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행사

운림산방 구름으로 그린 숲 후기

< 운림산방 구름으로 그린 숲 >은 진도 남도국악원이 소치 허련(小痴 許鍊1807~1892)과 그의 아들인 미산 허형(米山 許灐1862~1938)의 예술세계와 인간적 애환을 전통 소리 극으로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소치 허련은 조선후기 문재(文才), 서도(書道), 그림이 뛰어나 삼절(三絶)로 이름이 높았던 진도가 탄생시킨 남종화의 대가이다. 이 극(劇)은 진도(珍島)에 살아있는 진도아리랑, 만가(輓歌), 북춤, 육자배기, 강강술래, 들노래, 씻김굿등 진도 민속예술에 소치와 미산의 그림이 영상으로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를 소리로 표현했다.

진도 꽃상여가 등장하며 “하적이야 하적이로고나 극락 가시자고 하적을 하네 ” 만가가 퍼지며 ‘소치’의 초상(初喪) 치례 모습을 보여주는 제 1장 <차마 설어 아들 두고 못가것네>

소리의 끝에 “구나에~”가 들어가며 한(恨)과 흥(興)을 6박자로 표현 하는 소리, 전라도 특유의 육자백이 가락 속에 소치가 그림을 그만두려는 미산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애틋함이 담긴 제 2장 <저 구름은 무슨 비바람을 품었느냐>

마을 사람들이 ‘진도 들노래’를 부르며 모내기 하는 논에 찾아와 이들을 도와 함께 모내기하며 소치와 미산 부자가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제 3장 < 돌아간다 정든 님 따라서>

소치와 미산이 자신들의 마음속 이야기를 진도아리랑 노래 속에 실어 전달하면서 배를 타고 진도를 한 바퀴 둘러보다 잠든 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애틋함이 가슴 시리게 파고들던 제 4장 <애비 품으로 들어가라>

소치와 미산이 찾아간 장터마당에서는 양손에 북채를 들고 북을 두들기며 춤을 추는 진도북춤, 채상모가 하늘을 날며 꽹과리, 장구, 북, 징, 사물소리로 어깨를 들썩이게 하던 농악, 눈을 뗄 수 없게 만든 12발 상모꾼의 현란한 묘기 등, 한바탕 놀이 신명이 쏟아 졌고,

극 속에서 빠져 나와 엿판을 목에 걸고 관중석을 헤집고 오르내리며 관객들에게 엿을 나누어 주던 엿장수의 가위질 소리가 시공을 넘고 하나가 되어 만들어낸 따뜻한 행복의 시간 제 5장 <노다 가세 노다나 가세 >

소치가 그림 작업을 하며 살던 운림산방(雲林山房)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그림을 그리며 마음을 풀고 화해하는 모습을 현대적 표현 기법으로 창작한 우리소리로 주고받은 제 6장 <욕심도 미움도 모두 다 구름이구나>

미산이 저승으로 돌아가야 하는 아버지와 헤어지는 것이 아쉬워 대보름 달빛 아래 펼쳐진 강강술래 놀이판에 소치를 모시고와 어우러져 놀던 제 7장 <오동추야 달은 밝고 님의 생각 절로 난다>

떠나버린 아버지를 위해 씻김굿은 펼쳐졌지만 이 모든 것이 소치의 초상이 끝난 날 밤 일장춘몽(一場春夢)으로 꿈에서 깬 미산은 아버지 소치의 마지막 모습을 그리며 다시 화가의 길을 걷기로 다짐하는 제 8장<씻김받고 세왕가세>

진도 예술인의 이야기를, 진도가 품은 우리 전통 악(樂)가(歌)무(舞)만 가지고, 진도에 있는 국립남도 국악원 예술단원의 힘으로, 무대를 가득 채우고 관객의 마음을 모두 빼앗아 버린 < 운림산방 구름으로 그린 숲 >은 오직 진도만이 이룰 수 있는 커다란 충격이었고 경이로움이었다.

약 100여분 동안에 쉼 없이 이어지던 진도 예술에 푹 빠졌고, 빈틈없이 채워주며 현실로 보여주던 소치와 미산의 작품세계 아름다움을 쫒아가며 허우적거리면서도 가슴깊이 채운 감동을 우둔한글로 남기는 것은 예술에 대한 무례이며 만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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