 내 발로 직접 찾아가서 두 눈과 두 귀로 직접 느끼니 감회가 새로웠다.
또, 아담했던 공연장은 오히려 공연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해주었고 연주자와 관람객의 소통을 도와주었으며,
각 무대마다 곡에 맞춰 다르게 연출된 조명과 뒷배경은 연주의 분위기를 더욱 살려주고 몰입할 수 있게 해주었다.

사실 나는 국악에 관심은 있었지만 정통국악이 아닌 재즈 등이 결합된 퓨전국악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다.
정통국악은 지루하고 너무 길다는 고정관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 공연을 보고 국악기로 연주하는 정통국악만의 아름다움과 매력을 알게 되었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국악의 미를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국악의 가치를 느낄 수 있었던 값진 경험으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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