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용향악보』에 수록된 가사 중 '딩아 돌하'에서 비롯된 제목의 작자와 연대 미상의 가요.
『시용향악보』에 가사와 악보가 『악장가사(樂章歌詞)』에 가사가 전한다.
○ 역사적 변천 및 현황
『시용향악보』에 가사와 악보가 『악장가사』에 가사가 전한다. 최근에는 오선보로 역보된 악보가 출간된 바 있다.
○ 작품 개요
〈정석가〉는 고려시대에 지어진 작자 미상의 속요로서 『시용향악보』에 16정간 6대강의 전체 10행 길이로 실려있다. 『시용향악보』에는 1절의 가사와 악보만 실려있는데, 〈정석가〉의 제목 ‘정석’의 의미는 제1연에 나타난 ‘딩아 돌하’를 따서 붙인 것으로 보인다. 악곡은 제2대강 시작이고, 각 행은 동보 다른 곡들과 마찬가지로 4소행으로 제1소행은 오음약보의 선율보, 제2소행은 장구보, 제3소행은 박보, 제4소행은 가사보이다. 이 노래의 선법(旋法)은 평조와 계면조로 모두 통용이다. 노랫말의 종지형은 下四-下五로 하행종지형이지만, 뒤에 붙는 여음은 下三-宮으로 상행종지형이다.
〈정석가〉는 제1대강 시작이 아닌 제2대강부터 시작하는 음악인데 첫 3박은 곡의 제일 뒷부분에 붙어 있다. 이처럼 2대강 시작으로 마치 한행의 주기가 바뀌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장구형은 1행 16정간에 걸쳐 매행마다 ‘고(5정간)요(3정간)편(5정간)쌍(3정간)’의 주기로 반복된다. 이 장고형은 동보의 〈사모곡〉, 〈서경별곡〉, 〈나례가〉, 〈청산별곡〉, 〈유구곡〉, 〈귀호곡〉, 〈대왕반〉, 〈삼성대왕〉, 〈대국 1〉, 〈대국 2〉와 동일하다.
『시용향악보』의 일부 악곡들은 개변곡의 모태가 되거나 개변곡인데, 이 〈정석가〉만큼은 유사한 곡을 찾을 수 없다.
○ 줄거리
가사 내용 제1절은 편종과 편경이 있는 곳의 태평성대를 노래하고, 제2절부터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면 유덕하신 님, 즉 군왕을 여읠 것이기 때문에 영원함을 거듭 이야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제2절은 구운밤에서 싹이 나면, 제3절은 옥으로 된 연꽃에 꽃이 피면, 제4절은 무쇠 철릭이 다 헐어버리면, 제5절은 무쇠 소가 철초(鐵草)를 먹으면, 제6절은 구슬이 바위에 떨어져 구슬을 꿰었던 끈까지 끊으면 “有德(유덕)하신 님”과 여읠 것이라고 하였다.
『시용향악보』에 수록된 〈정석가〉의 원문과 해석을 제시하면 다음 〈표 1〉과 같다.
| 원문 | 해석 |
|---|---|
|
딩아 돌하 당금(當今)에 계샹이다. 딩아 돌하 당금(當今)에 계샹이다. 션왕셩ᄃᆡ(先王聖代)예 노니ᄋᆞ와지이다. |
징이여 돌이여 지금에 계십니다. 징이여 돌이여 지금에 계십니다. 태평성대에 노닐고 싶습니다. |
○ 형식과 구성
작품은 총 6절인데, 제1절은 3행이고, 나머지 2~6절은 6행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석가〉의 가사체와 관련하여서는 당대의 민요가 궁중으로 상승하여 재편성된 가요일 것으로 추정되었다. 다시 말하면 이 작품의 원작자는 민중계층일 것이고, 이것이 궁중의 악장으로 재창작되어 상승한 이후로는 가창자 및 향유자가 상층귀족 또는 주변 인물인 기녀와 악공으로 변모되었을 것으로 본 것이다. 이 외에 <정석가>는 연산군 당시 선왕의 태평성대를 대표하는 기물인 편종 편경을 들어 선왕대(성종 대)의 성대를 칭송하고 있으며 선왕과의 헤어짐을 부정하고, 헤어진 후에도 충의를 지킨다는 내용의 악장체 가요로 보기도 한다. 나례 중 관나의 시작 부분에 선왕을 기리는 노래로 만들어진 것이며 이와 같은 경위로 연산군대 『시용향악보』에 수록된 것으로도 해석되었다.
〈정석가〉는 민간 속요가 궁중내에서 불리게 된 대표적인 곡으로 『시용향악보』의 편찬에 실마리를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정석가>는 타 악보에는 보이지 않는 희소한 노래로 『시용향악보』라는 관찬 악보에 수록되어 현재까지 전승되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시용향악보』 『악장가사』
김동욱, 『한국가요의 연구』, 을서문화사, 1961. 김세중, 『정간보로 읽는 옛 노래』, 예솔, 2005. 황준연, 『조선조 정간보 연구』,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09. 문숙희, 『시용향악보(時用鄕樂譜) 복원악보집』, 학고방, 2012. 윤아영, 『왕실의 연말문화, 나례』, 국학자료원, 2022. 윤아영, 「궁중의식과 관련된 『시용향악보』나례요(儺禮謠)의 해석 Ⅲ-<정석가>, <청산별곡>, <유구곡>, <귀호곡>을 중심으로-」, 『한국문학과 예술』 55, 2025.
윤아영(尹娥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