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행사

매년 나례와 같은 송년공연 보기를 희망합니다.

2023년 뜻있게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나례 공연을 선택하였습니다. 작년에 관람했던 임인진연의 감동적인 여운이 아직도 남아 있어 이번 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역시 컸습니다. 주제가 음력 섣달 그믐날 궁중과 민간에서 묵은 해의 잡귀를 몰아내기 위해 행한 의례라하니 송년에 적절한 주제인 것 같았습니다. 줄거리를 따라가면서 느낀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고취타의 힘찬 연주로 시작하여 궁궐의 네 방위의 지신들이 깨어나 나례를 허락한다. 민간의 연희패가 궁궐에 들어와 어릿광대를 통해 우리 현실의 역신을 쫓아내자는 재담과 춤사위, 장단이 무척 재미있고 흥겨웠다. ‘훠어이 물렀거라’라는 제목이 통쾌함을 주었다. 이후 진행된 정악단의 역신을 달래는 연주는 마음을 차분하게 하면서도 장중함이 돋보였고 뒤이어진 학춤은 숨을 죽이고 볼만큼 아름답고 무용수의 느린 춤사위에서 균형과 절제의 미를 느낄 수 있었다. 붉은 옷과 탈, 지전을 든 역신들의 역동적 춤은 섬뜩함을 주기에 충분한 볼거리였다. 이어 대형 탈을 쓴 4명의 방상시 등장 또한 재미를 주었는데 4개 탈의 표정에 유독 눈길이 갔다. 느린 박자, 단순하지만 남성적 무게감이 전달되는 처용무는 사람 형상의 큰 탈과 춤사위에서 장엄함마저 느껴졌다. 역신들을 위협하기에 충분하였다. 경쾌한 장단에 맞춰 열두 동물들이 역신들과 싸우는 역동적 장면에서 공연이 절정에 이르렀음을 감지하였다. 하얀 복장에 복숭아(?) 나뭇가지로 역신들을 내몰며 노래와 춤을 춘 아이들(진자)이 어찌나 귀여운지 절로 흐믓한 미소가 입가에 돌았다. 결국 이 아이들이 최종 마무리를 이끈 셈이다. 해설 팜플렛에도 진자가 나례의 중심 역할이라고 했다. 역신들이 물러간 후 화려한 불꽃놀이에 이어 대취타로 이 공연의 대단원의 막이 끝났다.

90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았습니다. 나례가 작년 송년공연인 임인진연 못지않게 긴 여운을 남길 것 같네요. 음악, 무용, 연기, 무대 어느 하나 나무랄 데 없는 질 높은 공연이었습니다. 함께 간 지인이 공연 보는 내내 너무 행복했다고 하니 이보다 더 좋은 찬사가 있을까 싶습니다. ‘우리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는 구호에 그치지 말고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이런 공연이 더욱 확대되면 좋겠습니다. 국악에 대해 많이 알지는 못하나 국악을 사랑하는 한 사람의 바람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런 송년공연을 매년 만나길 기대하며 2023년을 즐겁게 마무리할 수 있게 해준 제작진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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