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재, 예수작법
타인이 망자를 위해 지내주는 사후 칠칠재를 본인이 생전에 직접 닦는 불교의례
불교에는 사후의 칠칠재를, 본인이 살아 있을 때 직접 미리 닦는 재를 생전예수재라고 한다. 이 재에는 명부시왕 권속에 공양을 올리고, 저승세계에서 갚아야 할 돈과 경전 염송을 바치며, 그것을 닦았다는 표식인 함합소를 작성해서 사선으로 잘라 그 반을 태워 저승에 보내고, 나머지 반은 사후에 시신에 넣어 함께 보내는 독특한 종교의례라고 할 수 있다.
생전예수재는 8세기 말 당나라 때 출현한 『예수시왕생칠경』, 『지장보살발심인연시왕경』 등에 유래하나, 실제 한국불교의 생전예수재는 16세기 중반 국내에서 성립된 『예수시왕생칠재의찬요』를 바탕하고 있다. 『예수시왕생칠경』에 근거한 예수신앙 형식은 초하루 보름에 행하라고 하고 있으나 생전예수재는 특정일을 택해 『예수시왕생칠재의찬요』로 수륙재처럼 행하고 있다.
생전예수재는 사후에 명부 시왕과 그 권속에게 올릴 공양을 살아서 내가 나를 위해 공덕을 직접 짓는 것이다. 사후 칠칠재에 맞춰 칠칠일(49일) 간에 예수재를 지내기도 하고, 하루 동안 예수재를 지내기도 한다. 현재 생전예수재가 설행되는 모습을 보면 자신의 사후를 위해 생전예수재를 올린다고 하지만 조상들을 위해 영산작법을 하거나 조상들께 제사를 올리는 관음시식, 무주고혼을 위한 전시식 등도 함께 행해진다. 다른 재회에는 별도로 행하지 않는 대표적인 의식으로는 저승돈을 만드는 조전의식, 그것을 옮기는 금은전 이운의식, 자신의 태어난 해에 따른 경전 염송 편수, 또 예수재를 지냈다는 것을 증명하는 함합소를 작성해 사선으로 반을 잘라 반은 예수재를 지낼 때 불태워 저승에 보내고, 나머지 반은 소지하고 있다가 사후에 시신과 함께 넣어 장례(葬禮)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예수재 단에는 저승돈을 관리한 금고지기인 고사단이 차려지고 저승 빚을 싣고 떠날 마구단 의식도 유의미하다. 또 저승돈과 경전을 대중이 머리에 이고 소대로 옮기는 모습은 장관인데, 전통의 소리 범패와 더불어 최고의 도량 장엄이라고 할 수 있다. ○ 연행 시기와 장소 『예수시왕생칠경』에 의하면 초하루 보름 명부 시왕에게 공양을 올리는 미리 닦는 예수를 권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불교의 생전예수재는 특정일을 정해서 생전예수재를 지내는데 그것은 예수재가 사후의 칠칠재 성격으로, 홀로 예수재를 준비하는 ‘독판(獨辦)’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전예수재는 대체로 윤달이 든 달에 사람들이 동참으로 예수재를 지낸다. 예수재는 법당 안에서 간단하게 지내기도 하지만 조금 큰 형식으로 단을 차릴 때, 상단은 법당 안에 차리고, 명부시왕단인 중위 상단은 법당 앞의 뜰에 차리며, 삼원 장군 등의 중위 중단은 그 앞에, 중위 하단인 고사단이나 종관단 등은 도량의 좌우에 차린다. 또 해탈문 밖에 고사단을 차린다.
생전예수재의 구성은 전통 방식과 현대 설행 방식으로 나눠서 그 절차를 살펴볼 수밖에 없다. 첫째는 현재 크고 작은 사찰의 예수재에서 설행되는 방식의 경우는 영산재의 방식이 포함되는 예수재의 방식이 그것이고, 둘째는 순수한 예수재의 방식으로 예수재를 복원하여 설행하는 일부 재장의 예수재라고 할 수 있다. 첫째 현재 유행하는 방식의 예수재를 중심으로 그 절차와 구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시련의식인데, 불보살님과 성현중과 혼령 등을 도량으로 모시고 들어오는 의식이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혼령을 모셔온다고 보는 것이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옹호게를 할 때 요잡바라와 다게작법 사방요신을 짓소리 영취게와 기경이 작법 등이 행해졌다. 어산단과 취타대, 작법승 등이 함께 한다. 둘째, 대령의식인데 대령은 재자가 재를 올리기 위해 모셔온 혼령을 대면하는 의식이다. 대령은 대웅전 앞 누각 아래에서 행하거나 영단에서 진행되기도 한다. 이때 어산단과 동참대중이 영단을 향해 참석한다. 셋째, 모신 혼령을 목욕시키는 관욕의식이다. 관욕이라고 하지만 상위의 성현과 달리 하위의 혼령이나 무주고혼들은 번뇌와 욕망의 업장(업으로 인한 장애)이 있으므로 이것을 정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넷째, 신중작법의식으로 여러 신중님들께 법회 도량을 옹호하여 달라고 기원하는 의식이다. 