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사전

노동요

  • 작성일2014-11-16

 

【정의】일을 하면서 부르는 민요.

이칭일노래, 작업요

유래 및 역사노동요는 우리 민족이 한반도에 정착할 때부터 존재했다. 19세기 말, 조선을 방문했던 미국인 역사학자이자 선교사였던 호머 헐버트(Homer Hulbert)의 저서인 ??The Passing of Korea(대한제국멸망사, 1906)??에는 메기고 받는 형식으로 된 농요(農謠)의 악보가 실려 있다. 헐버트는 “선소리꾼은 대개 고정된 공식어구(set formula)를 부르지만, 가끔씩 가장 즐거운 방식으로 즉흥(improvise)적으로 부르기도 해서 뒷소리꾼에게 커다란 즐거움을 준다. 노래는 모두 재미있는 것이고, 일꾼들의 일을 놀이처럼 만드는 것이다”라고 기술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한 명의 선소리꾼이 메기는 소리와 여러 명의 뒷소리꾼이 받는 소리가 한 장단씩 교대로 부르는 형식의 농요가 19세기 말에 이미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내용노동요는 일을 할 때 부르는 노래이다. 농사일처럼 여럿이 일을 할 때 노동의 속도를 맞추기 위해 부르는 경우도 있고, 혼자서 일을 할 때 노동의 고됨을 덜기 위해 부르는 경우도 있다. 노동요는 노동의 유형에 따라 농사를 지을 때 부르는 농요(農謠, 들노래) 뱃일을 하면서 부르는 어요(漁謠, 뱃노래)가 큰 갈래를 이루고, 이 외에 토목?건축, 벌목?채취, 운수, 수공 등의 노동과 관련된 노래와 여성이 가사 노동을 하면서 부르는 노래 등의 기타 노동요로 세분한다.

농요는 전통 사회에서 연행되는 민요 중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예전에는 농사의 각 절차마다 부르는 농요가 존재했으며, 우리 민족의 주산업이 논농사이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노래가 가장 많다. 그 이유는 흔히 ‘두레’라고 하는 집단 노동 때문에 일의 속도를 맞추고 고된 노동의 작업에 신명(神明)을 불어넣기 위함이다. 농요는 대개 한 사람의 선소리꾼이 선소리(앞소리)를 메기고 여러 명의 농민이 뒷소리를 받는 형식의 메기고 받는 형식(先後唱)의 노래가 많다. 또한 느린 속도의 긴소리로 시작하여 빠른 속도의 자진소리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농요는 농사일의 각 절차에 부른다. 겨울을 지내고 봄에 논에서 소를 몰아 쟁기질을 하면서 부르는 <논가는 소리>가 논농사의 시작을 알린다. 봄에 피어난 갈나무 새순을 꺾어 논에 거름을 넣는 과정에서 부르는 노래는 <갈 꺾는 소리>와 <갈등짐 소리>이다. 이어서 소를 몰아 써래질을 하는 과정은 ‘논을 삶는다’는 의미의 <논 삶는 소리>를 부르고, 논을 쇠스랑으로 고르면서 부르는 <논 꾸미는 소리>가 있다. 논을 고르는 동안 모판에서는 <모 찌는 소리>를 하고 모를 쪄서 논에 심을 때는 <모 심는 소리>를 한다. 논에 물을 댈 때는 <물 푸는 소리> 혹은 <두레질 소리>를 한다. 여름이 되어 논에 벼가 어느 정도 익으면 피(잡초)를 뽑아야 하는데, 이때 부르는 소리가 <논매는 소리>이다. 논을 다 매고 농부가 마을로 들어오면서 부르는 노래로 <논매고 오는 소리> 혹은 <풍장 소리>가 있다. 벼가 익으면 새가 와서 나락을 먹어치우기 때문에 새를 쫓기 위해 <새 쫓는 소리>를 부른다. 가을이 되어 벼가 다 익으면 벼를 베면서 부르는 <벼 베는 소리>가 있고, 베어낸 볏단을 묶으면서 <볏단 묶는 소리>를 하고, 볏단을 논두렁에 세우면서 <볏단 세는 소리>를 하, 볏단을 지게로 져서 나르는 <나락등짐 소리>도 다. 벼 타작을 할 때는 도리깨질을 하면서 부르는 <도리깨질 소리>와 볏단을 큰 나무에 내리치면서 부르는 <벼 떠는 소리> 혹은 <바심소리>가 있고, 검불을 날려 보내면서 <나부질 소리> 혹은 <죽가래질 소리>를 한다.

