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행사

‘꼭두’ ? 시공간을 넘어서

국립국악원은 이번 공연에서 의례적으로 국악을 전공하지 않은 영화 감독을 ‘꼭두’의 연출로 섭외했다. 연출 덕분인지 결과적으로 ‘꼭두’는 자리가 매진되는 등 좋은 성적을 거두며 끝났다. 그렇다면 영화감독인 그의 연출은 어떤 면에서 ‘꼭두’를 성공시켰는가?
꼭두의 연출 - ‘김태용 감독’.
김태용 감독은 영화 감독 답게 무대에 스크린을 설치해 영상을 보여주며 한편의 영화를 보여주는 연출을 시도했다. 그리고 영상연출만을 넘어서서 그는 객석의 관객, 무대의 배우들, 스크린안의 세상을 하나로 이어 무대의 입체감을 더 넓혔다. 처음 공연이 시작하기 전 ‘시중꼭두’가 나와 관객들에게 말을 건다. 이 행위는 관객들을 공연에 더 몰입하게 하며 극적으로 봤을 때는 관객들을 환영하며 그들을 꼭두의 세계에 참여시킨다는 의의가 있다. 이 의도는 첫번째 프로그램인 환영식에서도 드러나는데, 국립국악원이 추는 무고와 헌선도는 장수를 염원하고 관객들을 환영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이때부터 관객과 무대의 세계가 공유된다. 그는 이미 무대와 객석을 하나의 무대로 만든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에 드러나는 영상미 넘치는 스크린 속의 영상은 무대에서는 연기하며 볼 수 없는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극복하게 해준다. 김태용 감독은 이런 연출을 통해 무대 공연예술의 한계와 영화의 시,공간적 한계를 서로 극복한 모습을 보여준다.
‘꼭두’
그렇다면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꼭두’를 왜 이 극의 주제로 사용한 것 일까. 꼭두는 저승과 이승을 이어주는, 꿈과 현실을 이어주는, 일상과 비일상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된다. 단순히 극에서만 한정되어 아이들이 할머니의 꽃신을 찾는데 이승과 저승을 연결해 주는 존재가 아니라 객석의 관객과 무대, 그리고 영상 속 세계 까지를 이어주는 이 공연의 전체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또한 꼭두가 연결해 주는 세계는 둘다 연결되어 있고 한세계만 겪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특징 때문에 관객들은 ‘저승’이라는 현재의 우리와 먼 소재를 가지고도 나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가지게 된다.
꼭두에 나오는 4명의 꼭두
이번 공연은 의례적으로 국악인이 아닌 영화배우를 몇 명 캐스팅했는데 이러한 결과는 연기를 할 때 극의 몰입도가 높은 공연을 만들어냈다. 예악당이라는 큰 무대에서 스크린 속에서 뿜어내는 에너지를 뿜어내면 예악당이 비어 보이지 않을 까도 싶지만 오히려 그들은 그 에너지를 무대라는 더 큰 곳에 방출시키면서 무대전체에 몰입감을 주었다.
또한 ‘시중꼭두’라는 신체훈련이 매운 잘되어 있는 국립국악원 무용단 소속의 배우를 캐스팅함으로써 꼭두들 간 연기의 밸런스가 뛰어난 공연을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꼭두 뿐만 아니라 ‘해태’라는 소재가 등장하는데 해태라는 우리민족과 친근한 상상속의 동물이 꼭두에 친근하지 않은 관객들을 좀 더 극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이어주며 극 내에서는 아이들에게 친근하지 않은 저승이라는 세계를 두려워하지 않게 해준다.

국립국악원 무용단, 악단
특히 이번 공연은 국립국악원 무용단과의 협업이 돋보이는 무대였다. 환영식에서 나온 무고와 헌선도는 관객들의 장수를 염원하며 관객과 무대를 처음으로 연결시키는 매개체역할을 했으며 서천꽃밭에서 부채춤과 장구춤으로 아름다운 꽃밭의 꽃들을 생동감 넘치게 표현했다. 삼도천에서는 살풀이와 강강술래를 통해 우리민족이 가지고 있는 정서를 표현하고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강강술래를 선보였으며, ‘법고춤’ 이라는 절에서만 쓰이는 춤을 통해 지옥을 더 생동감 있게 표현하였다. 이렇게 완전히 창작된 춤이 아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전통적인 춤들을 통해서 극의 내용을 표현하였는데 전통적인 춤을 사용했다고 해서 현대적인 극의 내용과 이질감은 없었으며, 오히려 잘 어울려지고 극을 살려주는 무대였다.
이러한 특징은 마찬가지로 음악에서도 드러났다. 두번째 씬에서 연주된 곡은 아이들 특유의 천진난만하고 귀여운 감성을 표현하였는데 이때 연주된 곡이 ‘양청도드리’였다. 또한 ‘월절명’에서 보여주는 진한감성과 해태의 익살스런 모습을 보여주었던 ‘ 북청사자 놀음 퉁소가락’, 할머니의 애잔한 세계를 보여주는 ‘흥타령 수심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들리는 ‘진도만가’- 상여행렬에서 연주되는 곡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이 극이 전하고자 하는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
꼭두는 예술적으로 완성된 공연일까.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은 이 공연이 예술적인가? 만을 평가하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플롯만 가지고 자연스럽고 재미있는가를 평가할 수도 있고 음악적인 완성도만을 평가할 수도 있다. 이승과 저승이라는 가깝고도 먼 세계에 대해 아이들부터 할머니의 시각으로 표현해 낸 이 극은 상당히 극의 수용범위를 광범위하게 만들어주었다는 점에서 스토리의 완성도가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씬들을 하나하나 전통적 입장에서 분석해도 우리 전통음악과 무용을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극의 내용에 잘 녹여냈다는 점에서 예술적 완성도도 상당히 높다고 볼 수 있다. 결국 ‘꼭두’는 무대를 이어주고 서로 다른 세계의 경계를 허물어 이어주고 우리의 전통음악과 동시대성을 띄는 극 사이의 모든 경계를 허물었다는 점이 일맥상통하는, 상당히 방향을 잘 잡은 공연이다.
이번 공연은 단순히 작품의 예술적 가치가 높은 것 뿐만 아니라 국립국악원이 우리의 전통에 대한 경계성을 허물고 친숙하게 관객들에게 다가갔다는 점에서도 상당히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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