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행사

2020 국립국악원 새해국악연 "울울창창" 다시보기 관람 후기

푸르른 큰 나무들이 빽뺵하게 들어선 울창함을 표현하는 사자성어인 "울울창창(鬱鬱蒼蒼)". 오랜 역사 속, 이 땅위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곧게 뻗어난 국악과 함께 울창한 수목처럼 지혜와 풍요로움이 가득한, 희망찬 새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비록 한 해하고도 절반이 지나서야 보는 공연이지만 설명을 보고 나서 이 공연을 본다면 나도 좋은 기운을 받아갈 것 같아서 감상하게 되었다.
시작을 여는 곡은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이 연주하는 비나리였다..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지정된 판소리를 비롯해 산조, 민요, 병창, 사물놀이, 소리극, 굿음악의 장르까지 아우르며 우리 고유의 민속음악을 보존하고 전승하고 있는 민속악단의 연주는 참으로 흥겨웠다. 비나리는 세상만물이 생겨나는 과정과 함께 인간사의 나쁜 기운을 씻어내는 살풀이와 액풀이, 그리고 모든 일이 잘되고 행복하기를 기원하는 축원 덕담으로 구성되었다. 새해국악연이니 만큼 2020년을 맞아 축원 덕담을 관객과 함께 나눈 것이 아닐까 한다. 관객석부터 시작해서 무대로 오는 연출이 좋았다. 관객분들이 박수를 치고 흥겨워하는 모습을 보고 저도 덩달아 흥이 나고 신이 났다. 중간에 관객들을 향해 덕담을 말하는 것도 좋았다. 온라인으로 들어도 좋은 기운을 받는 느낌이었다.
두번째는 우리나라 고유의 궁중음악, 제례악, 연례악, 군례악과 풍류음악의 전통과 정신을 오롯이 전승하고 있는 국립국악원 정악단이 연주하는 대취타이다. 대취타는 왕의 행차나 왕실의 다양한 의식과 행사에 취타 악사인 취고수가 음량이 큰 관악기와 타악기를 편성해 연주한 씩씩하고 웅장한 느낌을 주는 행진음악이다. 대취타는 국악개론 시간에도 조금 들어보긴 했는데 다시 들어봐도 웅장하다. 이 음악을 들으면서 걸으면 나까지 왕이 된 것처럼 걷지 않을까 싶다. 왕 혼자 이런 음악으로 행차를 하고 있었다니,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부럽기도 했다. 그리고 정악단의 연주는 악기를 연주하는 것도 칼군무처럼 딱딱 맞아서 보는 맛도 있었다. 짧게 연주를 해서 아쉬웠다. 따로 풀영상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바로 '오늘의 창작이 내일의 전통'이라는 표어를 내세우며 전통과 창작을 기반으로 작곡, 연주를 망라한 창작 음악의 방향을 연구, 발전시키고 있는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이 선보이는 아름다운 나라가 연주되었다. 한태수 작곡한 아름다운 나라는 우리나라의 사계절과 자연의 아름다움 그 안에 살고 있는 행복한 우리들의 삶을 노래하는 작품이다. 이번 무대에서는 국악관현악으로 연주되었다. 대취타에서 바로 이렇게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오케스트라처럼 쫙 나오는데 실제 저기에 있었다면 소름이 돋았을 것 같다. 3곡 밖에 안나왔지만 지금까지 들은 것 중 가장 익숙하고 동양풍 게임의 ost 느낌이 들었다. 약간 여기 부분에선 살짝 반성을 했는데 단순히 국악은 지루하고 재미없을 것 같아서 잘 찾아보지 않았는데 이런 관현악처럼 재밌는 음악도 많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러고 사회자인 아나운서 황수경씨가 나오고 네번째 곡인 종묘제례악 중 전폐희문이 연주 되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호인 종묘제례악에서 종묘제례를 지낼 때 연주되는 보태평 중 예의를 갖춰 신에게 예물을 올리는 절차에서 연주되는 전폐희문이랑 춤인 문무를 통해 나라의 안녕을 기원했다고 한다. 그리고 조선왕조의 군사적 업적을 담은 정대업의 마지막곡인 영관이 연주되었고 무무도 나왔다. 종묘제례악은 국악개론 시간에도 보고 가야금 시간에도 보았을 만큼 많이 봤는데도 항상 들을 때마다 새롭다. 무용단의 절제된 춤사위는 제사음악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저런 천천히 움직이는 춤이 생각보다 매우 어렵다. 그래서 무용단원들이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 가야금 시간에는 종묘제례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들었지만 이제는 국악개론 시간에서 종묘제례악에 대해 자세히 배웠기 때문에 작년과는 좀 더 이해하면서 들을 수 있었다.
