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륙무차평등재회(水陸無遮平等齋會), 수륙작법(水陸作法)
수륙(水陸)의 일체 성현(聖賢)과 범부(凡夫)를 평등하게 초청하여 공양을 베풀고 경전을 독송하여 망자의 극락왕생과 소원성취를 기원하는 불교의 종합의례
불교의 여러 의례 가운데 수륙재는 가장 대형의 의례로, 죽은 이의 왕생극락과 자신이나 가족의 소원을 이루고자 수륙의 일체 성현과 범부와 혼령들을 초청하여 공양을 베풀고 경전을 독송하여 깨달음을 얻게 하며, 그 공덕으로 당해 혼령이나 고혼들이 고통의 세계를 벗어나 극락으로 가서 나도록 기원하는 의례이다.
수륙재는 6세기 중국 양나라 무제(武帝)의 무차회(無遮會) 혹은 반승(飯僧)이 기원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기에 수륙재의 대본이라고 할 수 있는 의문이 양의 무제에 의해 편찬되었다고 하나, 그 사상적 배경이 되는 『구발염구아귀다라니경(救拔焰口餓鬼陀羅尼經)』 등이 후대에 번역되었어 전한다. 수륙재는 본래 찾아온 이들에게 음식을 제공하거나 승려들에게 공양을 올리는 의례였으나 당송(唐宋) 시대를 거치며 오늘날 형태의 수륙재로 발전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0세기경부터 무차회가 개최되었고, 11세기 경에 『천지명양수륙의문(天地冥陽水陸儀文)』, 13세기 말 『법계성범수륙승회수재의궤(法界聖凡水陸勝會修齋儀軌)』의 편찬되어 수륙재의 형식이 확립되었고, 14세기 후반부터 나라에서 주관하는 국행수륙재(國行水陸齋)가 연행된 것을 확인된다.
〇 개요 수륙재의 명칭 중 수륙(水陸)’은 물과 육지를 의미하며, 이는 물과 땅의 모든 존재, 즉 일체 성현과 범부를 뜻한다. 또한, ‘무차(無遮)’는 막음이 없다는 의미로, 귀천(貴賤)과 상하(上下)를 가리지 않고 평등하게 공양을 베푼다는 뜻을 담고 있다. 따라서 수륙무차평등재회는 물과 땅의 모든 존재를 평등하게 초청하여 공양을 베푸는 법회를 의미한다. 수륙재는 육도(六道)의 고통 받는 중생들을 구제하기 위해 시작되었으며, 평등하게 음식을 베풀고 나누는 의례라고 할 수 있다. 〇 재의 연행요소 수륙재는 의식의 장엄함과 영가(靈駕) 천도를 위해 범패와 작법무가 의문절차에 따라 수반된다. 범패는 유치성, 착어성, 편계성, 개탁성 등의 범패 4성이 활용된다. 범패와 함께 의례의 장엄함을 시각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작법무가 행해지며, 괘불 봉안과 시련의식에는 취타대의 주악이 따른다. 〇 절차와 구성 한국불교의 수륙재는 일체 성현과 범부를 초청하여 공양을 베푸는 본래 의례임과 동시에 특정 혼령의 제사를 겸하는 형태로 발전하였기 때문에 절차와 구성이 이원적(二元的)이다. 먼저 ‘낮재’인 영산 작법(靈山作法) 행하고 ‘밤재’인 수륙작법을 진행한다. - 영산작법 (낮재) 수륙재의 첫째 날에 행하는 영산작법은 '낮재'라고도 불리며, 사실상 영산재(靈山齋)의 형식과 동일하다. 의례의 진행은 다음과 같다. • 시련(侍輦): 혼령을 모셔오기 위해 연(輦)과 위의들은 일주문 밖 시련터로 나아간다. 이때 인성(引聲)이 소리를 짓기도 한다. • 대령(對靈): 혼령을 맞이하고 혼령에게 절을 하는 의식으로, 사찰 정문 앞이나 법당 앞에서 행해진다. • 관욕(灌浴): 혼령에게 목욕을 제공하는 의식이다. • 신중작법(神衆作法): 경전 염송이나 법문을 위한 법석을 위해 신중을 청하여 도량 옹호를 부탁한다. • 괘불(掛佛) 봉안: 괘불을 모셔놓고 영산작법을 한다. • 법문(法門): 법문을 한다. - 수륙작법 (밤재) 둘째 날 오전에 시작되는 수륙작법 수륙재의 핵심의례로 '밤재'라고도 한다. 실제로는 밤에 하지 않고 다음날에 행하는 것이다. 세부 진행은 다음과 같다. • 수륙연기(水陸緣起): 수륙재가 일어나게 된 연유를 대중들에게 널리 알린다. 전통수륙재 의문인 결수문(結手文)에 의거 세상에 두루 계시는 삼보께 아뢰는 절차가 향과 등과 꽃을 피우고 밝히고 올리면서 삼보에 경례하는 의식을 행하면 수륙재 본문의 의식을 시작한다. • 서첩의식(書帖儀式): 수륙도량이 건립되면 수륙재가 열리게 되었음을 널리 알리는 초청장 의식이 진행된다. 네 분의 사직사자(四直使者)를 위해 공양이 권해지고, 마구(馬廐)에 화상(畫像)으로 모셔놓은 10필의 전마(錢馬)에게도 공양을 권하는 의식을 간단하게 진행한다. 이 전마는 명계(冥界)의 명부전(冥府錢)을 옮겨가는 마구라고 할 수 있다. • 오방오제(五方五帝) 권공: 초청을 받은 이들을 위해 길을 열어달라고 부탁하는 오방의 오제를 청해 공양을 올리는 의식이 진행된다. • 상위 청함의식: 상위의 존재들을 청하는데, 불부(佛部) 연화부(蓮華部)의 존재를 상단(上壇)으로 청해서 자리에 모시고 차를 올리고 대중이 함께 인사를 드린다. 