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정보

국립 무용단 산조 후기

산조는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이 2017년 10월에 시작한 리모델링 공사를 끝내고 마무리 개선 사항 보완을 위해 시범 운행 행사의 하나로 2021년 6월 24일부터 26일까지 하루 한 차례씩 올린 국립무용단 무용공연이다.

한국 전통 민속음악 속에서 산조는 기악독주곡 형태로 즉흥성이 강한 음악이며 19세기 말 김창조(金昌祖)의 가야금산조가 효시이다. 느린 속도의 진양조장단으로 시작해서 차츰 빨라져 중모리, 자진모리, 휘모리로 끝난다. 산조를 연주할 때는 장구반주가 필수이며 처음 한두 장단은 기본 장단으로 시작하기에 여러 장단의 구별이 쉽다.

무용은 그냥 춤이 아닌 우리전통 춤, 서양 춤, 발레 등 여러 장르의 춤을 아울러 감정과 의지를 음악과 함께 몸으로 표현하는 행위 예술이다. 한 사람이 표현하기도 하지만 떼로 무리를 지어 보여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춤은 보이는 대로 이해하면 되지만 무용은 어떤 면에서는 형이상학적 이해를 필요로 하여 무용의 내용을 알고 감상해도 무척 어렵다. 공간과 시간 속에서 무용수는 늘 주인공이지만 관객은 혼돈과 혼란의 연속이라 지금 내 눈 앞에 보이는 이 순간순간을 이해하며 즐기는 것도 벅차다.

국립무용단 산조는 민속음악 산조를 무용으로 표현했다. 즉 한 장르의 음악 전체를 몸으로 보여준 것이다. 우리 전통 춤의 특징인 정(靜)중(中)동(動)을 근간으로 삼아 산조의 흐름인 느림의 시작에서 휘모리의 최대 빠름까지를 크게 삼등분하여 막(幕)을 나누었다. 소리∙음악∙빛∙조형∙도형으로 공간을 채웠고 색깔∙도구∙분장∙의상으로 시간을 만들었으며 무용수의 숫자∙흩어짐과 이어짐∙율동으로 음률과 장단을 표현했다.

딱 따 닥 장구가락 속에 구음이 울려 퍼지며 커다란 바위덩어리가 허공에서 천천히 내려와 무대의 한 공간을 차지한다. 활짝 핀 함박꽃을 뒤집어 놓은 것 같은 형태의 담채색 치마와 올려 붙임머리에 긴 비녀를 꽂은 여무(女舞)가 독무(獨舞)로 우리 전통춤의 부드러움과 아름다운 선의 자태 속에 절도 있는 동작으로 정(靜)을 만들고 사라진다. 아홉 명의 여무가 흰 상의 허리부분부터 사선으로 그어 내린 크고 넓은 검정 치마를 입고 거문고 가락 위에서 색깔과 율동의 조화로 산조의 아름다움을 보여 준다. 하얀 긴 일자형에 양쪽 옆트임이 까만 도포를 걸친 다섯 명의 남무(男舞)가 둥둥 울리는 북소리와 함께 무대를 장악하더니, 역동적 군무로 북∙장구∙거문고가 혼재된 음률의 파도를 넘실넘실 넘나들며 산조의 앞 부문을 마무리 한다.

무대 바닥은 빛으로 여러 갈래 길을 만들고 허공에는 역 이등병 삼각형이 매달린 채 강한 이미지를 형성하며 시선을 끌어들인다. 온통 녹색 무복의 여 독무가 막의 열림을 알리더니, 녹색 무복, 보라색 무복, 검은 상의에 하얀 바지치마 무복의 무용수들이
떼로 움직이며 줄(線)을 만들었다 풀고, 긴 막대와 짧은 막대를 이었다 붙여가며 만남과 형태, 완성과 깨뜨림으로 무대를 휘저었다. 현악기의 마찰음은 귀청을 찢고, 뇌까지 흔들리게 하는 구음에, 아쟁∙거문고 현악기와 장구∙북 등 타악기, EDM 까지, 불협화음 같으면서도 하나로 통일된 우렁찬 소리가 가슴 속까지 파고들며 춤과 음악이 만들어내는 무용의 매력과 현장성이 실감나게 와 닿은 2막이다.

허공에 커다란 원이 하나 떠있고 그 속에 파란 물줄기가 약동 한다. 찰현악기의 애잔한 울림과 커다란 비음(鼻音)이 섞여 한(恨)의 아픔처럼 들린다. 까만 무복을 입은 한명의 무희가 검은 장대를 들고 무대를 휘감다 멈춘다. 하얀 무복과 검정 바탕은 흑과 백이 교차하며 대비되는 오묘한 그 무엇을 전달한다. 허공에 떠 있는 커다란 원은 어느새 두 개로 변하여 무한한 산조의 세계를 보여주려 것 같고, 무용수들의 두 손에 각각 들린 짧은 막대는 선반 장구를 치다 오고무를 두들기고 화려한 부채춤으로 변한다. 반주소리는 음을 조이고 풀면서 다양하고 화려한 춤의 변화를 끊임없이 이끌며 산조의 뛰어난 즉흥성이 보이냐고 강요한다. 춤으로 표현한 산조에 만족 하셨습니까? 질문을 던지며 막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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