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정보

국립극장 완창 판소리 김경호의 박봉술제 적벽가 관람후기


국립극장 완창 판소리는 1984년부터 지금까지 40년 가까이 매달 1회 한 소리꾼이 판소리 한 바탕을 완창하는 무대이다. 우리의 전통이 점점 사라져가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판소리의 맥을 이으며 보존 발전시키는 소중한 터전이며 특별한 도전의 마당이다. 소리꾼에게는 영광의 무대이며 관객들에게는 많은 즐거움과 행복을 전하고 있다.

박봉술제 적벽가 완창 발표자 김경호 명창은 5살 때부터 아버지 김일구 명창의 영향으로 국악에 입문하여 아버지와 성우향·김영자 명창으로부터 사사를 받았다. 2001년 제5회 임방울국악제 판소리 명창부 대상을 받은 중견 소리꾼이며, 국가무형문화제 판소리 ‘적벽가’ 이수자로 진도군립민속예술단 예술 감독을 맡고 있다.

2022년 10월 15일(토) 오후 3시 국립극장 하늘극장 원형무대 남쪽 면에는 하얀 막이 쳐있고 대나무•국화•난초•매화, 묵화 걸개그림이 길게 걸려있다. 무대 중앙 탑(평상)에 깔린 화문석 오른 쪽에 소리북이, 왼편 뒤쪽에는 반닫이가 놓여 있어 마치 조선시대 어느 양반 댁 대청마루 같다.

소리판에 먼저 나온 사회자 유영대 전 국악방송 사장의 “판소리 적벽가는 관우가 화용도에서 조조를 죽이지 않고 달아나게 한 ‘삼국지연의’ 적벽대전(赤壁大戰)을 중심으로 하여 만들어졌으며, 조선 후기 이후 전해오던 판소리 바탕에서 춘향가·심청가·흥보가·수궁가와 함께 현재 남아있는 5바탕 중 하나로 양반 청중들이 좋아했다.”는 해설이 완창에 대한 기대를 부풀렸다.

오른 손에 길고 커다란 합죽선을 들고 화문석 중앙에 우뚝 선 김경호 명창이 1, 2부로 나누어 조용수•조용한 두 명의 고수와 함께 15분간 휴식을 포함하여 약 4시간의 대장정을 펼쳤다. “얼씨구•좋다•잘한다.” 관객의 추임새는 끊이지 않았고, 한 대목 한 대목 지나갈 때마다 쏟아지는 박수소리는 파도처럼 물결쳤다.

약간 거칠며 통 소리로 나는 김경호 명창의 소리는 적벽가를 듣기 위한 긴장감을 더했고, 간간히 적벽가와 전혀 상관없는 사설을 툭툭 뱉어내어 강직된 분위기를 풀어냈다. 적벽가의 내용을 더 실감나게 극적인 효과를 높이며 사실적(事實的)으로 전달받을 수 있도록 순간순간 적절하게 보여 주던 발림(몸짓)은 “타고난 광대로다.”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적벽강이 불바다가 되어 병사들이 처참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자진모리 장단 위에서 폭풍우처럼 쏟아내는 소리는 마치 눈앞에서 펼쳐지는 영상처럼 그림이 그려졌고 애타는 마음이 측은지심을 넘어 숨이 막혔다.

박봉술제 적벽가는 동편제로 씩씩한 창법과 웅장한 우조(羽調) 위주의 소리로 서편제와 달리 별다른 기교 없이 소리꾼의 통 소리로 이어진다. 남성적이고 장중한 소리 대목이 많아, 긴 시간이 이어지는 완창은 자칫하면 소리가 밋밋하고 지루질 수도 있어 소리꾼의 재주가 특히 중요한데, 소리의 강약과 장단의 변화조절이 매끄럽고 깔끔하면서 시원하게 들리는 소리에 지루하지 않고 집중하면서 행복을 누렸다.

1, 2부 시작 전에 유영대 전 국악방송 사장이 전투 장면과 등장하는 장수들이 많아 다른 판소리와 달리 알아듣기 어려운 말로 채워진 적벽가 전 대목에 대한 내용을 쉽게 전달해 준 덕이 더해져 판소리의 참맛을 더 쉽게 즐길 수 있었던 김경호의 박봉술제 적벽가 완창이었다.













댓글등록 현재 0자 (최대 1,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