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화게춤(香花偈舞), 향화게작법무(香花偈作法舞)
불교의식에서 상단의 삼보에 향기로운 꽃을 공양하며 불도성취(佛道成就)를 기원할 때 추는 춤
영산작법에서 삼보를 소청하여 자리에 모신 다음 공양하는 절차에서 향화게작법을 춤춘다. 혹은 각종의 재회(齋會)에서도 상단의 삼보를 소청하고 공양하는 절차에서 춤추기도 한다. 7언 17구로 구성된 향화게를 범패로 부를 때나, 범패 없이 사물 악기 반주에 맞추어서 대무(對舞)로 춤춘다. 시주의 발심(發心)으로 마련한 향기로운 꽃을 공양하여 불도성취, 즉 깨달음에 이르기를 기원하는 춤이다.
18세기 이후에 제작된 감로탱에서 각종 악기의 반주 모습과 무복(舞服)을 입고 있는 도상이 확인되지만, 작법의 종류는 알 수 없다.
의례절차에서 ‘향화게’는 『진언권공(眞言勸供)』 소수 <작법절차>, 『오종범음집(五種梵音集)』 소수 <영산작법>, 『석문의범(釋門儀範)』 소수 <영산작법> 등에서 확인되지만, 향화게작법의 연행 표기는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18세기경에 제작된 감로탱에서 작법무 도상이 확인되는 것으로 볼 때 이때부터 추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 개요 우리나라 대부분 작법절차는 영산작법(靈山作法)이며, 영산작법은 도량을 열고, 깨끗이 하는 도량건립, 삼보를 부르는 소청절차, 소청한 삼보를 자리에 모시는 헌좌절차, 자리에 모신 삼보에 공양하는 권공절차 등으로 연행된다. 이 권공절차에서 향화게를 범패로 부르며 향화게작법을 추게 된다. 향화게의 내용은 공양 올리는 향기로운 꽃이 법계에 두루한 광명의 자리이고, 하늘 세계의 음악이며, 보배로운 향기이고, 음식이며, 보배 옷이며, 하나하나의 티끌이 모두 부처이고 진리이니 법계의 삼보에 공양을 올린다는 것이다. 이 불사 공덕으로 미래의 일체중생이 보리심을 발현하여 부처와 같은 지혜 증득을 기원하는 것이다.
향화게작법은 7언(言) 17구(句)의 향화게(偈)를 평염불에 맞춰 추거나, 범패에 맞춰 추거나, 태징 반주에 맞추어 추는 세 가지로 구성된다. 평염불로 진행되는 춤사위는 ‘1구에서 7구의 일일진출’까지와 ‘9구에서 14구’까지인데 작법승은 마주 보고 일자사위로 요신(搖身)을 한다. 태징 반주에 맞추어 추는 춤의 위치는 첫 번째, 7구 ‘일(一)’을, 두 번째 ‘체법(切法)’을 범패로 부르며 춤을 춘 다음 추어진다. 춤사위는 기립 자세로 정면을 향하여 ‘일자사위→요신 3회’를 하고 앉는다. 앉은 자세에서 ‘요신→엎드리기→마주보기→등지기→정면 향하기→뒤로 향하기’의 순서로 오방을 향해 꽃 모으기를 하고 일어선다. 첫 번째는 각 방향에서 꽃 모으기를 1회하고, 두 번째는 3회 한다. 범패로 부르며 춤추기는 첫째, 7구의 ’일(一)’, 둘째, 7구의 ‘체법(切法)’, 셋째, 8구, 넷째, 15구, 다섯째, 16구, 여섯째, 17구에서 추어진다. 춤사위 구성은 ‘꽃 모으기→일자사위→전진사위→굴신→꽃 모으기→일자사위→180도 회전하기’를 기본으로 하고, 꽃 모으기, 일자사위, 회전하기 등의 춤사위가 반복적으로 추어진다.
○ 주요 춤사위 기립 자세에서 춤사위는 두 손을 좌우로 크게 펼치는 일자사위, 앞으로 나아가 자리바꿈을 하는 전진사위, 좌우로 180도로 방향을 전환하는 회전하기, 무릎을 구부렸다 펴며 뒤꿈치를 붙여 올리는 돋움새 동작의 굴신, 가슴 앞이나 단전으로 꽃을 모아 돌리는 꽃 모으기, 몸은 사선으로 흔들고 꽃은 ∞ 모양을 그리는 요신 등이다. 앉은 자세에서 춤사위는 몸을 좌우로 흔들며 뒤로 젖히고 손은 ∞ 모양을 그리는 요신, 양손을 앞으로 모으며 아래에서 위로 원을 그리듯 다시 펼치는 일자사위, 좌우로 90도, 180도, 270도로 방향을 전환하는 회전하기 등이다.
