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행사

토요명품공연(7/7)을 보고 : 친절한 공연설명에 대하여 생각하다

"남자에게 참 좋은데 설명할 방법이 없네" 어느 광고에서 모식품 회장이 히트한 광고 카피이다. 좋은 것은 때로는 말로 구구절절히 설명할 필요가 없다. 들어서, 보아서, 맛봐서, 느껴서 좋은 것이다. 누가 나에게 판소리가 왜 좋냐고 물으면, 딱히 이야기를 하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상대방을 납득시킬 수 있는 말이 있으면 더 좋을때도 있다. "판소리를 하면 내가 마치 심봉사나 춘향이가 되어서 몰입할 수 있어어 좋다" 또는 "창으로 한번 뱉고나면 스트레스가 풀린다."라고 나는 말한다. 상대방이 고개를 끄덕일 수는 있지만, 객관적이고 널리 수긍할 수 있는 설명은 아니다.

국립국악원의 토요명품공연은 한국의 부담없이 전통공연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국립국악원의 정악단, 민속악단, 무용단, 창작악단 소속의 기라성 같은 명인들의 연주, 창, 공연을 부담없는 가격에 볼 수 있다. 내가 국악공연을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것도 토요명품공연이었고, 내가 가족들과 같이 본 첫 국악공연도 토요명품공연이었다. 만약, 누군가 (외국인 포함) 한국의 전통음악을 듣고 싶다면 토요명품공연을 권할 것이다.

그런, 내가 지난 7월7일 공연을 보면서 다시 한번 모식품회사 회장의 '참 좋은데 설명할 방법이 없네'라는 말이 생각났다. 좀더 국악 초보 또는 외국인에게 친절한 공연이 될 방법이 없을까"라고 고민해 봤다. 내 자리 주위에 외국인들이 있어서 공연 중 그들을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기 때문이다. 공연장 앞에는 책자도 준비되어 있고, 공연장에서는 영어도 설명이 나온다. 그래도, 나는 뭔가 1%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관객이 공연에 대한 내용을 접할 수 있는 것은 공연전에 받은 책자에 1페이지 분량의 설명 자료이다. 낱개 공연기준으로는 4~5줄이다. 그리고, 매공연 시작전에 TV스크린을 통해 설명되는 한국어와 영어 몇 줄이다. 하지만, TV스크린을 통해서 접하는 설명은 곡을 시작하기 전 짧은 시간에 전달해야 하니, 충분한 의사전달은 힘들다. 무엇보다도 아쉬운 것은 공연하는 곡(무용)에 대한 설명을 집중하다 보니 초보 또는 외국인 관객들로서는 아쉬운게 남는다. "왜 춤을 저렇게 추지? 보폭과 팔의 동작은 무엇을 의미할까" 등이 설명되었다면 춤을 보면서도 이해가 되었을 것이다. 가곡과 민요도 마찬가지이다. 가곡의 내용은 한글과 영어로 스크린에서 알 수 있다. 노래 가사의 내용은 아는데, 가곡에서 한 음절음절을 길게 발음하는 것을 외국인들은 알까? 또, 왜 그렇게 발음하는지 등에 대한 지식을 사전에 알았더라면 가곡을 듣더라도 흥미있게 들었을 것이다. 경기잡가도 스크린에서 설명을 잔뜩 늘어놓는데, 우리가 궁금한 것은 잡가에 대한 약간의 지식이 늘어나는게 아니라, 감상시 어떤 점을 고려해서 들으라고 하면 더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지난 공연에서는 설장구의 리듬에 많은 관객들이 환호하였다. 가슴을 뛰게 하는 리듬으로 당연하다. 편하게 앉아 있던 외국인도 좌석을 고쳐서 집중해서 듣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우리 음악은 느린 정가, 민초이 애환이 있는 판소리, 궁중음악 등 다양한 음악이 있다. 모르고 들으면 졸리지만, 알고 들으면 매력에 빠질 수 있다. 물론, 국립국악원의 홈페이지에 가면 'e-아카데미'가 있어서, 국악에 대하여 더 알고 싶은 사람은 수강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유튜브 세대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렇게 교육 형태의 컨텐츠를 일부러 접속해서 들을지는 의문이다. 토요명품공연시 관객 눈높이에 맞춘 친절한 설명을 통하여 국악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접근하게 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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