중위 청함의식: 중위의 존재들을 청해서 존재들이 도착하면 상위의 삼보에 인사를 드리고, 위패를 중단(中壇)에 앉힌다. • 하위 청함의식: 하위의 존재들을 청한다. 옛날 대본에는 대문 밖에 나가서 청하는 것이라고 주석하고 있으나 그렇게 하는 재장(齋場)은 현재 거의 없다. 하위의 존재들은 재장에 도착하면 본격적으로 상위의 존재들에게 인사를 드리기 전에 관욕소(灌浴所)로 안내하여 목욕의식을 진행한다. 하위의 일체 존재들은 업장(業障)이 두텁기도 하고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해야 재장에서 제공하는 진리의 음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위의 삼보에 인사드리고 정해진 자리에 위패를 안치함으로써 청함의 절차가 모두 끝나게 된다. • 상위 권공(勸供): 상·중·하위의 존재를 청했으므로 상위부터 공양을 권하는 절차가 진행된다. 상위의 경우 진언(眞言)으로 공양에 힘을 넣어주는 가지 절차가 정법계진언(淨法界眞言), 변식진언(變食眞言), 출생공양(出生供養)이며, 공양을 권하는 방식은 헌향(獻香)을 필두로 헌등(獻燈) 헌화(獻花) 헌과(獻果) 헌수(獻水) 헌병(獻餠) 헌식(獻食) 등의 일곱 진언으로 행하고 마지막으로 마음으로 공양을 권하는 운심권공진언(運心勸供眞言)이 행해진다. • 중위 권공: 중위도 상위와 같은 방식으로 진언 공양을 올린다. • 하위 권공: 하위의 존재들은 한국불교 일반의 공양의식인 사다라니(四陀羅尼)로 공양물이 변하게 하는 변공(變供)과 공양물을 권하는 권공이 이어진다. 변공과 권공 이전에 붓다의 명호를 칭명하여 들려줌으로써 하위 존재들이 가지고 있는 고통 받는 상황을 개선해 주고, 일체 존재의 인연 도리를 들려주어 깨닫게 하며, 업장을 참회하여 없애준 다음에 진언으로 변공하고 권공하여 공양을 들 수 있게 한다. • 봉송회향의식(奉送廻向儀式): 공양 절차가 끝나면 도량의 장엄물을 걷고 청해 모신 일체 성인과 범부를 본래 자리로 돌아가게 하는 봉송 회향의식을 한다. 재장의 번(幡)과 위패 및 금·은전산(金銀錢山) 등 장엄물을 수거해 머리에 이거나 들고 대문 밖 봉송터로 향한다. 봉송터에서 번과 위패 등을 불사른다. 이때 도량 좌우에 걸어놓았던 금은 전산이 저승의 돈으로 변하게 하며, 극락세계에 왕생하기를 발원하게 된다. 금·은전산 등 도량이 파해 흩음으로써 일체는 본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게 하고 수륙재의 공덕을 일체에 회향함으로써 수륙재가 끝나게 된다. 〇 역사적 변천 한국 불교의 수륙재는 경전 염송을 위한 영산법석과 함께 설행되다가, 17세기 이후에는 영산작법(靈山作法)이 독립된 의례의 길을 걸으면서 수륙재 내의 흔적이 많이 축소되었다가 현대에 들어 영산작법과 수륙작법을 결합한 이원적(二元的) 구조로 전승되고 있다. 전국의 주요 사찰에서 전통이 이어져 왔으며, 2013년에는 삼화사수륙재와 진관사수륙재가, 2014년에는 아랫녘수륙재가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각 지역의 특색을 살린 의식의 전통이 보존·전승되고 있다. 각 재장마다 의문(儀文)의 해석과 의례 진행 방식에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수륙의 일체 성현과 범부를 평등하게 초청하여 공양을 베푼다는 핵심 의미는 동일하게 전승되고 있다.
수륙재는 일체 성현과 범부를 초청하여 진리의 공양을 나누고 깨달음을 얻는 불교의 종합의례로서 무차평등(無遮平等)의 정신을 구현하며, 상하 귀천을 가리지 않고 음식을 나누는 자비사상과 평등사상을 담고 있다. 또한 망자의 천도와 산자의 소원성취를 함께 기원하는 생사(生死)를 아우르는 의례이며 범패와 작법무를 통해 성인과 범부가 하나 되는 대동제적 성격을 가진다는 점에서 한국 불교문화의 오랜 역사와 특징을 보여 준다.
삼화사 수륙재: 국가무형유산(2013) 진관사 수륙재: 국가무형유산(2013) 아랫녘 수륙재: 국가무형유산(2014)
『수륙무차평재의촬요』(『한국불교의례자료총서』 제1집) 『법계성범수륙승회수재의궤』(『한국불교의례자료총서』 제1집) 『천지명양수륙재의찬요』(『한국불교의례자료총서』 제2집) 지선 찬, 『오종범음집』(『한국불교전서』 제12집), 1661. 지환 집, 『천지명양수륙재의범음산보집』(『한국불교의례자료총서』 제3집), 1723. 中國佛敎協會 編, 「中國佛敎儀軌制度硏究」, 『中國佛敎』第二輯, 知識出版社, 1989. 이성운, 「영산재와 수륙재의 성격과 관계 탐색」, 『한국불교학』 73, 한국불교학회, 2015.
이성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