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정보

제12회 장애인 국악공연 ‘마음나눔’ 후기

2022년 10월 21일(금) 오전 10시 10분, 전라남도 무안군 삼향읍 소재 남악 ‘남도소리울림터’ 공연 시작 시간이 20분밖에 남지 않았는데 555석 객석은 거의 텅 비어 있다. 2013년 시작하여 어느덧 12회를 맞이하는 장애인 국악공연 마음나눔은 비장애인의 무관심과 공연장 대여의 문제 등 여러 가지 여건과 어려움 때문에 평일 오전에 시행하고 있다. 관객도 장애인과 유치원 원아들을 제외하면 거의 없긴 하지만 2021년 코로나 펜데믹으로 유튜브와 페이스북 실시간 중계 비대면 공연을 제외하고는 필자가 함께한 몇 년 동안 객석이 이렇게 썰렁하지는 않았었다.

주최자도 아닌 필자의 마음이 타들어 가는데 이 공연을 주최하는 장애인 문화예술공동체 ‘사람사랑’ 대표자 한홍수의 마음은 어떨까? 노파심이 앞선다. 이때 신체가 조금 불편해 보이시는 어르신들이 공연장 로비로 들어오셨는데, 밖을 보니 노란색 버스들이 정차를 하고 있었다. 주 관람객이 장애인 및 노인 복지 시설에 계시는 분들과 유치원생들이라 차량을 이용하여 이동할 수밖에 없는데, 너무 일찍 와 발생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애로사항을 줄여보려고 공연시간에 맞춰 왔다고 했다.

줄지어 들어오는 유치원 원아들 손에는 우유팩에 색종이와 스티커를 붙여 직접 만든 저금통이 들려 있었고, 로비 한쪽에 마련되어 있는 사랑의 열매 투명 모금함 밖에도 수북하게 쌓였다. 이 지역의 썸머힐유치원, 하나숲유치원, 새봄유치원, 새싹유치원, 성균관어린이집, 솔로몬어린이집, 사랑의 교회 어린이집 등에서 어린이들이 일 년 동안 푼돈으로 모은 성금이었다. 2013년 마음 나눔’공연을 기획하여 12년째 이어오고 있는 한홍수 대표가 어린이들이 ‘장애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익히고 배우도록 유치원선생님들과 뜻을 모아 2017년부터 마음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아름다운 모습이며, 이렇게 따뜻한 관람객으로 객석이 채워졌다.

어둠과 적막이 내려앉은 무대에 탈춤인 통영오광대놀이 중 문둥춤을 시작으로 광주광역시 영광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중증 시각장애인 5명으로 구성된 풍물패 참빛누리꾼의 사물놀이가 이어졌다. 비록 비장애인의 화려한 가락과 장단 조화에는 못 미치지만 시각과 지적 중증 장애를 딛고 열정과 노력으로 만들어낸 아름다움은 감탄과 감동의 뜨거움을 선물했으며, 문둥춤으로 장애인의 아픔을 무언의 절규로 보여주었다.

2002년 임방울국악대전 판소리 대통령상 수상자 시각장애인 정선화 명창의 성경판소리가 순천팔마고수대회 대통령상 수상자 비장애인 이원태의 편안한 북 장단 위에서 청아한 소리로 마음껏 춤추며 하나님의 영광을 찬양했다. 장애인의 고통과 비장애인들의 이유 없는 질시 속에서도 굳건하게 자신을 일으켜 세워 최고의 자리에 오른 모습은 장애인들에게 용기와 힘을 북돋아주는 선행(善行)이며, 비장애인 고수와 함께 무대를 이룬 것은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당당함이었다.

예술과 문화 활동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즐거움을 나누며 장애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해, 예술적인 재능을 가진 장애인이 역량을 개발하고 이를 보다 효과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포괄적 지원을 하는 장애무용 전문교육단체 빛소리친구들이 보여준 ‘해어화 황진이’ 작품 중 2장 놈이와 황진이의 사랑과 3장 예인의 길은 휠체어와 소형전동카를 타고 무대를 휘저으며 보여준 무용이었지만 비장애인이 무용에서 소품을 이용한 춤을 추는 것 같이 자연스럽고 아름다웠다. 짧은 시간의 제약 때문에 아쉬움이 많이 남았고 비장애인들의 편견을 무너뜨리는 놀라운 기쁨이었다. 해어화는 기생을 말하는 꽃이다, 장애인무용단체가 해어화 황진이 무용을 한다는 것은 그 시절 사회로부터 소외자인 기생도 자신의 삶을 자신의 의지로 꾸릴 수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며 현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장애는 조금 불편할 뿐이다’의 외침이었다.

판소리 흥보가 국가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 이난초 명창이 판소리고법 예능 보유자 김청만 명인의 반주로 들려준 ‘흥보 박타는 대목’과 전라남도무형문화재 우동농악보존회의 ‘함께 노는 판굿’은 국악계 최고의 명무·명인·명연희팀의 공연으로 지방소도시 이른 아침공연에 유치원 원아들과 장애인들로 거의 채워진 이름 없는 무대에서 보기 어려운 공연이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자신들의 명예가 실추되고, 얼마나 설수 있는 무대가 없으면 이런 무대까지, 부끄럽지도 않나’ 오해할 수도 있는 공연이었다. 이 분들이 무척 고맙다. 자신들의 안위를 내려놓고 이 사회에 따뜻함을 전달하기 위해 타지에서 아침 일찍 먼 길을 달려와 장애인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고귀한 행복을 만들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국악 공연을 통해 세상과 마음을 나누는 또 하나의 ‘마음나눔’이다.

지체 장애인인 한홍수 대표가 국악을 처음 접했던 뭉클했던 감동의 기쁨을 장애인에게 전달해 주고자 국악 가르치기 자원봉사를 하다, 장애인들뿐만 아니라 비장애인에게도 감동을 전달하기 위한 나눔 공연이 마음나눔으로 이렇게 꽃피우고 있는 것이다. 한 장애인의 노력이 씨앗이 되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하나가 되어 행복을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며 소중한 열매를 맺고 있는 것이다. 전남의 작은 도시에서 펼쳐진 장애인의, 장애인에 의한, 장애인을 위한 작은 무대이지만, 열정·기쁨·보람·긍정·사랑이 넘쳐난 고귀한 무대인 행복 가득한 ‘마음나눔’이 온 세상에 널리 전달되어 뜻있는 국악공연 ‘마음나눔’에 한 사람이라도 더 동참하기를 기원하며 축원한다.

세상 사람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장애인으로, 장애가 더 하고 덜한 차이가 있을 뿐이다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이윤선 사회자의 말이 가슴깊이 와 닿으며 마음나눔을 위해 수고하시고 도움주신 모든 분에게 따뜻한 마음을 담아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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