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사전

고고천변

  • 작성일2014-11-16

【정의】판소리 수궁가 중 자라가 토끼를 잡으려고 세상에 나와 아름다운 산천경치를 읊는 대목. 또는 이를 따로 떼어 부르는 단가나 가야금병창.

【유래 및 역사】<고고천변>은 비교적 그 연원이 오래된 곡이다. 1879년에 편찬된 것으로 추정되는 악보『금보(琴譜)』에 ‘영산(靈山)’이라는 제목으로 <고고천변>의 노랫말이 수록되어 있다. 판소리 단가를 예전에는 ‘영산’이라 하였는데, 이를 통해 19세기 중·후 이미 <고고천변>이 단가로 불렸음을 확인할 수 있다. 조선 시대 순조 때 명창 송흥록의 더늠이라 하기도 한다.

【형태, 기능 및 특징】<고고천변> 대목은 자라가 토끼를 잡으러 세상에 나서는 대목이다. 노랫말 내용은 산천경치를 읊는 것이지만, 중중모리장단에 평조를 사용하여 경쾌하고 씩씩하면서도 담담하게 소리함으로, 용왕님의 병을 고치기 위해 스스로 나선 자라의 기상을 엿볼 수 있다.

<고고천변> 대목은 판소리 수궁가 중 한 대목이자, 단가 대표적인 곡이다. 단가는 판소리를 부르기에 앞서 목을 풀기 위하여 부르는 곡이기 때문에, 큰 기교를 부리지 않고 흔히 중모리장단에 우조나 평조로 부른다. 그러나 <고고천변> 대목은 단가 중에서는 드물게 중중모리장단으로 부른다.

【내용】<고고천변> 대목은 첫 노랫말이 대개 고고천변 일륜홍으로 시작하므로, 이 대목을 <고고천변>이라 부른다. 가사는 자라가 세상에 나와 처음 대하는 아름다운 산천 경치를 읊는 내용으로, 우리나라가 아닌 중국의 명승지를 노래한다. 따라서 중국의 문장이나 고사가 많이 인용되어 노랫말이 어려운 편이다. 노랫말은 유파에 따라 조금씩 다르나, 조선 후기 순조 때 명창인 송흥록의 더늠 단가 <천봉만학가>의 노랫말이 주로 사용되고, 경기 긴잡가의 하나인 <유산가>의 노랫말도 포함된다.

 또한 <고고천변>은 가야금병창으로도 널리 연주된다. 가야금병창이란 소리하는 이가 직접 가야금으로 반주하며 판소리 중 한 대목이나 단가 또는 민요나 잡가를 부르는 것이다. 병창은 20세기 초 소리와 기악에 두루 능했던 명인들이 기악 반주에 소리를 얹어 부르기 시작한 이후 급속도로 성장한 장르이다. 가야금병창으로 부를 때는 ‘고고천변’ 앞에 가자 어서 가란 노랫말이 덧붙어, <가자 어서 가>를 제목으로 삼기도 한다. 가자 어서 가는 수궁에 갔던 토끼가 자라 등에 업혀 다시 세상으로 나오는 부분의 노랫말이다.

【필자】신은주

【참고 문헌】

「수궁가 <고고천변> 대목의 유파별 특성 연구」(김미선?김동건, 『한국음악연구』제47집, 한국국악학회, 2010)

「<고고천변>의 존재양상과 기능 고찰」(권오경, 『어문학』제87호, 한국어문학회, 2005)

<고고천변> (한애순 창,『브리태니커 판소리전집』)

수정문 밖 썩 나서, 고고천변 일륜홍 부상으 둥실 높이 떠, 양곡의 잦은 안개 월봉으로 돌고 돌아, 어장촌 개 짖고 회안봉 구름이 떴다. 노화는 눈 되고, 부평은 물에 둥실. 어룡은 잠자고 잘새 펄펄 날아든다. 동정여천에 파시추 금성추파가 여기라. 앞발로 벽파를 찍어 당겨 뒷발로 창랑을 탕탕. 요리저리 저리요리 앙금 둥실 높이 떠 동정, 사면 바라보니 지광은 칠백리요 파광은 천일색인데, 천외 무산 십이봉은 구름 밖으 가 멀고, 해외 소상의 일천리 눈앞에 경이로다. 오초는 어이허여 동남으로 벌였고, 건곤은 어이하야 일야으 둥실 떠, 남훈전 달 밝은듸 오현금도 끊어지고, 낙포로 둥둥 가는 저 배, 조각달 무관수는 초희왕의 원혼이요. 모래속에 가 장신하야 천봉만학을 바래봐. 만경대 구름 속 학선이 울어 있고, 칠보산 비로봉은 허공으 솟아, 계산파무울차아, 산은 층층 높고, 경수무풍야자파, 물은 풍풍 짚고, 만산은 우루루루루 국화는 점점 낙화는 동동 장송은 낙락 늘어진 잡목 펑퍼진 떡갈 다래몽둥 칡넌출 머루 다래 으름넌출 능수버들 벚남기 오미자 치자 감자 대초 갖은 과목 얼크러지고 뒤틀어져서 구부 칭칭 감겼다. 어선은 돌아들고 백구는 분비 갈마구 해오리 목파리 원앙새 강산 두루미 수많은 떼 고니 소천자 기관허든 만수문전의 풍년새 양양창파 점점 사랑허다 원앙새 칠월칠석 은하수 다리 놓던 오작이 목파리 해오리 노수 진경새 따옥따옥 요리조리 날아들 제, 또 한 경개를 바라봐. 치여다보니 만학천봉이요 내리 굽어보니 백사지로다. 허리 구부러진 늙은 장송 광풍을 못 이겨 우줄우줄 춤을 출 제, 원산은 암암 근산은 중중 기암은 층층 뫼산이 울어. 천리 시내는 청산으로 돌고 이 골 물이 쭈루루 저 골 물이 콸콸, 열의 열두 골 물이 한트로 합수쳤다. 천방자 지방자 월턱져 구부져 방울이 버끔져 건너 병풍석에다 마주 쾅쾅 마주 쌔려 산이 울렁거려 떠나간다. 어디메로 가잔 말, 아마도 네로구나 요런 경치가 또 있다. 아마도 네로구나 요런 경치가 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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