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장구, 장고(杖鼓)춤, 杖鼓舞, 장구춤, 설장구놀이
농악 마당이나 극장 무대에서 장구를 메고 다양한 장단(리듬)을 연주하는 동시에 신체적 동작, 춤, 동선을 엮어서 구성해가는 장구의 개인놀음
설장구는 농악 판굿에서 장구 장단 위주로 연행하는 고도로 예술화된 개인놀음이다. 설장구는 장구를 비스듬히 어깨에 둘러메고 왼쪽 허리에 띠로 동여매어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하고 다양한 장단(리듬)으로 장구를 연주하는 동시에 신체적 동작을 표현하는 놀이다. 장구는 왼쪽을 궁편이라 하고 오른쪽을 채편이라 하여 궁채, 열채를 동시에 써서 장단을 연주한다.
‘설장구’란 호남우도농악의 판굿에서 장구잽이가 혼자 나와 장구가락으로 솜씨를 보이는 일종의 놀이 형식을 의미한다. 설장구의 ‘설’의 뜻은 정월 초하루를 ‘설’이라고 하듯이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이며, 설장구는 농악에서 장구잽이의 우두머리를 뜻한다. 농악의 판굿에서 우두머리인 설장구가 나와 재주를 부린다 하여 설장구 놀이라 하던 것을 줄여 ‘설장구’라 부른다. 설장구의 시조는 일반적으로 1910년대 호남우도농악의 김홍집(정읍), 김만식(정읍, 고창)을 거론한다. 이어서 1960년대에 전문 장구잽이들이 전국 무대에서 뛰어난 연행능력을 보여주며 설장구가 대중적 인기를 얻게 되었다.
[개요]
설장구는 농악 판굿의 마지막 과정인 구정놀이(개인놀이)에서 일인의 장구 장단 놀음으로 연행하는 고도로 예술화된 개인놀음이다. 설장구에 쓰인 장단과 형식을 보면 호남우도농악을 기반으로 한다. 일반적인 두레농악, 마을농악에서는 보기 어렵고 남사당, 여성농악단 등 전문연희단체의 주요 레퍼토리라 할 수 있다. 이후 설장구는 농악 판굿이라는 맥락을 넘어 자체로 하나의 완결성을 가진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절차와 구성]
호남우도농악 기반 설장구의 가락 구성은 비교적 유사한 절차와 순서를 보인다. 그 순서는 다스름 – 휘모리 – 굿거리 – 삼채(자진모리) - 연풍대로 각 장단이 하나의 마당(악장)을 이룬다. 각 장단이 하나의 마당을 이루고 하위 층위를 마루라고 한다. 김병섭류 설장구가 모범적이며 대표적인 양식을 보이는데, 각 마당별로 장단의 세부적인 구성은 아래와 같다.
다스름 마당 - 삼채(자진모리)/빠른 삼채 미지기/매도지
휘모리 마당 - 휘모리/숙바더듬/휘모리/오방진/미지기/매도지
굿거리 마당 - 굿거리/양산도/굿거리 멍석말이/자진굿거리/동살풀이/엇모리/매도지
자진모리 마당 - 자진모리/후두둑/학춤/좌우치기/매도지
연풍대 마당 - 자진모리/매도지
장단 연주가 아닌 동작 및 춤사위는 숙바더듬, 고깔더듬, 통돌림, 채바꿈치기, 사채, 궁글채 던지기, 접시돌리기, 테돌림, 발림, 까치걸음, 엇붙임걸음, 멍석말이, 학걸음, 삼진삼퇴, 좌우치기, 미지기, 바꿈질굿, 연풍대 등이 있다.
[악가무 특징]
농악 설장구는 일반적으로 반주 없이 장구잽이 혼자서 연행한다. 장구 연주를 진행하며 동시에 손동작인 발림과 발동작인 아랫놀음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그래서 설장구는 청각적 요소와 시각적 요소를 동시에 관객에게 전달한다. 시각, 청각적 요소가 통합적으로 담긴 장구 장단은 호흡과 굴신을 바탕으로 한 신체의 리듬이다. 현장 상황에 따라 장단, 가락의 빠르기와 연행 순서를 즉흥적으로 구사할 수 있는 유연성을 특징으로 한다.
[복식ㆍ의물ㆍ무구] 설장구의 복식은 흰색 중의 적삼과 바지에 청색 혹은 분홍색 조끼를 입는다. 삼색띠를 어깨 한쪽과 허리로 매고, 허리 뒤에서 리본으로 묶어 늘어뜨린다. 삼색띠의 색깔은 빨강, 파랑, 노랑이 기본이며, 지역에 따라 다른 색을 넣기도 한다. 머리에는 고깔을 쓰거나, 채상을 쓰기도 한다. 악기인 장구를 메고, 궁채와 열채로 연주한다. [역사적 변천 및 현황] 역대 농악 설장고 명인으로 불렸던 1910년대 호남우도농악의 김홍집, 김만식에 이어 1950~60년대에 전사섭, 김병섭, 김오채, 이정범 등은 연주 재능뿐만 아니라 가락에 맞는 유연한 춤사위, 특히 다양한 발놀음과 빠른 회전동작 등으로 주목받은 인물들이다. 이들은 1960년대 여성농악단의 예능 스승으로 설장구의 창조적 발전과 대중적 확산에 기여했다. 이들을 비롯해 현재 농악판에서 개인놀이로 연행되는 설장구는 ‘뛰어난 기악 연주’로서의 설장구를 넘어 ‘악기연주를 바탕으로 한 설장고춤’이라는 춤으로의 장르 변화가 이뤄졌다. 또한 사물놀이 및 웃다리농악의 영향으로 채상모를 돌리면서 설장구를 연행하는 채상설장구가 확산되고 있다.
농악의 설장구놀이에서 설장구춤으로의 예술적 변용은 현재 한국을 대표할 만한 독자적인 예술로서 우리 민족의 흥과 신명이 여실이 드러난다. 설장구는 연주가 놀이가 되는 변용된 형태에서 양식성을 가지면서도 섬세하다. 장구를 연주하며 끊임없이 발놀음을 하며 다양한 동선을 그려낸다. 또한 동작에 있어서 치는 방법과 춤추는 기법, 공간을 쓰는 동선이 입체적이고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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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