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행사

우리 고유의 송년공연의 발견

모든 문화는 그 나름대로 묵은해를 정리하며 떠나보내고 새해를 희망차게 맞이하는 의식이나 루틴을 가지고 있다. 많은 한국인들이 그렇겠지만 나도 이번 나례 공연을 보기 전까지 과거 수십년간 공연장이나 tv에서 서양의 음악과 공연 예술로 꾸며진 연말연시 공연을 관람하며 이를 마치 우리 문화 속에 이미 깊이 자리잡은 전통 행사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다. 한마디로 우리 고유의 송년 의식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살았다.

이번 나례 공연은 친한 친구들과 함께 관람을 했고 공연이 시작되고 30분도 지나지 않아서 오랫동안 매년 이맘때쯤 친구들과 이 공연을 함께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든 이유는 첫째, 음악, 춤, 무대, 의상 등 연출의 수준이 매우 높아서 우리의 눈과 귀를 충분히 즐겁게 해주는 매우 '재미있는' 공연이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수많은 공연이 쏟아져나오는 연말연시에 다른 공연들과의 경쟁에서 이길만한 가성비 높은 공연이었다.

두번째 이유는 정서적인 측면인데 서양의 송년공연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새해가 오기전 묵은해에 우리를 괴롭히던 잡귀를 쫓아낸다는 생각이 와 닿았다. 알게 모르게 우리의 무속신앙이 우리의 정신과 마음의 세계에 영향을 주고 있었음이 느껴졌다. 묵은 해의 후회, 실수, 원망 등 나쁜 생각들을 잘 정리하여 해소시켜서 새해의 새로운 도약을 더욱 힘있게 할 수 있게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인지 이 공연을 보고 나니 뭔가 나쁜 기운이 나가고 좋은 기운이 들어와 희앙찬 느낌마저 들었다.

매년 12월 마지막주엔 이왕이면 우리가 더 공감할 수 있는 우리 고유의 송년 공연을 함께 보는 루틴 하나쯤을 만들어도 좋을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매년 연말엔 나례 공연을 보면서 묵은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보다 의미있게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게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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