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행사

각 지역 국립국악원 명창의 판소리 배틀을 보고

1년전만 해도 국립국악원이 서울 외에 진도, 남원, 부산에 있는 줄 몰랐다. 국립국악원이 발행하는 국악누리의 소식지에 나와 있는 각 지역별 국악원의 소식과 지역의 국악원의 서울 공연을 통하여 서울 중심의 사고를 벗어날 수 있었다. 덕분에 나는 남원의 국립민속국악원에서 공연한 '춘향실록'을 만날 수 있었고, 국립남도국악원의 '씻김굿'도 즐길 수 있었다.

5월 3일 네 곳의 명창들이 한자리에 모여 판소리 Battle을 벌였다. 마치 예전 MBC에서 했던 '판소리 명창 광대전' 처럼. 내가 평소에 소리를 들어보지 못한 지역의 명창들의 판소리를 한 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여 단숨에 예약했다.

나이가 적은 순으로 부산국악원의 김미진 명창, 국립남도국악원 지선화 명창, 국립국악원의 조정희 명창, 국립민속국악원의 김수영 명창이 차례차례 판소리 눈대목을 불렀다. 창을 혼자서 불러도 떨릴텐데, 다른 사람과 같이 부르고, 그 결과를 관객들이 비교한다고 생각하면 많은 긴장이 되었을것이다. 하지만, 오롯이 명창들의 세월의 관록과 깊은 소리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심청이 부친과 이별하는 대목, 춘향전의 이별가, 흥보가의 제비노정기, 심청이 인당수 물에 빠지는 대목 우리에게 잘 알려진 눈대목을 다양한 음색으로 들을 수 있었다.

판소리 공연을 보다 보면 명창들이 관객들(또는 귀명창)들에게 많은 추임새를 부탁한다. 그리고, 실제로 관객들의 입을 쉽게 떼게 하려고 몇몇 추임새를 같이 하지만, 여전히 추임새는 잘 나오지 않는다. 추임새는 분위기에 좌우된다. 분위기 전체가 추임새를 하는 분위기면 쉽게 나오지만, 그렇지 않으면 잘 안나온다. 관객이 스토리에 몰입하여 자신이 춘향이가 되거나, 흥보가 되거나, 심봉사의 처지에 공감하게 될 때 나오기 쉽다. 관객이 창을 자주 듣거나 내용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며, 창자도 관객을 몰입시킬 수 있어야 하고, 무대로 판소리에 잘 맞아야 한다.

5월 3일의 판소리 배틀은 장소도 판소리 전용무대이고, 관객도 판소리를 좋아하는 고객일 것이고, 창자도 각 지역의 수석급이면, 무대가 어느 정도 열렬한 환호가 나올 수 있었을텐데, 그렇지 못하여 약간 아쉬웠다. 이번 공연에 한정된 것이 아니고, 우리의 옛 소리를 접하는 기회가 적은 우리들은 귀명창이 될 훈련이 필요하다. 귀명창은 본인의 애정도 필요하지만, 소리꾼을 더 잘 알아 갈 수 있도록 안내도 필요하다. MBC의 광대전같이 사전에 영상을 찍어서 소개하지는 못하더라도 각 명창의 특색이 무엇이고, 어떤 점에 관심을 갖고 귀를 기울이라도 안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야 나중에 이 명창들의 팬이 될 수 있고, 이들이 소리를 할 때 보러 올 수 있을 것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국립국악원의 프로그램을 찾도록 하는 노력 외에 관객이 우리 소리를 듣고 그 매력을 느끼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립국악원의 판소리 Battle은 관객들에게 다양한 명창들을 소개할 수 있는 좋은 시도이다. 이러한 시도가 국립국악원의 존재 이유의 하나인 우리 소리와 음악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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