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행사

창작판소리 완창프로젝트1 동초제 심청가 어쿠스틱을 보고


2017년 12월 어느날 대학로역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 지원사업으로 공연되는 작품 공고를 본 적이 있다. 그 중에서 나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완창 판소리 프로젝트 1 동초제 심청가'라는 작품이었다. 완창 판소리면 완창 판소리지 판소리 프로젝트라는 말이 신기했다 작품사진을 보니 전통 판소리와 크게 다를 것 같지 않아 완창 판소리라는 말에 끌려 예매를 하려 했지만, 매진되어 있었던 기억이 새롭다. 설마 예약을 못하게 될 정도로 인기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서 아쉬워 했었다.

약 1달전에 국립국악원에 같은 작품이 '목요풍류'로 공연한다고 했을때 기쁜 마음으로 얼른 예약을 했다. 국악공연 중에서 유일하게 예매를 하지 못했던 작품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다. 공연전에 리플렛을 대충 보기 때문에 이 공연의 연출자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는 알지 못했다. 다만, 다른 전통 판소리와 다르게 고수가 3명이 있다는 점이 특이했고, 안내문 중 '완창 판소리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정리하고, 시대에 맞는 언어로 보다 친밀하게 관객과 소통하는 판'이라는 말이 눈길을 끌었다.

판소리에 대한 대한 개념을 새롭게 정리한다는 말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 적합한 판소리'라는 뜻이렸다. 옛것의 창조적 계승이랄까. 계승하는 것은 판소리의 예술성이겠고, 창조적인 것은 전달 방법일 것이다. 판소리를 공연하는 사람의 공통된 고민일 것이다. 따라서, 현대인에게 판소리가 가진 예술성, 즉 판소리 사설과 창은 그대로 살리되, 내용이 잘 전달되지 않은 것을 보완했다. 이 공연은 완창 판소리이지만 실제 완창을 하지 않고 주요 눈대목 위주로 2시간으로 줄였는데, 그중 국립국악원공연은 시간 제약상 1시간만 공연하였다.

우선, 공연을 시작하는 단가가 일반 전통 판소리의 단가가 아닌 창작이어서 이색적이었고, '뭔가 새로운 완창 판소리'가 될 것임을 예감했다.

"완창 한 판할라치면 온 세상 힘력 자는 모두 다 동원인디
소리하는 공력, 알파고 빰치는 암기력
집중력, 지구력, 장악력, 체력, 노력, 박력, 정력, 중력, 풍력, 화력, 강력, 탄력, 접착력, 초능력, 염력, 차력, 부채 드는 약력에다가
오늘 여기서는 우리네 매력과 여러분의 협력까지 더하여
구성지게 한 바탕 놀아보세" (단가 중에서)

공연을 보면서 사설이 편하게 들리는게 큰 장점이었다. 전통 판소리 내용은 그대로 인 것 같은데,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은 빼거나 일부 수정했을 것이다. 판소리 사설은 19세기나 20세기 초엽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현대어와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고, 내용도 한자어가 포함된 것이 많아 이해가 되지 않을때가 많다. 그렇지만, 이러한 사설을 얼마나 잘 관객에게 전달하느냐도 창자나 공연자들의 몫일 것이다. '입과 손 스튜디오'의 사설은 적절한 발림과 고수를 활용하여 관객과의 소통을 하고 있다. 완창을 전제로 만들었기 때문에 소리꾼은 전체 스토리를 중에서 전하고자 하는 대목 내용을 현대어로 먼저 소개하면서 관객을 배려한다. 전통 판소리가 보통 대목 일부만을 전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판소리 내용에 쉽게 빠져 들수 있을 것이다.

고수 3명이 나오고, 전통북과 다양한 현대식 타악기를 옆에 두었다. 고수가 1명이면 창자는 고수 1명과의 커뮤니케이션에만 신경 쓰면 된다. 하지만, 고수가 3명이면, 3명이 북을 치더라도 박자를 서로 맞춰야 하며, 대목 대목에서 나오는 각종 타악기 (아코디어, 발라폰, 공명실로폰 등)와도 맞춰야 한다. 창자와 고수 입장에서는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할 것이다. 고수는 연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심청이 인당수에 빠지는 대목에서는 소리까지 참여하여(구음) 웅장함을 더했다. 3명 고수의 콜라보가 보기 좋았고, 연주와 창이 인당수 재목의 극적인 장면을 잘 표현하였다. 인당수 빠지는 대목은 보통 소리꾼이 내용을 극적으로 이끌어 가야 하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3명의 고수꾼과 소리꾼이 적절하게 발림을 주고 받고, 각종 악기가 분위기를 돋으면서 판소리의 창조적 계승을 잘 보여주었다.

심봉사의 방아타령 대목도 전통 판소리의 장점을 잘 계승한 대목이다.
심봉사가 동네부인을 만나는 대목을 소리꾼이 맛깔스럽게 전달하고 나면, 발림을 사용해서 방아를 찧는 모습으로 창을 한다. 무대 전체를 활용하면서 고수와 창을 주고 받는다. 시각과 청각이 결합되니 그동안 1인 창자에 의하여 보아온 전통 판소리의 정적인 모습대신 방아찧는 모습이 보이면서 공연에 몰입된다. 소리꾼으로서는 창도 신경써야 하고, 발림을 넘어 연기적인 요소까지 신경써야 한다. 많은 노력이 보여지는 대목이다.

'완창 판소리 프로젝트 1 동초제 심청가'는 전통 판소리는 아니지만, 전통 판소리를 본 것 같이 기분이 좋은 작품이다. 판소리의 '계승할 것'과 '새로운 시도'가 잘 결합되었다. '우리끼지 좋은 것이 아니라 잘 끄집어내서 친절한 방법으로 관객에게도 좋아야 한다.'고 얘기한 이향하 대표의 말처럼, 판소리의 전통을 창조적으로 계승하는 젊은 국악인들의 더 많은 시도가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시도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많은 관객이 찾아주는 것이다. 준비를 1년넘게 한 작품이 관객들로부터 인정을 더욱 받으면서 롱런했으면 좋겠다.
댓글등록 현재 0자 (최대 1,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