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사전

나발

  • 작성일2014-11-16

【정의】행렬 음악이나 군악 연주에 쓰이는 끝이 나팔꽃 모양으로 벌어진 긴 대롱 모양의 관악기.

【이칭(異稱)】한자로 나팔(喇叭)로 적기도 하지만 나발이라고

【유래 및 역사】선 전기의 문헌을 보면, 성종 11년(1480)에 왕이 처음 나발을 접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익히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 후기에는 여러 문학작품이나 병서 등에 나발이 자주 등장하여 비교적 널리 쓰였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김홍도의 그림으로 전하는 <평양감사향연도>나 정조 19년(1795) 수원 화성에서 벌인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기록한 <원행을묘정리의궤> 등에서 나발의 쓰임을 확인할 수 있다.

 나발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보이는 뿔로 만든 ‘각(角)’이라는 악기와 형태와 쓰임이 유사하다. 고구려 고분벽화의 궁중 악사 및 군악대의 모습에서 나발과 유사한 모양의 ‘각’을 볼 수 있으며, 고려 시대의 문헌에도 ‘각’이라는 악기가 등장한다. 즉, 나발이 조선 시대 전래되었더라 하더라도 이전에 쓰이던 ‘각’이라는 악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형태, 기능 및 특징】보통 금속으로 만들어 금속관악기로 분류하지만, 민간에서는 나무나 동물의 뿔로 만들어 사용하기도 한다. 크기는 115센티미터 정도의 길이에 취구 쪽은 가늘고 나팔 쪽으로 차차 굵어지는 모습이며, 세 도막으로 구성되어 있어 불지 않을 때에는 접어둘 수 있다.

【내용】오늘날에는 중요무형문화재 제46호로 지정된 조선 시대의 군영음악인 <대취타>에 태평소, 나각, 자바라, , 과 함께 편성되어 연주된다. 부는 법은 취구를 위아래 입술에 대고 오른팔은 수평으로 뻗어 손등이 아래를 향하도록 나발의 중간관을 받쳐 잡고 왼손은 자연스럽게 내리거나 허리에 얹어 연주한다. 약 6음 정도를 낼 수 있으나 주로 가장 낮은 한 음만을 길게 뻗어내는 방식으로 연주한다.

나발은 ‘영산재’와 같은 불교 의식에 사용되기도 하고, 예전 농촌에서 두레 작업이나 마을의 신호용으로 쓰인 까닭에 오늘날 농악이나 농청놀이의 악대에 편성되기도 한다. 특히 농악에 쓰이는 나발은 오동나무와 대나무를 이용하여 만들며, 명칭도 다양하여 지방에 따라 ‘영각’, ‘농각’, ‘땡각’, ‘고동’, ‘목고동’ 등으로 불린다.

 나발은 보통 한 음 한 음을 길게 불거나 짧게 끊어 부는 정도의 변화를 주면서 단순하게 연주한다. 정재국이 펴낸 [대취타]에 나발의 악보가 ‘천아성’이라는 제목으로 유일하게 전한다.

【필자】김인숙

【참고문헌】김기수, [국악입문](서울: 세광출판사, 1983); 김영운, ?한국 토속악기의 악기론적 연구?, [한국음악연구](서울: 한국국악학회, 1989) 17·18합병호; 송혜진, [한국악기](서울: 열화당, 2001); 이숙희, [조선시대군영악대](서울: 태학사, 2007); 장사훈, [한국악기대관](서울: 서울대학교출판부, 1986); 정재국 편저, [대취타](서울: 은하출판사,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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