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2023.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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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 국립국악원 기획공연 : 풍류 속 미학 이야기, 느림의 미학+소통의 미학 "민속악의 세계"[10.06.]의 세 번째 프로그램 ○ 팸플릿 수록 내용 경기잡가는 서울 · 경기 지방을 중심으로 전승되는 잡가이다. 잡가(雜歌)는 말 그대로는 '잡스러운 노래'라는 의미이다. 이는 양반이 듣기에는 이 노래가 그들의 음악처럼 바른 음악(正樂)이 아니라는 의미로 잡가라고 하는 것이다. 다분히 양반 중심적 사고의 표현이다. 그렇지만 잡가는 결코 '잡스러운 노래'는 아니다. 오히려 이 노래를 즐겨 듣던 서민에게는 매우 고귀하고 아름다운 음악이다. 경기잡가는 보통 앉아서 부르기 때문에 좌창(坐唱)이라고도 한다. 또한 노래가 길기 때문에 긴잡가라고도 하고, 12곡이 전승되기 때문에 12잡가라고도 한다. 곱게 앉아서 아름다운 목소리로 부르는 경기잡가를 듣노라면 가곡에 버금가는 음악성을 지녔기 때문에 정악과 민속악의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지경이다. 경기잡가가 현재는 12곡이 전승되지만 조선시대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곡목이 존재했다. 다만 현재 12곡으로 전승하는 것은 12간지(干支), 12개월, 12시 등과 같은 시간적 상징숫자인 '12'에 맞추기 위함이다. 예전에는 판소리에 12마당이 있었고, 가사(歌詞)가 12가사가 전승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12잡가는 [유산가 (遊山歌)]·[적벽가 (赤壁歌)]·[제비가]·[소춘향가 (小春香歌)]·[집장가 (執杖歌)]·[형장가 (刑杖歌)]·[평양가 (平壤歌)]·[선유가 (船遊歌)]·[달거리]·[십장가 (十杖歌)]·[방물가 (房物歌)]·[출인가 (出引歌)]의 12곡을 일컫는다. 이 중에서 [유산가]는 조선 말기에 한양의 유명한 소리꾼이었던 박춘경(朴春景)이 만든 소리로 전해진다. 박춘경은 19세기 말에 널리 이름을 떨치던 3인의 명창인 '추조박'의 한 사람이다. '추조박'은 추교신(秋敎信), 조기춘(曺基春), 박춘경 3인의 명창을 말하는데, 이들은 당시 한양의 사계축(四契軸, 현재의 만리동에서 청파동 일대)을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하던 당대의 명창이었다. 이들이 경기잡가를 완성하였고, 이후 이창배(李昌培), 정득만(鄭得晩), 김옥심(金玉心), 묵계월(墨桂月), 안비취(安翡翠), 이은주(李銀珠)등의 명창을 거쳐 12잡가가 오늘날까지 전승되고 있다. 유산가는 봄철에 온갖 꽃이 만발한 금수강산의 아름다운 산천경개를 노래한 것으로서 경기잡가 중에서도 첫 손에 꼽히는 명작이다. 전반부가 7절이고 후반부가 7절로서 모두 14절로 된 '유산가'는 맑고 힘찬 창법을 통해 화사롭고 상쾌한 봄날을 표현한 곡이다.
○ 출연/국립국악원 민속악단 - 소리/강효주, 장구/강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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