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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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8일(금) 오후 7시 30분 720석 서울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 펼쳐진 국립남도국악원 2022년 대표작품 섬(島)은 ‘육지 사람들에게는 막연히 바다 위에 떠있는 상상 속 그림’일뿐인 작은 섬을 자연에서 현실로 들어내어 보여주었다. 섬사람들의 애환과 고통, 눈물과 비애를 진도(珍島)의 민속예술을 중심으로 남서도 지방 섬에 전해 오는 노래와 춤에 실어 국립남도국원 성악단•무용단•기악단이 하나 되어 풀어낸 아름다운 서사시였다. 진도에 자리 잡은 국립남도국악원이 실천해야 하는 진도에 대한 의무 이행이며 공동체로서 진도를 세상에 알리는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섬”은 음악극으로, 출연자 개개인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극의 짜임새와 음악과의 조화, 관객의 호흡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어야 최고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국립국악원 예악당 2층 나열 86번 나의 좌석은 무대 공연을 좋은 환경에서 편하게 즐기며 객석 전체를 한 눈에 바라 볼 수 있는 위치였다.

순수한 일반 관객인 나는 코로나 펜데믹을 지나 오랜만에 최고의 공연을 마음껏 즐기며 포만감으로 가득 찬 행복을 누렸다. 나 혼자만의 자화자찬이 아니라 객석의 뜨거운 열기와 호흡도 나와 일치했다. 개방하지 않은 3층 객석을 제외한, 1, 2층 객석을 꽉 채운 객석에서는 공연 내내 추임새가 넘쳐 났고 박수 소리는 끊이지 않았으며, 때로는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숨 죽여 따라 부르는 민요소리까지 넘쳐났다.

“어이야 술비야” 진도 조도 닻배노래 술비소리를 시작으로 진도강강술래- 신안군 미역따는소리- 진도 둥덩애타령- 진도 방아타령- 진도 아들타령- 진도 씻김굿의 넋풀이•지전춤 때춤•진살풀이- 진도들노래의 자진상사소리•자진절로소리- 소고놀이- 진도아리랑- 흥타령- 진도 씻심굿의 혼풀이•푸너리- 달타령- 진도강강술래로 이어지는 진도에서 살아 숨 쉬는 국가∙도 지정 10개 무형문화재와 군 지정 무형문화재 속에 1943년 일제 강점기부터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을 거쳐 2022년까지 미역섬에서 살아온 득심 할매의 80년 세월의 한 맺힌 섬의 삶을 14장으로 나누어 약 100분 동안 잔잔하게 펼쳐냈다.

어떤 전문가의 눈으로 보면 ‘진도민속예술을 나열식으로 펼쳐 보인 종합세트’로 고만고만한 가치의 음악극 정도로 여기는 고정 관념의 시각이 앞설 수도 있지만, 무대예술이란 보는 사람들에게 만족을 채워주며 행복 전달이 우선되어야 한다. 상업적으로 흥행에 성공해야 최고의 작품이며 생명력을 갖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수 있기에, “섬”은 여기에 부합되는 최고라 말할 수 있는 훌륭한 작품이었다. 조금만 더 보완한다면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전당 오페라 하우스와 같은 대극장에서도 롱런 할 수 있을 것 같다.

춤•노래•음악•소리•연희가 어우러지고 정•사랑•행복•아픔•고통•가족•역사가 부담 없이 즐겁고 편안하게 다가와 관객의 가슴에 뿌듯한 포만감과 아쉬움의 여운을 길게 남긴 “섬”은 우리민속예술의 아름다움과 가치가 서양에서 발달한 대중예술에 밀려 그동안 우리생활 속에서 얼마나 거리감을 두고 소외감을 받아왔는지를 깨우쳐 주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국악은 진부하고 우리전통예술은 고리타분하여 현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박물관 속 유물 같은 이미지로 여겨지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고정화되어 가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아 줄 수 있는 또 하나의 길을 제시한 참 좋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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