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푸는 소리, 모음창, 사구성, 음소리, 아아훔소리, 허드레 소리
짓소리를 하기 전에 목을 푸는 소리
《범패》를 하기 전에 목을 푸는 소리로, 판소리의 단가, 산조의 다스름과 같은 역할을 한다. 종래에는 〈짓소리〉 《범패》 중 목을 푸는 서주격의 모음창과 악곡 중간에 가사와 상관없는 모음을 길게 늘여 부르는 사구성(四口聲ㆍ四句聲), 이외에도 모든 모음창을 통틀어 ‘허덜품’이라고 지칭하였다. 영남지역에는 〈음소리〉와 〈아아훔소리〉가 경제 《범패》의 사구성, 모음창과 상통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현재 허덜품은 시작에서 목을 푸는 대목만을 지칭한다.
예로부터 《수륙재》나 《영산재》와 같이 큰 의례는 한 달 혹은 3일에 걸쳐 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장시간에 걸쳐 의례를 행할 때 〈짓소리〉를 하기 전 서주를 부르고, 선율 중간에서는 모음창을 구사하여 의례를 장엄하게 진행하였는데, 이는 의례 시간을 늘리는 효과가 있었다. 또한, 승려 대중이 동음창으로 선율을 길게 늘여 부를 때, 일정 부분에서 어장의 지시를 따라 허덜품을 하기도 한다. 허덜품이 시작되면 승려들이 번갈아가며 잠시 숨을 돌려 긴소리를 이어갈 수 있었다. 가사와 무관한 모음창으로 ‘허드레소리’ 혹은 ‘군소리’라고도 했으나, 《범패》의 격조와 여법성과 맞지 않아 현재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용어이다.
○ 허덜품의 종류와 역할
허덜품은 주로 〈짓소리〉에 나오지만 드물게 〈홑소리〉에도 쓰인다. 경제 《범패》의 〈홑소리〉 중에서 허덜품이 있는 곡으로는 〈창혼〉, 〈보장취〉. 〈오덕사〉 등이 있다. 이들은 서두에 의미 없는 모음창을 독창으로 노래하는데, 다스름이나 전주와 같은 효과가 있다. 한만영의 「허덜품에 관한 연구」 한만영, 『한국음악연구』, 서울대학교출판부, 1990, pp60-71.
에는 행위가 수반되는 〈인성〉과 〈거령산〉에 허덜품이 없다고 설명하였으나, 행위가 수반되지 않는 특사가지ㆍ식영산ㆍ오관게에도 허덜품이 없는 경우도 있어 그 경계를 정확히 구분하기는 어렵다. 박운월 소장 판본 동음집에 의하면 12곡 중 23번에 걸쳐 허덜품이 구사된다고 하였으나, 이때의 허덜품은 모든 모음창을 포함하는 범주이다. 이처럼 《범패》는 의례 여건과 상황에 따라 유동성이 많으므로, 특정 성격으로 정의하기보다는 의례의 맥락과 연결지어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남지역의 〈짓소리〉 《범패》에서 구사되는 〈음소리〉는 입술을 머금고 저음으로 느긋하게 부르는 것으로, 휴식의 기능을 했던 경제의 모음창 역할과 일정 부분 상통한다. 〈아아훔소리〉는 첫 음절인 ‘아~’를 늘여 부르고, 맺는 음절이자 진언을 성취하게 하는 ‘훔’을 길게 가창함으로써 의례를 통한 가지(加持)의 신비력을 관(觀)하는 선(禪)의 경지를 드러내기도 한다. 경제 《범패》에서 불리는 〈짓소리〉의 모음창 중에도 소리를 관(觀)할 수 있는 것이 존재하여, 〈짓소리〉를 통해 수행과 삼매의 경지로 들어갈 수 있다. 근래에는 명상음악으로서 〈짓소리〉에 대한 연구가 발표된 바 있다.
○ 사구성과 기타 모음창 〈사구성〉은 구성(口聲)을 4번 한다고 하여 〈사구성〉이라고 하며, 4구(四句)로 이루어진 모음창이라는 중의적인 뜻을 지니고 있다. 예전에는 구전과 관습으로 전하였기 때문에 명확한 용어의 의미는 알 수 없다. 아래의 도표와 같이 〈사구성〉은 실제 〈짓소리〉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긴 형태의 모음창이다. 일정한 박자 없이 모음을 길게 늘여 부르므로 얼핏 무한정으로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선율 요소를 분석해 보면 동일한 선율을 반복하는 가운데 미세한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악곡 중간에 불리는 모음창의 허형을 보면, 주로 가사의 끝이나 한 구(句)의 끝에 해당하는 모음을 늘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송암스님 유작집에 수록된 〈단정례〉에서도 ‘일체공경’의 끝 자인 ‘경’을 길게 부른 후 36초 무렵부터 반음 정도 음을 들어서 〈짓소리〉의 굵은 발성으로 마무리한다. 이는 지심신례의 〈사구성〉과 같이 장대하지는 않지만, 〈짓소리〉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현재 사라져가고 있으며, 의례 여건에 따라 유동적으로 나타난다.
윤소희, 『범패의 역사와 지역별 특징』, 민속원, 2023. 윤소희, 「짓소리 연구Ⅰ-삼귀의 절차와 지심신례(두갑) 분석-」, 『한국음악사학보』 58, 2017. 한만영, 「허덜품에 關하여」, 『한국 불교음악 연구』, 서울대학교 출판부, 1990.
윤소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