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 영산작법
망자를 위해 영취산의 붓다를 청해 설법 듣고 재공(齋供) 올리는 불교의례
영산재는 49재 의례 형식 중 가장 규모가 큰 대형 재회로 사람이 죽은 뒤 49일이 되면 명계(冥界)의 심판을 받고 다음 생의 몸을 받는다는 윤회사상을 토대로 49일째 되는 날 법화경을 염송하고 명부의 시왕과 권속에게 재공을 올리고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의례이다. 영산재에서는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법화경을 설하신 영취산(靈鷲山) 법석을 범패와 작법무 등으로 장중하게 재현하는 종교의례이자 종합 예술로서의 성격을 띠고 있다.
영산재는 법화경 법회라는 개념에서 그 기원을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오종범음집(五種梵音集)』(1661)에서 대각국사 의천(大覺國師 義天)이 영산재를 창안했다는 내용이 있으나, 학계에서는 한 사람에 의한 창안보다는 『작법절차(作法節次)』(1495), 『영산대회작법절차(靈山大會作法節次)』(1634), 『오종범음집』(1661) 등의 의례서의 성립 과정을 통해 점진적으로 현재의 영산재의 의례 형식이 정립된 것으로 보고 있다.
〇 개요 '영산(靈山)'은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법화경을 설하신 영취산(靈鷲山)을 뜻한다. 영산재이 핵심은 영산의 붓다를 모셔와 법화경을 설법하거나 염송하여 들려 주고, 명부 시왕을 청하여 공양을 올려 망자의 저승 공덕을 지음으로써, 망자와 산 자 모두 일체 존재의 이치를 깨달아 윤회에서 벗어나게 한다는 것이다. 금산(金山), 은산(銀山)을 걸어두었다가 저승돈[명부전]으로 변하게 하여 망자의 전생 빚을 갚아주는 의례를 하는 것 또한 중요한 특징이다. ○ 연행요소 영산재는 불교의 다양한 재회 가운데 가장 큰 형식의 재회로, 도량(道場)은 각종 지화(紙花)와 화만(花鬘)으로 장엄되며, 도량 결계(結界)를 위한 경전이나 불보살과 외호 신중(神衆)을 상징하는 번(幡) 등이 걸린다. 의례의 주 연행요소는 범패와 작법무이다. 붓다를 맞이하는 〈삼지심(三持心)〉이나 〈거영산 짓소리〉 등의 범패와, 공양물을 변화시키거나 공양을 올릴 때 바라춤이나 향화게 작법무 등이 행해진다. ○ 주요절차 영산재는 다음의 절차로 구성된다. 국가무형문화재 제50호 영산재의 양상을 중심으로 그 절차와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시련의식(侍輦儀式) : 영산재에 참석할 성현이나 혼령 등을 연(輦)으로 재장(齋場)으로 모셔오는 의식이다. 시련의식에 모셔 올 대상은 법당 안에서 연에 모시고 나오거나 대문 밖에서 모셔오는 형식으로 나뉜다. 현재는 대부분 대문 밖에서 모셔오는 시련의식을 하고 있다. 마당 앞 무대에서 악사와 어산(魚山) 및 위의(威儀)를 갖춘 연을 가지고 일주문 조금 지나 부도전에 마련된 시련소로 나아간다. 부처와 신중을 모셔올 수도 있고, 당일 재장에서 법문을 듣고 천도할 대상을 모실 수도 있다. 시련을 옹호할 성중(聖衆)을 청하는데 요잡바라로 모신다. 차를 권해 올리며 착복하고 춤으로 공양을 찬탄한다. 시련으로 모셔오는 주 대상은 천도를 받는 혼령이다. 모셔온 혼령들에게 불전 앞에 이르면 불전을 향해 삼배를 올리게 한다. 이때 기경작법(起經作法)이라는 의식무가 행해진다. 2. 대령의식(對靈儀式): 혼령들을 맞이하는 의식이다. 혼령을 청하고 청해 모시는 연유를 아뢴다. 3. 관욕의식(灌浴儀式): 혼령들에게 목욕의식을 행한다. 목욕은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는 정화의식이다. 번뇌라는 업(業)의 식(識)으로 인해 맑은 마음이 되지 못하면 부처님의 말씀이 들리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관욕실은 대문 밖에 설치되는 것이 원칙이나 도량 마당에 설치되기도 한다. 제왕(帝王)과 장상(將相)과 고혼(孤魂)의 남녀를 위한 여섯 칸의 욕실이 마련된다. 욕실 안에서 목욕이 이뤄지며 밖에서는 수인법사(手印法師)[대체로 증명법사(證明法師)]는 각 의식의 진언을 수인으로 표하고 법주스님은 범패로 진행한다. 또 목욕을 할 때 관욕바라를 밖에서 울린다. 번뇌가 사라지는 것을 관상(觀想)하는 바라라고 할 수 있다. 4. 조전의식(造錢儀式): 망자의 저승길과 전생 빚을 갚기 위해 저승돈을 만드는 의식이다.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5. 신중작법(神衆作法): 영산재도량의 옹호를 청하는 의식이다. 6. 괘불이운(掛佛移運): 영산회상(靈山會上)의 괘불(掛佛)을 모시는 의식이다. 실제 괘불을 옮기는 경우는 드물고 사전에 이운하여 설치해 놓고 의문(儀文), 곧 대사만 하고 요잡바라를 한다. 7. 영산작법(靈山作法): 영산재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의식이다. 일체에 두루 계시는 변재삼보(遍在三寶)를 찬탄하며 절하고 삼보에 귀의하면 지옥·아귀·축생의 삼악도(三惡道)가 소멸될 수 있다고 하는 삼귀의(三歸依) 삼지심(三至心) 의식인데, 범패소리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다. 