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행사

2021 12/4 국립국악원 토요명품 공연 후기

서두

공연을 보러 갔을 때, 관광객들이 생각보다 많이 온 것 같은 것에 솔직히 조금 놀랐다. 학교 차원에서의 체험학습도 아니고 주말에 스스로 국악공연을 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의외였고 신기하기도 했다. 그것은 국악은 재미없다는 선입견에서 시작되어 국악을 직접 보는 사람도 있구나라는 바람직하지 못한 생각이었다. 이런 생각이 조금은 바뀐 것은 공연이 끝났을 때였다. 그런 편견은 나도 모르게 집중하고 있던 것을 눈치 챈 순간마다 차차 줄어들었다. 아직 난해하고 길게 듣기 힘든 곡들도 있었지만, 그 속에서도 곡이 만들어진 의도를 파악하며 들으면 조금이나마 재미를 찾을 수 있었다.

아래의 6곡은 모두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종묘제례악 중 전폐희문

종묘제례악은 선왕과 선왕비, 즉 조상들의 넋을 기리는 제사를 거행할 때 연주되는 제례악이며, 왕의 문덕을 칭송하는 보태평 11곡와 무공을 찬양하는 정대업 11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폐는 조상께 예물을 바치는 절차이며, 이때 연주하는 보태평 중 한 곡이 희문이다. 즉, 전폐희문은 본래 보태평 중 한 곡이었으나 후에 독립된 곡이 되었다. 희문은 ‘빛나는 국운, 문화 정치’의 의미를 지닌 노랫말에서 따온 것이다. 박, 축, 어, 피리, 해금, 바이올린처럼 켜는 금 , 편종, 편경 등과 동시에 무용수 한명도 있었다. 가장 중앙에는 가부좌한 채 노래하는 분도 계셨다. 제사를 지내는 장엄한 의식의 곡인만큼 강약이 없고, 매우 느린 박자를 유지한다. 이로 인해 제사를 얼마나 중요하고 진지하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었다. 박과 축이 초반에 연주하면 순차적 없이 거의 모든 악기가 나오며, 끝날 때까지 유지된다. 마무리는 어를 긁는 방식을 사용한다.

처용무

사람 형상의 가면을 쓰고 추는 유일한 궁중무용이다. 신라 후기부터 현대까지 행사 때 연주하고 있는 광활한 역사를 지녔으며, 병을 내쫓는 신인 처용을 중심으로 모두가 만수무강하고 병도 물리치고 악한 기운이 들어오지 않도록 음악에 맞춰 춤추는 일종의 의식이다. 때문에 처용무에 쓰이는 가면은 당연히 처용을 형상화한 얼굴이다. 해금, 장구, 북, 대금, 피리 등으로 이루어진 반주에 다섯 명의 무용수가 김홍도의 그림 ‘무동’에 그려진 아이의 옷처럼 양팔에 천을 달고 처음에는 느리고 절제된 안무를 보여주다 시간이 지나면서 활발하고 경쾌한 춤을 선보인다. 동서남북과 중앙을 상징하는 오방색의 옷을 각각 입고 배치 또한 동서남북에 중앙으로 자리 잡고 각자 주고받는 춤사위를 보여주는 것이 경쾌하고 인상적이었다.


태평가

계면이수대엽을 변주한 곡이다. 가곡의 한 종류인 태평가는 가곡의 특징대로 노랫말을 시조시를 바탕으로 전주와 간주를 포함하여 관현악반주에 맞추어 노래한다. 악기들이 부채꼴 모양으로 뒤에 둥글게 앉고, 그 앞에 남녀창자가 한 명씩 앉아 태평가를 부른다. 남창과 여창의 구분은 현재에 생겨났으며, 이 곡은 남녀창자가 동시에 노래하는 유일한 곡이다. 대여음이 없고 5장과 중여음이 있다. 가곡의 기본 장단인 10점 16박을 원래 정석에 맞지 않게 특이하게 연주된다. 대금 독주곡 ‘청성자진한잎’이 이 곡에서 변주되었다. 거문고, 대금, 해금 등이 있으며, 가사를 한음절 한음절 매우 길게 낸다. 예를 들어서 가장 처음 가사인 ‘타이 펴으 서으 다이’는 각 어절씩 ‘태 평 성 대’를 아주 길게 늘여서 발음한 것이다. 당연히 처음 들었을 때 전혀 알지 못했고, 이 후의 가사도 알아듣기 매우 힘들었으나, 후에 찾아보니 흥미롭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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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수궁가 중 – 고고천변 대목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국악인 판소리는 소리꾼과 북을 치는 고수로 이루어져 있고, 실력이 매우 뛰어난 사람을 각각 명창, 명고라고 한다.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청중들 또한추임새를 내면서 화답하니 판소리는 둘이 아닌 세 주체가 만들어가는, 일방적인 음악 전달이 아닌 같이 듣고 말하고 함께 즐기는 우리나라 정서를 잘 보여주는 음악이다. 소리꾼은 부채를 들고 상황을 설명할 때 요긴하게 쓴다. 이때 쓰는 몸동작을 발림이라 한다. 고수는 소리꾼에 추임새를 넣어주고 곡의 완급조절을 하는 우리의 생각보다 중요한 역할이다. 명고라는 고수의 직위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직접 들어본 것은 소리꾼을 조절해주고 흥도 같이 돋아주는 감초 역할이다. 고고천변 대목은 수궁가에서 별주부라는 자라가 토끼의 간을 구하러 뭍으로 나오고, 땅에 있는 새로운 자연물을 보면서 감탄하는 내용들이다. 첫 소절은 고고천변일륜홍(皐皐天邊日輪紅) 부상(扶桑)에 높이 떠: 동이 틀 때의 붉은 해가 동쪽 하늘에 높이 떠 이고 대부분의 가사가 웅장하고 아름다운 자연에 감탄한 별주부가 자연을 보는 대로 설명해주는 내용이다. 즉, 자연의 아름다움과 형상을 판소리로 노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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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우리나라의 흥을 대변할 수 있는 곡이며, 사실 아리랑은 특정 곡이라기보다는 후렴구가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인 한반도에 각자 다른 모습으로 널리 퍼진 민요이다. 이렇게 지역마다 아리랑이 퍼지면서, 그 지역의 정서와 특징이 잘 담긴 아리랑들이 지역의 수로 존재한다. 각자 다른 시김새와 언어를 반영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시대와 세대, 지역을 초월하는 공감대이다.



강강술래

강강술래는 노래, 무용, 음악으로 구성되어 있고, 무용은 여성들로 이루어져 있다, 설날, 추석 등 농사의 기원과 수확의 기쁨을 같이 공유하던 자리에서 연주되었고 지금도 상당히 많은 자리나 행사에서 이루어진다. 가장 유명한 기원설은 역시 이순신이 왜군에게 자국의 병사 수를 불려보이게 하기 위해 여자들을 모아서 ‘강강수월래’라고 외치게 한 것이다. 여러 사람들이 손을 잡고 원을 그리며 노래를 부르면서 돈다. 그 중 한 명이 메기는 소리를 하면 나머지 사람들이 "강강술래" 하며 받는 소리를 한다. 다양한 노래가 등장하며, 음악의 속도는 느리게 시작해서 빨라지는 소위 모음곡형식으로 되어 있다. 악곡의 속도에 따라 각기 다른 놀이도 즐겼는데, 공연에서는 문지기 놀이, 놋다리밟기 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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