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행사

국립남도국악원 씻김굿 관람후기

2013년 4월 10일 국립국악원 교류공연으로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 오른 국립남도국악원 씻김굿은 진도(珍島)의 여러 세습무(世襲巫) 집안 무계(巫系)에 따라 굿의 절차가 약간씩 다른 ‘ 씻김굿 ’중 채정례 세습무 씻김굿을 채정례 단골의 굿 지도와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진도씻김굿 예능 보유자 박병원의 굿 음악 지도로 새끼 단골과 조(助)무당들이 국립남도국악원의 제작과 연출로 초가망석 부터 액막음 까지 차례대로 아홉 거리 굿을 무대에서 보여준 공연 아닌 씻김굿 이었다.
 
씻김굿은 서남해안 지역에서 행해지던 넋 굿으로 망자(亡者)생전의 맺힌 원한과 좋지 못했던 것을 깨끗이 씻어 주어 편하게 저승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굿이다. 굿의 목적이나 상황에 따라 상가(喪家)에서 하는 ‘곽 머리 씻김굿’, 날을 받아서 하는 ‘날받이 씻김굿’, 물에 빠져 죽은 혼을 건지기 위한 ‘혼 건지기 굿’, 미혼으로 죽은 이를 위한 ‘저승 혼사 굿’등 조금씩 그 형태가 다르며, 굿의 절차도 물에서 죽은 사람, 객사한 사람, 미혼으로 죽은 사람 등 상황에 따라 약간씩 달라지기도 한다.
 
하지만 시대 변천에 따른 사회 문화적 변화로 그 원형이 와해되고 사라지고 있지만 진도는 섬이라는 특성 때문에 전통 씻김굿이 아직까지 몇몇 세습무 집안에 의해 보존 될 수 있었다. 더하여 진도 씻김굿은 ‘ 굿 ’이 가지는 의미와 진도인 들의 생활 속 해학(諧謔)과 잔치가 담겨있다.


본래 진도 씻김굿은 가장먼저 무녀 혼자 징을 치며 무가(巫歌)를 하는 부엌 신 모시기 조앙, 집안의 최고신 성주 신 모시기 안당을 시작 거리(절차)로 집안에서 하고 마당에 만들어 놓은 굿 청(廳)으로 옮겨 초가망석 부터 액막음 까지 차례대로 아홉 거리 굿을 끝낸 다음, 무당혼자 굿 청을 떠나 대문간이나 골목길에서 씻김굿에 초대받지 못하고 구경 온 잡신(雜神)들을 대접하여 배송하는 종천으로 마무리 한다.
 
이날 채정례 씻김굿은 망자의 영혼을 천도(天道)하는 곽머리 굿으로 가창(歌唱)과 장단, 사설(辭說), 덕담으로 이어지며 길게는 날밤을 세우며 하는 ‘ 씻김굿 ’을 축약 정리하여 약 100분 동안 사설과 덕담은 거의 생략하고 아홉 거리 가창과 장단위주로 시연 하였다.
 
사물 타악기 반주의 민속 굿과 달리 ‘진도 씻김굿’ 특유의 아쟁, 거문고, 가야금, 대금이 포함된 뛰어난 음악 반주와 다양한 장단 속 남요 민요를 듣는 것 같은 가창만으로도 ‘ 진도씻김굿 ’의 특징과 형태를 잘 전달 해 주었으며 씻김굿을 처음 접하는 관객들에게는 한편의 뮤지컬 같이 펼쳐지는 ‘ 진도씻김굿 ’의 극적인 아름다움과 매력에 푹 빠지게 하였다.
 
맹인남편, 부인, 땡 중, 세 명 광대의 즉흥성이 강한 해학연극 ‘다시래기’를 제석 굿과 넋올리기 사이에 넣어 관람객들에게 짧은 즐거움도 제공 하였다. 씻김에서는 관람객 30여명을 무대 위 굿판으로 불러내어 망자와 함께 씻김을 해주는 기쁨을 나누어 주었고 아홉 거리가 끝나자 조무당들이 씻김 떡을 관객들에게 하나하나 나누어주어 씻김굿이 가져다주는 알 수 없는 만족감을 채워 주었다.
 
