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문의범은 일제강점기 사찰령 등으로 인해 승가 예법과 의례 전통이 단절된 상황을 극복하고자, 승려 안진호가 조석 예불 등 일상 의례부터 수륙재와 같은 전문 재(齋) 의식, 그리고 민중 포교를 위한 가곡(歌曲)을 포함하여 편찬한 문헌이다. 『범음산보집』, 『작법귀감』과 함께 한국 불교 3대 의문(儀文)으로 꼽히며, 현재 불교계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는 실용적 지침서로 의의가 있다.
조선시대 억불(抑佛) 정책과 일제강점기 '사찰령'으로 사찰의 염불원(念佛院)이 폐지되는 등, 전통적인 승가 예법과 의례 전통이 심각하게 단절되었다. 이에 당대 대강사(大講師)로 명성이 높았던 승려 안진호가, 이러한 전통의 단절을 극복하고 승가 교육과 불교 의식의 체계화를 위해 1929년 '만상회(卍商會)'를 설립하여 불서 출간에 매진했다. 1931년, 그는 권상로·김태흡의 교정과 한용운(韓龍雲)의 후원으로 예공(禮供) 의식을 모은 『불자필람(佛子必覽)』을 먼저 간행했다. 이 책이 주문이 폭주하여 매진될 정도로 간편하고 규범화된 의례집에 대한 수요가 컸기에, 안진호는 『불자필람』에서 다루지 못한 내용을 대폭 수정·보완하여 1935년 11월에 석문의범을 간행하게 되었다.
〇 서지사항
표제 : 석문의범 상, 하 釋門儀範. 上, 下 / 安錫淵 編輯, 權相老, 金泰洽 共校
판사항 : 鉛活字本
발행 : 京城[서울]: 卍商會, 1935
소장처 및 도서번호 국립중앙도서관 위창古1796-5 上, 下
〇 편찬자 및 저술경위
편찬자 승려 안진호의 법명은 석연(錫淵), 호는 진호(震湖)이다. 1896년 예천 용문사에서 출가하여 20여 년간 강원에서 후학을 지도한 당대의 대강사였다. 1929년 만상회를 설립하여 본서 외 30여 종의 국역·현토 불서를 발행하는 등 불교 대중화와 의례 체계화에 전력했다. 편찬 목적은 상편 「범례」에 "본서에는 다른 책을 보지 않아도 되게끔 불교의식 전부를 망라"하고, "한문과 한글로 기재하여 독자의 편의를 도모"하며, "재래의 문구 중 잘못된 것은 고치고", "관습적인 한자 변음(變音)을 준수"(예: 釋迦를 '서가'로 발음)하는 등, 기존 의례집들의 문제점을 보완하여 초심자를 위한 통일된 규범을 제공하고자 했다.
〇 구성과 내용
이 책은 상·하 2편 1책으로, 내용은 크게 교(敎)와 선(禪)으로 나뉜다.
〈시(始): 황엽보도문(黃葉普渡門)〉 (敎): 총 18장으로 구성된다. 상편 (5편): ①예경(대웅전, 칠성단 예경 등), ②축원, ③송주(천수경 다라니 등), ④재공(영산재, 수륙재의 등), ⑤각소(건회소, 고혼소 등). 하편 (13편): ⑥각청(제불통청 등), ⑦시식, ⑧배송, ⑨점안, ⑩이운(괘불, 가사 이동 등), ⑪수계(사미십계, 거사오계 등), ⑫다비(영결식 등), ⑬제반(조례종송 등), ⑭방생, ⑮지송, ⑯간례(포교, 강연, 화혼·추도 의식이), ⑰가곡(〈참선곡〉, 〈회심곡〉, 〈왕생가〉, 〈찬불가〉 등), ⑱신비(주문각종).
〈종(終): 격외염롱문(格外拈弄門)〉 (禪): 하편 중간부터 시작되며, ①불조화두, ②좌선의식, ③좌선심득 1·2 등 총 4장으로 구성된다.
〇 역사적 변천
1935년 만상회에서 초간된 이후, 1954~1962년 불교정화 분규로 의례 전담 승려(대처승)들이 총림에서 퇴출되고 의례가 간소화되는 과정에서도 이 책은 의례의 기본 뼈대를 보존하는 역할을 했다. 1961년 법륜사에서 재간되는 등, 20세기 내내 승려들과 불교학도들의 필독서이자 가장 실용적인 의식 지침서로 자리 잡았으며, 현재까지도 불교계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의식집으로 통용되고 있다.
석문의범은 〈범음산보집〉(18세기), 〈작법귀감〉(19세기)과 함께 한국 불교 3대 의문(儀文)으로 꼽힌다. 앞의 두 문헌이 전통 의례를 집대성한 것이라면, 석문의범은 일제강점기라는 전통 단절의 위기 속에서 일상 의례부터 전문 재의식, 수행(선종), 근대적 포교 방식(간례편)까지 총망라하여 편찬한 '근대적 종합 의식집'이라는 점에서 독보적인 가치를 지닌다. 특히 범패와 <회심곡>을 '가곡편'으로 구분하여 편집한 것은, 당시 혼용되던 불교 음악의 범주를 명확히 정립한 중요한 학술적 성과로 볼 수 있다. 이 책은 20세기 이후 혼란스러웠던 불교 의례의 '표준‘을 제시한 전거(典據)이자, 현재 한국 불교 의례의 가장 실용적인 교본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윤소희 채록, 『어산어장 동주원명 구술집』, 국립국악원, 2023.
이성운, 『한국불교 의례체계 연구』, 운주사, 2014.
자료 김용태, 「석문의범 해제」 국립중앙도서관. https://www.nl.go.kr/korcis/search/popup/abstractsInfo.do?controlNo=KOL000028565)
윤소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