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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3토요명품공연 관람후기
작성자
임유진
작성일
2019-11-29
조회수
829
작성자
임유진
조회수
829
작성일
2019-11-29
관람공연
2019 토요명품공연 (국립국악원)
오랜만에 예술의 전당으로 가는 길은 설레었다. 그 설렘도 잠시 서울의 교통체증에 밀려 늦을 뻔하였지만 아슬아슬하게 공연장 안으로 들어 갈 수 있었다. 공연장은 생각보다 무대와 너무 가까워서 놀랐다. 징이 울리고 공연이 시작되었다. 공연장은 어두컴컴했으나 연주자들은 아주 능숙하게 제자리로 찾아가 앉았다. 제일 먼저 평조회상이 연주되었다. 국악개론 강의를 들을 때 지겹도록 들어온 그 영산회상이었다. 흥미를 가지고 공연을 관람하는데 처음에 소리가 날 때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실 인터넷으로 듣는 소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주 생생한 소리가 났다. 녹음으로 들었을 때와 실제로 들었을 때의 차이가 서양음악의 관현악 보다 더 컸다. 대금과 피리의 소리와 해금, 가야금, 거문고, 아쟁, 장구, 북, 피리의 소리들이 아주 조화로운 소리가 났다. 또 생각보다 박의 소리가 너무 커서 깜짝 놀랬다. 나와 같이 공연을 본 친구가 몸을 들썩여서 놀랄 만큼 컸다. 또 타령의 마지막 부분에서 피리와 대금이 쉬지 않고 계속 부르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그 다음에는 거문고 산조 한갑득류가 연주되었다. 거문고 산조는 처음에는 즉흥곡이었는데 후대에는 유명한 즉흥곡들을 연주한다고 한다. 그래서 ‘아무개아무개’류로 불리고 아무개에는 사람 이름이 들어간다. 거문고는 고구려를 대표하는 악기로 ‘거문’은 검은색이라는 뜻도 있지만 ‘고구려 금’이라는 뜻도 있다고 한다. 거문고가 우리가 고구려에 후예라는 것을 알려주는 아주 중요한 악기인 것을 알게 되었다. 거문고는 줄을 밀고 안 밀고에 따라 음 높이가 달라지는 악기라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연주자가 줄을 미는 모습들이 아주 인상적이었고, 또 박이 빨라질수록 술대를 드르릉 긁거나 아주 빠르게 술대를 움직이고, 기교가 화려해짐에 따라 정적으로 움직였던 연주자의 몸이 나중에 고개를 흔드는 모습들을 보면서 나도 함께 신명 났다. 또 옆에서 고수의 추임새도 아주 즐거웠다. 그리고 술대가 줄을 튕길 때의 소리 뿐만 아니라 나무를 툭툭 치는 소리도 났는데 아주 조화롭게 들렸다. 세번째로는 청성곡(대금)이 연주되었다. 공연장의 배경이 보름달이 비추는 듯한 그림으로 바뀌고 아주 부드러운 대금의 소리가 시작되었다. 대금의 소리가 너무 부드러워서 놀랐는데 또 나중에 피리와 트럼펫의 소리같이 아주 음향이 크고 깨질 듯한 소리가 나는 것에 또 한번 놀랐다. 소리의 셈여림과 음색이 달라지는 것에 대금이라는 악기가 생각보다 더 대단한 악기인 것을 알게 되었다. 이 곡은 단소 연주자들의 꿈의 곡이라고 한다는데 왜 그런지 들으니 이해가 되었다. 정말 아름다운 곡이었다. 네번째 무대로는 판소리 흥보가 중 박 타는 대목을 했다. 판소리를 실제로 처음 듣는 거라서 더욱 흥미 있게 봤는데 소리꾼의 소리가 흥부가 직접 노래를 하는 것같이 느껴 질 만큼 가난으로 인한 시련이 아주 잘 느껴졌다. 또 박을 탈 때 ‘시르르르르르'‘시르릉’ 하는 소리와 부채로 톱질을 하는 시늉이 실제로 박을 타는 모습이 상상이 갈만큼 실감 났다. 또 휘모리로 반주가 되면서 ‘도로 하나 가득 비워내고 부어내고’ 라고 하는 부분을 반복하는 것이 아주 재밌었다.
그 다음에는 허튼타령을 관악의 선율을 주제 선율로 하여, 김재영 님이 편곡한 탈놀이가 연주되었다. 이 곡을 편곡한 사람이 해금의 명인이시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해금의 선율이 가장 귀에 들어왔다. 또 연주자들의 복장도 전통한복보다는 개량한복 쪽에 가까운 차림새였으며 머리도 쪽을 매지 않고 푸르거나 그냥 대충 묶은 모습들이 신선한 광경을 자아냈다.
마지막으로는 한량무가 공연되었다. 한량이라고 해서 게으른 사람을 표현하는 말이 아니라 과거에 급제하고 아직 발령을 받지 못한상태에서 예술을 알고 풍류를 즐기는 사람을 일컫는다고 한다. 한 명의 남성 무용수가 나와서 장구, 징 ,꽹과리, 북 ,피리의 반주에 맞춰 춤을 췄다. 하나 특이한 점이 서양의 발레와는 달리 옷의 선을 만들려고 옷을 일부로 잡고 심지어 부채를 옷 안에 넣어 꼬리 같은 그런 모양도 만드는 점이었다. 이런 모습들이 우리나라의 선조들이 얼마나 선을 중요시했는지 짐작가게 만들었다.
공연장에 도착했을 때 내 뒤에는 초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앉아 있었다. 그 아이들은 연주가 시작하기전 지루하다며 엄마에게 말하기도 하였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의젓하게 공연을 끝까지 보았다. 또 거동이 불편하신 데도 불구하고 공연을 보러 온 어르신들도 보았다. 부끄럽지만 사실 이 공연을 예매했을 때 공연내용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바삐 예매를 하였다. 그 이유는 더 빠른 날의 공연을 보려고 했으나 다 매진이 되어 급히 다른 날의 공연을 예매했어야 했기 때문이다. 국악공연이 쉽게 매진되지 않을 것이라는 나의 안일한 생각 덕분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어른 아이 할거없이 국악에 관심을 가지고 우리의 전통적인 음악을 지켜 주기 위한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국악을 정말 있는 그대로 즐기는 그런 모습에 내가 정말 잘못된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재고하며 또 우리의 역사적인 음악을 들려주는 연주자분들에게도 감사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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