그 다음은 민속악단이 연주하는 태평가, 양산도, 자진방아타령, 진도아리랑 연곡으로 구성된 풍요연곡으로 경기, 서도, 남도민요를 한데 엮어 우리 민족의 풍요로운 삶을 노래하였다. 우리가 많이 들어본 태평가부터 시작해 진도아리랑으로 구성된게 좋았다. 국악 중에서 그래도 많이 들어본게 민요인데 아는 노래들이라 그런지 흥이 났다. 자진방아타령만 처음 들어봤는데, 장구 장단이 익숙해서 귀에 많이 익을 것 같다. 진도아리랑은 역시 많이 알려진 노래라 관객들이 박수를 쳤다. 그래서 나도 덩달아 신이 났다. 그 밖에 얼씨구 등 옆에서 추임새가 더 흥겹게 해주었다.
그 다음은 흥타령과 시나위 선율에 맞춰 새해의 액운을 풀어내는 즉흥 살풀이 춤이었는데 사실 끝까지 다 쓰다가 중간에 날라가서 또 다시 들은 부분이다. 대표적인 남도잡가 흥타령과 남도지방의 굿에 뿌리를 둔 기악합주 시나위의 선율에 맞춰 새해의 액운을 풀어내는 즉흥적인 살풀이 춤이 어우러졌다. 흥타령을 부르는 소리가 구슬퍼서 글이 날라간 나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듯 했다. 살풀이 춤은 정말 하늘하늘해서 구름 위를 걷는 듯 했다.
다음은 동영상이 나오고 창작악단, 서울시합창단이 같이 한 광야는 이육사의 시 '광야'에 국악관현악과 합창을 접목한 작품으로 스스로 만들어 나갈 미래를 염원하는 곡이라고 설명이 되어있다. 서양 음악인 성악과 국악이 만나 새로운 느낌의 곡이었다.
8번째로 춘앵전이 나왔는데 순조의 아들 효명세자가 어머니 순원왕후의 40세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만든 춤이라고 한다. 이른 봄날 아침 노래하는 꾀꼬리의 자태를 표현한 궁중무용이다. 앞서 말했듯 천천히 추는 춤은 정말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무용수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9번째로 남도굿거리, 성주풀이가 연주되었다. 호남지역 향제 줄풍류 중 마지막 곡인 굿거리의 변화 선율에 남도민요 성주풀이 가락을 더한 구성지고 신명나는 기악합주곡이다. 이쯤되면 궁중음악과 민속음악의 차이를 많이 느낄 것 같다. 궁중음악은 절제되고 웅장한 느낌의 곡이 많은 반면 민속음악은 신명나는 느낌의 곡이 많다.
마지막으로 태평소를 비롯한 여러 관현악기들의 풍성한 선율과 역동적인 사물놀이 장단이 한데 어우러져 한바탕 신명을 돋우는 신모듬의 3악장인 놀이이다. 국악관현악의 웅장한 선율과 신명나는 사물놀이가 잘 어우러져 대미를 장식했다.
새해국악연인 만큼 정악단, 민속악단 등 다양한 악단의 연주를 볼 수 있고, 또 정악단은 정악단만 연주하는 것도 아니고 여러 악단끼리 같이 연주해서 더더 좋았다. 그리고 서울시합창단과의 합주도 좋았다. 이런 서양음악과 국악이 같이 콜라보하는 영상도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비록 서양악기를 전공하고 있지만 국악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서양음악과 같이 콜라보하는 공연이 많이 나온다면 서양 음악에 익숙한 사람들도 국악에 점점 관심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스크를 끼지 않은 관객들의 모습이 어색해질만큼 이제 마스크가 일상이 되어버렸는데 하루 빨리 이 사태가 해결이 되어서 실제로도 국악 공연을 보러다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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