○ 반주음악 반주음악은 네 가지 기호로 나타내며 경제(京制)와 완제(完制)의 태징 타법을 말한다. 탕(●)은 크게 치는 것이고, 닥(●)은 가볍게 붙여 치는 것이며, 당(○)은 중간 정도의 소리가 나도록 치는 것이고, 다(○)는 당을 치는 앞에 꾸밈음으로 가볍게 붙여 치는 것을 말한다. 내림쇠는 당의 소리를 점점 작게 치면서 다가 되도록 셈여림을 조정한다. 이 기호는 종 치는 법, 목탁 치는 법 등을 설명하는 의례문에서 소리의 셈여림 등을 표현할 때 사용되는 기호이다. 주로 태징 반주에 맞추어 춤출 때 여러 장단을 반주한다. 범패로 부르며 춤출 때는 맺는 동작에서 ‘탕(●)’을 반주하고, 태징 반주로 전환할 때는 ‘다다다다 당 당(○○○○ ○ ○)’을 반주한다. 춤이 추어지면 ‘탕탕탕 탕탕탕 다당 다당 탕 탕 닥닥(●●● ●●● ○○ ○○ ● ● ●●)’을 7회 반주하는데, 1회에서 3회까지는 기립 자세의 요신이고, 4회는 앉은 자세를 하며, 5회에서 7회까지는 요신이 추어진다. 앉은 자세에서 엎드리는 춤사위는 내림쇠(○○○○○○○○) 1회를, 오방으로 회전하며 꽃 모으기는 첫 번째 태징 반주로 출 때는 ‘닥 – 탕(● - ●)’을, 두 번째 태징 반주로 출 때는 ‘탕 탕 탕(● ● ●)’을 각 5회 반주한다. 태징 반주에 맞추어 추는 춤을 마치고 범패로 부르며 추는 춤으로 전환할 때는 ‘탕-탕탕 탕-탕탕 탕-탕탕 다당 다당 탕-탕-다당-탕 탕탕–닥(●-●● ●-●● ●-●● ○○ ○○ ●-● ○○-● ●●-●)’을 1회 반주한다.
○ 복식·의물·무구 스님들의 평상복에 소매가 땅에 닿을 듯한 백색 장삼을 입고 위에 홍색 가사를 걸친다. 경제와 완제는 홍색의 중가사(中袈裟) 위에 대령(폭 20㎝, 길이는 장삼 끝과 같이함)을 붙인다. 가슴 앞에는 황색, 녹색, 적색을 붙이고, 뒤에는 왼쪽 어깨에 청색, 녹색, 적색을 붙인다. 머리에는 연꽃과 범자(梵字) 등의 문양이 새겨진 낙관(樂冠, 고깔이라 함)을 쓴다. 손에는 작약, 목단을 들거나 꽃 없이 소매 끝을 잡기도 한다. 영제(嶺制)는 홍색의 반가사(半袈裟) 위에 대령을 붙인다. 앞의 좌측에는 황색, 녹색, 우측에는 청색, 적색을 붙이고 뒤에도 앞과 같이 붙인다. 머리에는 상부에 관세음보살이 새겨진 전통 낙관을 쓴다. 요즘은 경제와 같은 낙관을 쓰기도 한다. 손에는 작약과 목단이나 연꽃을 양손에 들기도 한다.
○ 역사적 변천 및 전승 작법의 절차는 소의경전(所依經典)에 따라 화엄경 중심의 법석은 화엄작법절차, 법화경은 영산작법절차, 지장경은 지장작법절차 등이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 작법절차는 영산작법(靈山作法)이며, 자리에 모신 삼보에 공양하는 권공절차 등에서 향화게를 부르며 춤을 추는 것이다. 고려와 조선시대 문헌에서 이 절차는 확인되지만 춤을 춘 기록은 찾아볼 수 없다. 현재 봉원사 영산재와 삼화사수륙재의 상단 권공절차에서 향화게작법을 연행한다. 영제에서는 이 춤이 전승되지 않는다.
불교 의례를 연행할 때 근래에 여러 조건에 의해 의례를 간소화하는 경향이 있다. 상단의 권공의식도 약식으로 연행하고 있어 향화게작법과 같은 긴 시간이 소요되는 의례가 사라질 위기에 있다. 향화게작법은 영산재, 수륙재에 포함된 일부의 작법으로 전승하고 있어 보존해야 할 가치가 높다.
『고려사』 『태조실록』 『정종실록』 『태종실록』 『세종실록』 학조, 『진언권공』 지선, 『오종범음집』
안진호, 『석문의범』, 법륜사, 1983. 『오종범음집』(『한불전』12) 학조, 『진언권공』(『한의총』1)
(원명)최명철(崔命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