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용향악보(時用鄕樂譜)』에 비둘기와 뻐꾸기의 울음 소리를 비교하며 노래한 가요.
비둘기와 뻐꾸기를 비교하며 노래한 작자 미상의 『시용향악보』 수록곡이다.
〈유구곡〉은 『시용향악보』에 가사와 악보가 유일하게 수록되어 있다.
① 역사적 변천 및 현황
『시용향악보』에만 유일하게 가사와 악보가 전한다. 최근에는 오선보로 역보된 악보가 출간된 바 있다.
② 작품 개요
비두로기와 뻐국새의 소리를 비교하여 뻐국색의 소리가 난 더 좋다는 뜻을 표명한 노래이다.
③ 줄거리
〈유구곡〉의 모태가 되는 것으로 알려진 고려가요 〈벌곡조〉는 전하지 않으나, 그 창작 배경은 『고려사』 「악지」에 수록되어 있다. 고려 전기 예종(睿宗)은 자신의 과오와 정치의 득실을 듣고자 하여 언로(言路: 신하나 백성이 임금에게 의견을 올릴 수 있는 길)를 크게 열었으나, 오히려 군신들이 두려워하여 말하지 않자, 새 중에 잘 우는 새인 벌곡(伐谷)을 비유해 노래를 지어 일깨우고자 했다. 감히 간하는 말을 하지 않는 간관을 비둘기에, 그리고 이들이 소리 내어 말하길 바라는 뜻을 뻐꾹새에 빗대어 독려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원전이 전하지 않는 예종 작품 〈벌곡조〉와 조선 시대 〈유구곡〉이 과연 관련된 것인지는 미지수이다.
이와는 달리 이 노래는 고려시대의 미상의 노래와는 무관하며, 연산군이 여기(女妓)들이 탁한 소리보다 선명한 소리로 노래하도록 명한 것을 따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연산군은 11년(1505) 11월 13일 음악은 화창해야 하는데, 운평(運平)과 광희(廣熙) 등이 한가지 노래를 질질 끌고 있는 것[牽一歌]을 고쳐 화창(和暢)하게 부르도록 하고, 이를 어기게 되면 심지어 관원(官員)·총률(捴律)·제조(提調)까지도 아울러 죄를 정해 다스렸다. 얼마 후 연산군은 11월 26일 실제로 광희악·운평악 등이 연주할 때, 얼굴빛을 환하게 하고[和顔色] 부드러운 소리[柔聲]로 노래를 부르지 않자 벌을 내렸다. 따라서 이 <유구곡>의 내용은 고려시대 고사와 관련된 사관이 가져야 할 임무를 독려하는 내용이 아닌 연산군 11년 당시 운평과 광희의 악공과 여기들이 음악 소리를 부드럽고 선명하게 내도록 연산군이 명한 것을 따르고 있다는 것을 표명한 노래로 해석되기도 한다. 『시용향악보(時用鄕樂譜)』 에 수록된 유구곡의 원문과 해석을 제시하면 다음 〈표 1〉과 같다.
| 원문 | 해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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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두로기 새ᄂᆞᆫ 비두로기 새ᄂᆞᆫ 우루믈 우루ᄃᆡ 버곡 댱이ᅀᅡ 난 됴해 버곡 댱이ᅀᅡ 난 됴해 |
비둘기 새는 비둘기 새는 울음을 우는데, 뻐꾹새의 소리가 난 좋아 뻐꾹새의 소리가 난 좋아 |
○ 형식과 구성
유구곡은 평조이며 1행 16정간 6대강의 10행 길이이다.
유구곡의 장단은 1행 단위로 ‘고(5정간)요(3정간)편(5정간)쌍(3정간)’이 반복되며, 이와 같은 장고형은 동보의 〈사모곡〉, 〈서경별곡〉, 〈나례가〉, 〈정석가〉, 〈청산별곡〉, 〈귀호곡〉, 〈대왕반〉, 〈삼성대왕〉, 〈대국 1〉, 〈대국 2〉에서도 나타난다.
유구곡의 종지형은 순차적 하행종지형이다.
〈유구곡〉은 순한글 가사로 새의 울음소리를 비교하며 부른 조선 시대 가요가 조선 전기 관찬악보에 수록되어 현재까지 전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시용향악보』
김세중, 『정간보로 읽는 옛 노래』, 예솔, 2005. 황준연, 『조선조 정간보 연구』,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09. 문숙희, 『시용향악보(時用鄕樂譜) 복원악보집』, 학고방, 2012. 이혜구 역, 『신역 악학궤범』, 국립국악원, 2000. 윤아영, 『왕실의 연말 문화, 나례: 유교 제도화 과정과 왕실의 연말 문화』, 국학자료원, 2022. 윤아영, 「궁중의식과 관련된 『시용향악보』나례요(儺禮謠)의 해석 Ⅲ-<정석가>, <청산별곡>, <유구곡>, <귀호곡>을 중심으로-」, 『한국문학과 예술』 55, 2025.
윤아영(尹娥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