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행사

2019 송년공연 "종묘제례악" [2019.12.25]

살면서 한 번도 내 의지로 국악 공연을 본 적이 없던 나는 어떤 공연을 선택해야 할지 너무 막막했다. 막 관심이 가는 제목의 공연도 없었고, 사실 뭐가 뭔지 모르는 마음이 제일 컸던 것 같다. 그러다가 떠오른 것이 지금 배우고 있는 종묘제례악을 들어보자는 것이었다. 종묘제례악은 어떻게 보면 우리 역사를 관통하는 것이기 때문에 음악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마침 국립국악원 유튜브에 종묘제례악 영상이 있어서 선정했다.

종묘제례악은 조선시대 왕실의 사당인 종묘에서 제사를 지낼 때 연주하는 노래와 기악 및 무용으로 구성된 제례악무를 가리키는 말이다. 종묘제례악의 의식 순서는 일반적인 제사나 종교의례와 비슷하다고 배웠다. 신을 맞이하는 영신례, 신에게 예물을 올리는 전폐례, 정성스레 마련한 제수를 올리는 진찬례, 그리고 세 잔의 술을 차례로 올리는 초헌례·아헌례·종헌례, 조상신이 복을 내려 준 음식을 제관이 나누어 먹는 것을 상징하는 음복례, 제기를 치우는 의식인 철변두, 신을 보내드리는 송신례, 제사에 사용된 축문을 불태우는 망료례의 순서로 진행된다.

종묘제례악은 두 개의 악대가 참여한다. 제사가 집전되는 종묘 건물의 댓돌 위에 위치한 등가에는 노래와 현악기를 비롯한 여러 관악기와 타악기가 편성되며, 댓돌 아래 마당에 위치하는 헌가에는 음량이 큰 관악기와 타악기가 더 편성된다. 종묘제례악은 음고가 고정인 타앙끼인 편종·편경··방향, 관악기인 당피리·대금, 현악기인 해금·아쟁 등이 선율을 연주한다. 그리고 모양과 색깔이 다양하고 기능이 서로 다른 탕악기인 축·어·장구 등이 편성된다. 작은 북인 절고는 등가에만 편성되고, 큰 북인 진고와 음량이 큰 관악기인 태평소는 헌가에만 편성된다.

종묘제례악에서 돋보이는 것은 제례악의 성악 부분인 악장이다. 종묘제례악은 한문 가사로 된 노랫말을 지니고 있으며, 그 내용은 역대 조종의 문덕과 무공을 찬양하는 내용이다. 따라서 등가와 헌가에는 반드시 남성 성악가가 참여하며, 이들이 부르는 노래를 악장이라 한다.

종묘제례악을 보며 제사라는 의식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집안의 종교에 따라 제사를 지내지 않았다. 가끔 큰집에서 제사 지내는 모습을 구경한 적은 있어도, 내가 참여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제사는 역사를 기억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그 절차가 복잡하긴 하나 우리의 선대를 기리고 기억한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임이 분명하다. 거기에 그 당시의 음악이 그대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으니 실로 교육적이지 않은가. 기회가 된다면 유튜브가 아닌 현장에서 그 소리와 감정 등을 느껴보고 싶고, 종묘제례악을 통해 국악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 생긴 것 같다. 국어와 음악을 전공하고 있는 입장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부분일지도 모르는 국악에 너무 무관심하고 문외한이었던 자신을 반성해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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