 밭농사를 지을 때 부르는 소리도 종류가 많다. 밭을 갈기 위해 소를 몰아 쟁기질을 하면서 <밭 가는 소리>를 하고, 좁씨를 뿌린 후 밭을 밟으면서 하는 <밭 밟는 소리>, 밭 지심을 매면서 하는 <밭 매는 소리>, 보리를 타작할 때 부르는 <보리타작 소리>, 밭 거름을 만들면서 부르는 <풀 등짐 소리>와 <풀 써는 소리> 등이 있다.

어요는 해안 지방에서 어업과 관련된 노동을 하면서 부르는 노래이다. 뱃일도 주로 집단 노동으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 문에 어요도 집단적으로 메기고 받는 형식의 힘찬 노래가 많다. 어민이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서 고기잡이를 위해 부르는 <닻 감는 소리> <노 젓는 소리> <그물 당기는 소리> <고기 푸는 소리> 등과 만선이 되어 흥겹게 부르는 <만선 풍장 소리>나 <배치기 소리> 등이 어업과 관련된 대표적인 민요들이다. 이 외에도 <갈치 낚는 소리> <미역 따는 소리> <굴 캐는 소리> 등의 지역에 따른 특수한 어요도 있고, 해녀들이 부르는 각종 민요도 어요에 속한다. 또한 고기잡이를 준비할 때 부르는 <줄 꼬는 소리>, <갈방아 찧는 소리>, <배 올리는 소리>, <배 내리는 소리> 등도 어요에 속한다.

 여성들의 가사 노동요도 노동요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대부분의 노동요가 남성들이 부르는 데 반하여 가사 노동요는 주로 여성들이 부르기 때문에 이를 ‘부녀요’라고도 한다. 방아를 찧으면서 부르는 <디딜방아 소리>, <연자매질 소리>, <맷돌 소리> 등이나 길쌈을 하면서 부르는 <삼 삼는 소리>와 <물레질 소리>가 여기에 속한다.

 이 외에도 다른 종류의 일을 하면서 부르는 노동요가 있다. 토목공사와 관련된 노래로는 연자 맷돌을 운반하면서 부르는 <방앗돌 굴리는 소리>와 통나무를 운반하면서 부르는 <목도 소리>가 있다. 집을 지을 때는 집터를 다지면서 부르는 <가래질 소리>, 주춧자리를 다지면서 부르는 <집터 다지는 소리>, 지붕이나 벽에 흙을 바르면서 부르는 <흙질 소리>, 상량식을 할 때 부르는 <상량 소리> 등이 있다.

나무를 베는 벌목 노동요로는 <통나무 베는 소리>와 <운반하는 소리>가 있고, 땔나무를 할 때 부르는 <나무하는 소리>, <나무 등짐 소리>, <장작 패는 소리> 등이 있다. 이 외에 나물이나 열매 등을 따면서 부르는 채취 노동요로 <나물 뜯는 소리>, <잣 따는 소리>, <열매 따는 소리> <갈대 베는 소리> 등이 있다.

 물건을 운반하면서 부르는 운수 노동요로는 육로로 운반하는 <달구지 모는 소리>가 있고, 수로를 이용하는 <강배 젓는 소리(시선뱃노래)>, <강배 끄는 소리>, <뗏목 소리> 등이 있다. 가마를 이용한 운수 노동요로 <가마 메는 소리> 있다. 물건을 만들 때 부르는 노동요로 대장간의 <풀무 소리>, 통나무를 가공하는 <통나무 켜는 소리>와 <통나무 깎는 소리>가 있다. 이 외에도 망건을 만들면서 부르는 <망건 소리>는 가내 수공업과 관련된 노래이다.

【필자】이용식

참고문헌이용식. [민속, 문화, 그리고 음악]. 서울: 집문당, 2006.

최상일. [우리 소리를 찾아서]. 서울: 돌베개,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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