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정보

국립극장 국립창극단 귀토 관람 후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 앞에서 위쪽으로 경사지게 약 25m 깊숙이 들어간 커다란 목재 무대 위 중심부에 높낮이와 경사도가 조절되는 가로·세로 8m, 정사각형 대형 LED 패널 특수 무대를 하나 더 설치하여 화려한 영상과 이미지를 만들어 내면서 특별한 무대 장치 없이 관객에게 시각적 효과와 화려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놀라움과 색다름의 충격이 지속적으로 바탕에 깔렸다.

빛·조명·색이 어우러져 소리를 춤추게 하고 발림에 광채를 더했으며, 기악은 흥을 용솟음치게 하였다. 130분 공연 내내 유쾌함·즐거움·기쁨이 빈틈없이 가득 찼고 ‘오늘 내가 이곳에서 사는 삶이 행복이다.’ 메시지를 남기는 참 좋은 공연이었다.

모티브는 판소리 수궁가 토끼전이었지만, 끝을 맺는 수궁가에 이어 용궁에 다녀온 토끼의 자식이 ‘천재·지재·인재’ 삼재와 ‘배고픔·목마름·추위·더위·물·불·칼·병란(兵亂)’의 팔란(八亂)이 넘치는 산중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이상세계를 찾아 제 발로 용궁으로 찾아들어가 한발 늦은 자신의 아둔함을 깨닫고, 우여곡절 끝에 고향으로 돌아와 진정한 삶의 행복이 무엇인지를 체험을 통해 터득한다는 내용이다.

토자 김준수, 자라 유태평양, 토녀 민은경이 주인공인 것 같지만 국립창극단 모든 출연진들이 여느 음악극과 달리 개성이 뚜렷한 자기 배역을 출중한 소리로 쏟아내며, 관객의 눈을 집중하게 만든 발림 등은 등장회수와 등장시간의 차이를 빼고 나면 모두가 주인공이었다. 여기에 쉬지 않고 쏟아내는 때창은 화음의 아름다움과 소리의 웅장함으로 극의 흐름을 물결치게 했고 관객들에게 뜨거운 열기를 솟구치게 했다.

극의 전체 흐름이 토자와 자라가 중심되어 이끌어 가는 이야기이지만 출연자 모두가 용왕·단장·코러스장·포수·양치기·뱃사공·수문장·하데스·오르페오·에우리디케·사냥개·나무늘보·토끼(토녀,토부,토모,토할매,토사촌,토팔촌,앞집토)·독수리·까마귀·갈매기·호랑이·백여우·너구리·노루·자라(자라모,자라처)·거북이·남생이·오징어·쭈꾸미·전기뱀장어·민어·도미·조기·꽁치·넙치·곰치·정어리·짱둥어·꽃게·벌떡게·해마·독뱀 등 각각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익살스런 몸짓과 통통 튀는 대사, 툭 내던지는 한마디, 순간에 강하게 남기는 제스처가 해학과 풍자, 익살과 유머로 찬란한 빛을 발산시키며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아버리는 새로운 형태의 음악극 현장이었다.

중간 휴식시간 20분을 포함하여 150분의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아 빨려 들었던 집중력과 전통 창극을 바탕으로 탄생한 현대적 우리 창작 음악극 ‘귀토’의 완성도와 우수함은 그 어느 서양 뮤지컬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더하여 휴식 시간을 끝내고 2막 시작 전 1934년생(89세) 윤충일 명창이 들려준 ‘수궁가’ 한 대목은 신의 한 수였다.

극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고선웅의 기발한 발상과 현 시대 관객의 요구와 추구를 정확히 찾아내어 작품을 만들고 커다란 만족을 선물한 것이 참 대단했다. 여기에 작곡과 작창을 맡아 소리와 기악 위에 귀토를 춤추게 만든 한승석의 뛰어난 능력에 감탄을 더 할 수밖에 없었다.

좋은 소리꾼, 빼어난 음악, 훌륭한 무대, 삼위 일체 속에서 노래하고, 춤추고, 떠들고, 놀고, 웃고, 울며, 관객의 마음을 행복으로 가득 채워주며 미련을 남겨준 국립창극단의 ‘귀토’가 한없이 자랑스럽다.

귀토의 탄생에 혼신의 힘을 다한 모든 출연진, 제작진, 국립극장종사자에게 온 마음 다해 따뜻한 고마움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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