다섯째, 조전점안의식인데 종이돈을 만들고 저승돈으로 전환하는 의식으로 진언의 힘에 의해서 변하도록 하는 의식이었다. 여섯째, 명부전에서 조전점안을 마친 금은전과 경전 등이 담긴 경함을 머리에 이고 고사단으로 옮겨놓는 단계이다. 일곱째, 운수상단의식으로 운수상단(雲水上壇)은 변재삼보님께 생전예수재를 열게 되었다고 아뢰는 의식이다. 운수상단은 법주 스님에 의해 진행되는데 청정법신비로자나불 원만보신노사나불 천백억화신석가모니불을 거불성으로 하고 난 다음 개계소를 낭독하였다. 운수상단은 일종의 건립의식으로 향의 공덕을 찬탄하는 할향, 향을 사르는 연향게송을 아뢴다. 여덟째, 예수재 준비의식과 상단권공이 끝나고 법문을 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아홉째, 예수재 본의식의 개회 및 도량정화의식인데 예수재 본 의식을 알리는 통서인유편을 시작하여 빠르게 진행된다. 통서인유편은 예수재의 개설 내력과 취지를 알리는 것으로 일종의 개회사라고 할 수 있다. 열째, 법회를 알리도록 부탁하는 사자단의식으로 사자를 청하는 소청사자(召請使者), 위패를 안치하고 공양 올리는 안위공양(安位供養), 돌려보내는 사자봉송(使者奉送)의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열한째 중단영청의식이다. 예수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명부시왕 등을 청하는 의식이다. 사자단의식 이후 일반적으로 소청성위의식이 행해지나 운수상단에서 삼보통청을 하여 마지공양을 올렸다고 보고 소청성위의식은 행하지 않는 곳도 있다. 중단의 소청의식은 소청명부(召請冥府)라 하여 지장보살 삼존과 시왕을 비롯하여 명부성중을 청하여 자리로 모시는 단계이다. 열둘째, 고사단의식인데 경함을 모셔둔 고사단 앞에서 치르는 의식이다. 예수재 하단의 존재들인 고사관을 청한 뒤 모신 연유를 밝히고, 이들의 덕을 찬탄하는 내용이 이어진다. 먼저 고사(庫司)와 판관(判官)을 청하고, 부처님과 명부성중에게 인사를 드린 후 자리에 모시고 공양을 올린다. 열셋째, 조상혼령과 무주고혼에게 제사를 지내는 시식의식인데 조상을 위해 관음시식을 올리고 법계고혼을 위해 전(奠)시식을 베풀기도 한다. 열넷째, 마구단의식으로 저승돈을 싣고 갈 마구에게 권공하는 의식은 문밖에 설치되나 상황에 따라 법당 안에 신중단 옆 등에 화상과 위목을 걸어놓고 진행하기도 한다. 운마(雲馬)와 낙타 등을 청해 콩ㆍ여물 등의 공양물을 올리는 마구단권공이다. 열다섯째, 봉송회향의식인데 봉송(奉送)과 회향(廻向)은 예수재에 모신 모든 존재를 보내드리고 위패와 장엄물 등을 태우며, 법회의 공덕을 일체중생에게 회향하는 가운데 막을 내리게 된다.
오늘날 한국불교의 초하루 보름의 권공 기도도 예수재의 성격을 담고 있으나 생전예수재에서 보이는 명부전의 헌공의식이나 각자의 생년에 배당된 경전을 읽거나 바치는 모습, 함합소를 사선으로 잘라 반은 명부로 보내고, 그 반은 보관하고 있다가 사후에 시신과 함께 가슴에 넣는 풍습 등은 볼 수가 없다. 생전예수재는 나의 사후 칠칠재를 살아 있을 때 내가 직접 올린다는 의미로 행해지는 의례라는 데 특징이 있다. 잘못 이해하면 면죄부와 같은 것이라고 오해될 수도 있으나 생전예수재는 공덕을 짓는다는 데에 특징이 있다. 사후 명부세계의 시왕에게 권공하는 것은, 살아 있을 때 열 가지 선행을 닦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자신을 정화하고 사회를 정화하며, 한편으로 선망조상님들을 공경하며 제사를 올리는 의례가 포함되어 우리 고유의 전통사상과 문화가 담긴 종교의례라고 할 수 있다.
국가무형문화재(2019) 작약산예수재: 경상남도 무형문화재(2019) 예수시왕생칠재: 경기도 무형문화재(2022)
대우 집술, 『예수시왕생칠재의찬요』(『한국불교의례자료총서』 제2집), 1576. 김춘명, 『예수의문』, 전북불교연합회, 1988. 노명렬, 「현행 생전예수재와 조선시대 생전예수재 비교 고찰」, 중앙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0. 이성운, 「예수재의 의문 구성과 의례 설행의 특성」, 『동국사학』 66, 동국사학회, 2019.6. 이성운, 「預修齋와 各拜齋의 同異」, 『정토학연구』 30, 한국정토학회, 2018.12. 최운종, 「조선 전기 생전예수재 연구」, 동국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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