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리, 가시리(嘉時理)
『시용향악보』에 수록된 이별을 노래함과 동시에 태평성대의 후렴도 포함된 연향의 마지막에 불리던 고려 향악(鄕樂)의 하나.
관찬악보 『시용향악보』에 수록된 작자 미상의 고려가요로, 속칭 ‘가시리’이다. 내용은 버리고 가시면 나는 어쩌라고 하는 원망조이지만 후렴으로 "위 증즐가 대평성대(大平盛代)"가 붙어 궁중 연향의 마지막에 군주를 배웅할때를 위해 채택된 것으로 추정되는 노래이다.
① 역사적 변천 및 현황
〈귀호곡〉은 『시용향악보』에 1절의 가사와 악보가, 『악장가사』와 이형상의 『악학편고』에 ‘가시리(嘉時理)’로 전체 2절의 가사가 전한다. 〈귀호곡〉은 종묘제례악 〈형가〉와 〈집녕〉의 모체가 된 곡이다. 최근에는 오선보로 역보된 악보가 출간된 바 있다.
② 작품 개요
〈귀호곡〉 은 '속칭 가시리'로 이별의 노래이기는 하나, '대평성대(大平盛代)'의 후렴이 붙은 것에 의해 본래 민간의 가요이던 것이 궁중에 흡수되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으로 해석되었다.
③ 줄거리
이별의 정한을 노래한 것으로 1절은 가시면 나 혼자 어떻게 살라고 가시냐는 원망조를 표현하고, 2절에서는 님이 가시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갔다가 바로 다시 오길 바라는 희망을 담았다. 『시용향악보』에 수록된 〈귀호곡〉 의 원문과 해석을 제시하면 다음 〈표 1〉과 같다.
| 원문 | 해석 |
|---|---|
| 가시리 가시리잇고 나, | 가시겠습니까,(진정으로 떠나) 가시겠습니까? |
| 리고 가시리잇고 나, | (나를) 버리고 가시겠습니까? |
| 위 증즐가 대평성대(大平盛代). | 위 증즐가 대평성대(大平盛代). |
| 날러는 엇디 살라고, | 나더러는 어찌 살라 하고 |
| 리고 가시리잇고 나, | (나를) 버리고 가시렵니까? |
| 위 증즐가 대평성대(大平盛代). |
위 증즐가 대평성대(大平盛代). |
④ 형식과 구성
〈귀호곡〉 은 6대강 16정간 6행 길이에 평조이며, 종지형은 하오(下五)로 종지하는 순차적 하행 종지형이다.
〈귀호곡〉 의 장단은 매행 ‘고(5정간)요(3정간)편(5정간)쌍(3정간)’이 반복되는데, 이와 같은 장고형은 동보의 〈사모곡〉, 〈서경별곡〉, 〈나례가〉, 〈정석가〉, 〈청산별곡〉, 〈유구곡〉, 〈대왕반〉, 〈삼성대왕〉, 〈대국 1〉, 〈대국 2〉와 동일하다.
〈귀호곡〉 은 조선 초 신악인 〈형가〉, 〈집녕〉과 관계된 곡으로 알려져 있다.
관찬 악보인 『시용향악보』에 열한 번째로 수록된 고려가요 귀호곡은 조선 초 신악 〈형가〉나 〈집녕〉과 비교하여 변개법을 보여줄 수 있는 원곡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귀호곡〉은 16정간 6대강에 오음약보로 기보되어 현재에도 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시용향악보』 『악장가사』 『악학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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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아영(尹娥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