영산재에는 삼보에 귀의하면 지옥 아귀 축생의 업보를 면하게 된다고 하는 삼귀의라는 의식이 행해진다. 이때 불보(佛寶)와 법보(法寶)와 승보(僧寶)에 지극한 마음으로 경례하는 전후에 찬탄의 구문이 불교의 전통 범패로 설해지며, 아울러 삼귀의작법이라는 작법춤으로 표현한다. 찬탄과 귀의의 대상을 밝히는 의식을 마치고 나면 도량을 깨끗이 하고자 관세음보살을 청해 천수대비주(千手大悲呪)로 감로수에 가지(加持)하여 달라고 청한 다음 그 감로수를 도량에 뿌려 도량을 정화한다. 이렇게 한 다음에야 비로소 삼보와 사부(四部)의 신중을 청하며, 별도로 영산의 석가모니 부처님을 청해 모시고 법화경 설법과 법문을 듣게 된다. 이때 법문을 하는 설주이운(說主移運) 의식이 별도로 행해지기도 하지만 현재는 여건상 생략되고, 법화경 염송 또한 설행되는 곳이 별로 없다. 설법이 끝나고 나면 영산회상의 불보살님께 육법공양(六法供養)을 올린다. 8. 식당작법(食堂作法): 재자가 스님들에게 올린 재공을 스님들이 공양하는 의식이다. 식당작법이 행해지는 영산재를 보기는 어려운 편인데 국가무형문화재 제50호 영산재보존회에서는 설행하고 있다. 영산재의 식당작법은 한 시간 이상 소요되며, 공양을 나누기 이전과 이후의 긴 의식이 소리와 창, 춤 등으로 그 의미가 표현된다. 일반적으로 불가에서 행하는 발우공양의식과 같지만 각각의 소리와 몸짓은 봉원사 영산재만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영산작법을 하고 재승(齋僧)의 식당작법이 더해져서 영산재로 온전히 성립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대개의 재장은 오전 10시에 시작한 의식이 12시에 접어들면 사실상 영산작법 다음의 의례인 식당작법이 먼저 행해진다. 9. 운수상단의식(雲水上壇儀式): 운수상단이란 운수(雲水)라는 표현처럼 일체에 물과 구름처럼 두루 계시는 상단의 부처님께 먼저 증명을 해달라는 공양을 올리는 것이다. 그 다음에야 망자를 위해 명부의 시왕권공(十王勸供)이 이뤄진다. 10. 중위단 권공(中位壇勸供): 망자는 칠칠재·백일재·소상재·대상재를 거치면서 명부시왕의 심판을 받게 되고 끝나면 왕생극락을 위해 영산재를 설행하는 것이므로 명부시왕에 대한 권공의식이 중요하다. 하지만 영산재보존회 영산재에서는 시간 형편상 시왕권공의식은 대체로 생략되고 명부 중단 화청(和請) 염불로만 진행된다. 영산재에서는 영산의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지만 스님들에게 공양을 올리는 식당작법이 행해진다. 이는 상단의 부처님, 중위의 스님, 중위의 명부시왕과 그 권속과 당일 청한 혼령들에게 시식을 올리는 것이다. 11. 관음시식(觀音施食): 당일 설판재자(設辦齋者)와 동참재자에게 진수(珍羞)를 올린다. 진수는 천신(薦新)이라고 할 수 있다. 관음시식과 전시식(奠施食) 등도 행해진다. 이렇게 재회를 올려 공덕을 지어 망자의 저승길을 닦아주는 것이다. 12. 봉송의식(奉送儀式): 하위 시식을 마치고 나면 하위의 혼령이나 중위의 시왕권속과 상위의 불보살님들이 본래 계신 곳으로 돌려보내는 의식을 행한다. 소대(燒臺)로 나아가 재회에 사용된 번이나 지화 등을 불태움으로써 본래 자리로 돌아가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〇역사적 변천 조선 후기 이후 각 사찰과 지역에 따라 영산재의 세부 절차와 진행 방식에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영산의 붓다를 청해 법화경을 염송하고 명부시왕에게 공양을 올려 망자의 극락왕생을 기원한다는 핵심 의미는 동일하게 전승되고 있다. 전통적으로는 특정 망자의 49재 의례 형식으로 행해졌으나, 오늘날은 특정 망자의 49재 형식으로 행하는 경우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1973년 범패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으며, 1987년 영산재가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체계적인 보존과 전승이 이루어지고 있다. 국가무형유산 영산재보존회의 경우 6월 6일 현충일에 순국선열을 중심으로 재의례를 행하는 국가적인 의례로 자리 잡았다.
영산재는 불교의 교리와 의례, 음악과 춤, 미술과 공예가 총체적으로 결합된 종합예술이자 종교 의례의 성겪을 띠고 전승되고 있다. 49재의 대형 재회로서 가장 성대한 규모로 진행되며 망자의 천도와 산자의 안녕을 함께 기원하는 생사(生死)를 아우르는 동시에 불교의 자비사상과 평등사상을 구현하는 실천적 의례로서 의의가 있다.
국가무형문화재(1973) 범패 국가무형문화재(1987)
학조 역(1495), 『작법절차』(『한국불교의례자료총서』 제1집) 용복사 刊, 『영산대회작법절차』(『한국불교의례자료총서』 제2집), 1634. 智禪 撰, 『오종범음집』(『한국불교의례자료총서』 제2집), 1661. 심상현, 『영산재』, 불교문화재연구소, 2003. 이성운, 「영산재의 구조와 설행 및 사상과 인식」, 『불교문예연구』 17, 동방대 불교문예연구소, 2021 심상현, 「영산재 성립과 작법의례에 관한 연구」, 위덕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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