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행사

피아노 산조와 기타 산조, 로랑다움과 춘호스러움!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정기공연 "산조하조" 온라인 감상후기

‘조금 더 쉽고 편하게 국악을 접할 수 있는 공연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우리 주변에서 그나마 자주 접하는 피아노와 기타가 함께한 이 공연을 선정하여 관람하게 되었습니다. 유튜브로 봤지만, 관객들도 많고 공연장이 넓다는 것이 눈과 귀로 느껴졌습니다.
공연의 제목은 ”산조하조“로, 우리나라 전통 ‘가야금 산조’처럼 서양악기인 피아노와 기타로 그 흐름을 이어받는 형태였습니다. 공연의 처음, 중간, 끝으로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의 소리와 창작악단의 관현악합주도 들을 수 있어서 여러모로 풍성한 공연이었습니다.

1. 소리와 관현악을 위한 '바람과 나무와 땅의 시(時)'(초연)
○ 편곡/이정면, 협연/국립국악원 민속악단(유지숙·김민경·강효주·채수현)
해금, 가야금, 아쟁, 거문고 현악기와 피리, 대금 등의 관악기, 장구, 징, 북 등의 타악기의 잘 어우러지는 소리의 합주가 듣기 좋았습니다. 곡이 현대적으로 귀에 익숙하고 듣기 편하면서도, 국악기와 소리가 우리나라의 특색과 전통을 잘 느낄 수 있도록 여러 가지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듣기 좋았습니다. 그리고 연주자분들과 소리하시는 분들의 표정이 편하고 자연스러워서 보기에도 편했고, 소리하시는 네 분이 부채와 하얀 천(?)을 들고 곡의 분위기를 잘 표현하시는 몸짓이 흥겨워서 귀뿐만 아니라 눈으로 보기에도 즐거움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2. 함춘호 기타 산조 협주곡(초연)
○ 기타산조 공동작곡/류형선·함춘호, 연주/함춘호, 관현악 작곡/박병오
곡의 맨 처음에 ‘촤르르르’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무슨 악기인지는 몰라도 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리고 국악기에서 기타소리와 비슷한 처음 보는 악기가 있었는데, 그 악기가 다른 국악기들과 함께 나온 후에 해금의 강한 소리가 나오고 기타와의 합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공연을 보기 전에도 기타 소리가 국악기들과 어떤 하모니를 만들어낼 지가 가장 궁금했는데, 기타 소리가 같이 들어가는 시작부터 ‘아 잘 어울리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산조답게 기타만 연주하는 부분에서는 기타만의 특색을 잘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유난히 튀는 느낌은 아니었고, 국악기와 합주하는 분위기에 맞게 잘 어우러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중간에 기타를 바꾸시면서 코드를 짚는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 쇠로 된 고리(?)를 끼우셔서 기타의 소리를 특이하게 변하게 하는 효과를 주셨습니다. 최근에 기타를 칠 때 왼손에 반지를 끼고 연주하다가 반지가 기타 줄에 닿으면 ‘지잉’하는 소리가 났던 기억이 나서, 그 소리를 이 공연을 통해 예술적으로 표현하시는 것을 보고 신기했습니다.

4. 로랑 권지니(Laurent Guanzini) 피아노 산조 협주곡(초연)
○ 피아노 산조 작곡·연주/로랑권지니, 관현악 작곡/김대성
피아노와 우리나라 국악기들이 어우러지는 소리가 신비롭고 신기했습니다. ‘곡을 현대적으로 작곡/편곡해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면서, 여러 악기의 소리의 다름과 어우러짐을 함께 감상할 수 있어서 아름다웠습니다. 피아노가 들어올 때와 피아노에 다른 악기가 들어올 때 그 연결을 관악기가 해주었는데, 현악/타악기에 가까운 피아노가 연관이 없다고 볼 수 있는 관악기와 잘 어울린다는 사실이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서로 다른 종류, 소리지만 더 좋은 소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맞추어가는 노력을 하고, 결국 잘 어우러져 듣기 좋은 음악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음악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감동과 교훈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공연을 들으면서 창문 밖 풍경을 바라보니, 마치 현대 사극 드라마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도 받았습니다. ㅎㅎ

5. 관현악 산조합주(초연)
○ 공동 구성/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집박/박치완(악장), 편곡/류형선
악기들이 파트별로 나오는 부분에서 각 악기들의 특징과 차이를 소리와 연주방법 면에서 구분할 수 있어서 듣기 좋았습니다.
예전에는 마냥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생각했었던 국악 공연을 쉽게 접하면서 재미를 알게 되고, 우리나라의 전통을 음악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고 느껴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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