‘다시래기’는 출상(出喪) 전날 밤에 상가(喪家) 마당에서 상주와 유족들의 슬픔을 덜어주고 위로하며, 친지와 동네사람들은 밤늦도록 상가 집에서 제공하는 음식을 먹으며 흥겹게 구경하는 상여(喪與)놀이이다. 진도에서는 상주에게 초상(初喪)의 슬픔에만 잠겨 있지 말고 망자가 이승으로 편하게 가시여 극락장생 하시라고 축원하는 마음으로 보내드리라는 의미로 행하여지던 민속놀이이다.
 
이와 같이 지금은 진도(珍島) 초상집에 가도 구경하기 어려운 ‘진도씻김굿’을 체험 해 볼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 아쉬워 초가망석 부터 액막음 까지 아홉 거리의 간단한 설명과 함께 후기로 정리 해보았다.
 
초가망석 ? 부정을 물리고, 집안의 우환을 제거하고, 가족의 재수를 비는 내용의 무가를 부르며 망자와 굿을 위한 신(神)들을 청배하여 굿을 하게 된 내력을 알리는 거리.
 
손굿쳐올리기 ? 손님 신을 청해 해를 끼치지 말고 좋게 해주고 가시라는 축원을 하는 거리로 진도 단골들은 먼 조상신이나 친구 신을 말하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천연두신을 의미 한다.
 
제석굿 ? 무녀가 한복 위에 장삼과 목에 염주를 걸치고, 머리에 고깔을 쓰고 가정의 번창과 자손의 수복(壽福) 및 재수를 관장하는 제석신을 청배해 복덕을 축원하는 가정과 자손에 대한 구복적(求福的) 성격이 강조되는 거리.
 
넋올리기 ? 망자의 넋을 올리는 거리로 망자의 영혼을 굿 청에 모셔서 위로하고 달래기 위한 과정으로 망자를 이승에서 저승으로 보내는 의미를 담고 있다. 먼저 돗자리를 깐 후 그 위에 사람이 입은 모양으로 망자의 옷을 펼쳐두고 돗자리를 둘둘 말아 세 매듭으로 묶어 망자의 육신으로 간주되는 영돈을 만들고 한지를 사람 모양의 형상으로 오려 만든 20cm 정도 크기의 무구(巫具) 넋을 망자의 옷가지 위에 놓고 지전(紙錢)이나 신 칼의 꽃술로 들어 올리면서 무가(巫歌)를 부르며 본격적으로 망자를 위한 굿이 시작 된다.
 
희설 ? 무녀 혼자 망자 상 앞에 앉아 무가를 부르며 망자가 극락에 갈 때까지의 각종 어려운 관문을 무사히 넘기고 가라 축원하는 거리로 무가에는 불교적 저승세계가 자세히 묘사되고, 망자의 60갑자에 따라 통과하는 시왕문이나 불교적 신 이름 등 어려운 문자(文字)가 많아 큰무당이 주로 무가를 부른다.
 
씻김 ? 씻김굿 절차 중 가장 절정에 거리로 영돈을 세워 넋을 담은 밥그릇을 얹고, 그 위에 누룩을 놓고, 마지막으로 솥뚜껑으로 덮어두고 무녀가 영돈의 솥뚜껑을 숟가락으로 두드리거나 물로 씻으면서 망자의 천도를 비는 무가를 부르며 망자의 넋을 불순하고 더러운 것으로부터 깨끗하게 씻어 준다. 씻김에서 사용되는 물은 향물, 쑥물, 맑은 물이다. 이 물을 차례로 빗자루에 적셔 위로부터 아래까지 골고루 씻겨 내린다.
 
고풀이 ? 긴 무명베를 일곱 매듭으로 지어, 굿 청의 명두대나 차일 기둥에 맨 다음 그것을 잡고 풀면서 무가를 부르며 망자가 생전에 맺힌 한(恨)을 풀어주는 거리.
 
길닦음 ? 망자의 넋이 극락으로 가는 길을 닦아주는 거리로 안방에서부터 마당으로 길게 펼쳐 놓은 무명베가 길이 되며 이승과 저승을 이어주는 길 또는 다리를 상징한다. 이 길을 지나 망자가 저승에 들어가게 된다고 여기며, 무명베의 양쪽 끝을 가족들이 붙잡고 서면 무녀는 대로 엮어 지전(紙錢)을 매단 30㎝ 크기의 망자 넋이 담긴 용선(龍船=넋당석)을 베 위로 조금씩 움직이면서 길을 닦는다.
 
액막음 ? 유족들의 안녕과 복을 축원하는 거리로 굿을 관람하는 모든 사람들의 액(厄)을 막아 주는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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