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행사

'엄마가 된다는 것에 대한 감사'를 보고나서

내가 곧 엄마가 된다는 게 실감나지 않는다. 나 혼자도 너무 부족한데 과연 한 아이를 책임져서 잘 키울 수 있을까? 설레임과 걱정스러움이 공존하는 사이에 태아의 움직임은 더욱 커졌다. 처음에는 물방울이 터지는 듯한 배 속의 느낌이 이제는 작은 요정이 뛰어노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태동이 점점 커지면서 임신기간 동안 태교를 제대로 하지 못한 미안함에 아가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줘야겠다는 생각으로 국악원을 찾았다.

 

처음에는 ‘수제천’, ‘천년만세’의 정악단의 연주로 공연이 시작되었다. 무대가 열리자 빨간색 홍주의와 노란색 한복, 그리고 무대 뒤에 있는 용모양의 병풍이 시선을 끌었다. 여러 가지 악기 소리의 어울림이 무대와 관객석에 멀리 퍼지면서 내 마음도 평안해졌다. 눈을 살짝 감아 음악의 흐름을 느끼다가 눈을 떴을 때 무대에 펼쳐진 색의 조화가 공연에 대한 몰입을 한층 더 높여주었다.

 

다음은 창작악단의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들’과 ‘아이보개’ 연주로 이어졌다. 앞선 연주가 과거로의 여행이었다면, 마치 짧은 시간에 타임머신을 타고 현대로의 여행을 온 듯한 느낌이었다. 음악이 조금 빨라지자 잠자고 있었던 아가도 잠을 깨고 같이 음악을 듣고 있는 듯하였다. 특히 아이보개의 음악이 절정에 달했을 때, 배속의 아가가 음악에 맞추어 몸을 여러 번 움직였다.

 

마지막의 무대는 무용단의 ‘가인전목단’과 ‘부채춤’으로 장식되었다. 음악이 깊어짐에 따라 무용수들은 가운데에 모여들었고, 무대 중앙에 있는 꽃을 양손에 들며 춤을 추었다. 그 순간 표지에 있는 그림 속의 무용수가 튀어나와 춤을 추는 것 같았다. 또한 연보라색 하늘하늘 거리는 부채는 나를 신비의 세계로 초대하는 손짓처럼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부채의 움직임에 정신이 팔려있을 때쯤 아름다운 꽃이 무대에 펼쳐졌고, 관객들의 박수소리와 함께 다시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번 공연에서는 음악과 무용 외에 요리법도 배울 수 있었다. 박영미라는 한식요리 대가가 오셔서 임산부들에게 좋은 연잎 밥과 불고기 샐러드를 직접 만들어 주셨다. 공연무대에서 요리를 하는 모습을 처음보아서 매우 신선하였고, 죽순, 견과류, 각종 색색의 야채들이 하나의 요리로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마치 내 몸이 건강해지는 듯 하였다.

 

멋진 무대를 감상하며 공연장을 나오면서 공연 중간에 낭송되었던 어느 임산부의 편지가 귓가에 맴돌았다. 엄마가 된다는 것에 대한 감사... 나와 배의 크기가 비슷해 보이는 임산부들과 함께 공연을 보며, 내가 곧 엄마가 된다는 것을 실감하였고, 앞으로의 책임감이 느껴졌다. 이러한 책임감이 느껴지면서 동시에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이 느껴졌다. 나와 똑같은 감정과 몸의 변화를 느끼며 나를 낳아 주시고 키워주신 어머니를 생각하니, 그동안 부모님께 잘해드리지 못한 일들이 떠오르면서 죄송함이 느껴졌다. 이제 곧 뱃속의 아가를 만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바쁜 일상 속에 치여서 아가에게 제대로 태교를 못해주어 죄책감이 느끼고 있는 나에게 아가의 소중함과 부모님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남은 기간 동안이라도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여 건강한 아기를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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