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행사

과거와 현재, 미래를 생각하게 하는 마음이 뜨거워지는 시간

토요명품 공연,

연일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립 국악원을 찾았다. 한낮의 서초동 하늘은 투명할 정도로 맑았다. 하지만 뜨거운 열기때문에 얼른 건물 안으로 들어가 에어컨 바람을 쐐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국립국악원 우면당 건물쪽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예술의 전당을 오고 가면서 자주 봤던 우면당이었지만, 건물안에 들어서는 건 처음이었다. 조금 설레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오늘은 국악원에서 매주 토요일에 하는 토요명품 공연을 볼 예정이었다. 우면당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한복을 곱게 입은 안내원의 친절한 안내를 받았다. 그리 크지 않은 건물에 수용관객도 많지 않아보였지만, 여기저기 배치된 안내요원, 어셔들은 꽤나 열성적으로 일하고 있었다. 공연은 총 6개였다. 수요남극지곡, 경풍년 대금 독주, 남창 우조언락 벽사창이, 해금, 아쟁, 가야금 산조3중주, 대풍류, 호적시나위춤.처음 두 공연은 조금 잔잔한 느낌이었는데, 뒤로 갈수록 템포도 빨라지고 화려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산조 3중주가 인상적이었는데, 이는 아마도 내가 전에 해금을 배워본 적이 있어서 그럴 것이다. 당시에는 참 어려운 악기라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어떻게 이 두줄로 그렇게 소리를 내지? 한번에 음높이를 어떻게 맞추지? 나름 열심히 연습도 하고 공부도 오랜기간 했었는데, 남들에 비해 뒤쳐지는 실력에 나는 꽤나 내게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던 추억의 해금을 이렇게 뛰어난 연주자의 공연을 통해 다시 만나게 되다니 느낌이 새로웠다. 그때 어설프게 초보자의 마음으로 이런저런 질문을 하고 엉뚱하게 노력하던 과거의 내가 떠올라서, 나는 산조3중주를 보면서 괜히 미소가 지어졌다. 이렇듯 음악은 내 뇌 속에 저장된 과거를 꺼내게 만든다. 그리고 현재를 다시 나아가게 하고, 미래를 준비하고 꿈꾸게 만든다. 마지막 호적시나위춤에서는 뒤로 갈수록 정적이면서도 묘하게 뜨거운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갈지 앞날에 대한 나의 태도랄까? 기운이랄까? 그런 쪽으로 연상을 하며 듣고 보다보니 뭔가 모르게 힘을 얻은 것 같아 마음이 든든해졌다. 공연은 짧았다. 60분이 채 안되었는데, 그래서 더욱 좋았다. 요즘 들어 영화든 연극이든 뮤지컬이든 오페라든 2시간 넘어가면 힘이 들곤 한다. 시간은 길든 짧든 임팩트가 중요한 것이니, 이렇게 60분이 안되는 공연이 나는 더욱 좋다. 그안에서 느낄 수있는 것이 확실하다면 말이다.
돌아오는 서초동 우면산 근방의 하늘은 여전히 투명하고 맑았다. 좋은 주말 오후를 보낼 수 있어 감사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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