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수, 북잽이
전통 음악과 연희에서 북을 연주하는 사람.
‘고수(鼓手)’는 한자어로 ‘북을 치는 사람’을 뜻하며, 전통 음악과 연희에서 북을 연주하는 연희자를 이르는 일반 명칭이다. 민간에서는 ‘북수’, ‘북잽이’ 등으로도 불린다. 활동 영역에 따라 군영악대의 취고수, 무속음악, 산조 및 판소리의 고수, 그리고 민속놀이나 풍물굿에서 활동하는 북잽이 등의 명칭이 있고, 고수의 신분과 역할도 연행 종목에 따라 차이가 있다. 한편, 판소리와 산조에서 소리북을 연주하며 추임새를 넣는 고수는 연희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보통 ‘고수’라 하면 판소리와 산조에서 활동하는 북 연주자를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고수는 북을 치는 사람이므로, 그 역할은 북의 연원과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북은 고대부터 의례, 연향, 행렬 등에서 의미 있는 소리를 내는 타악기로 사용되었고, 궁중과 민간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면서 고수의 역할도 확장되었다.
조선시대 문헌에서는 북의 명칭과 기능에 ‘수(手)’를 붙여 고수의 존재를 명명했으며, 조선 중기(16세기 말) 이후 군영에서는 취타수와 구분하여 ‘취고수’라는 명칭이 사용되었다.
민간의 풍물과 연희에 종사한 고수에 대한 기록은 적지만, 1843년 『관우희』와 1852년 『광한루악부』에서 판소리 고수의 정체성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〇 고수의 유형별 신분과 역할 궁중에서는 고수가 의례와 연향, 군악 등에서 북 연주를 담당한 악공으로 활동했으며, 중인 또는 그 이하의 신분으로 관청에 소속되어 엄격한 규율 아래 일했다. 군영에서는 ‘취고수’라 불리며, 표하군 소속의 군인 겸 악공으로서 군령 전달, 행진 음악, 통신 기능을 수행했다. 민간에서는 판소리와 산조의 고수가 광대 계층에 속해 공연과 연주 활동을 했으며, 무속 음악이나 풍물굿 등에도 참여했다. 불교 의례에서는 북을 치는 사람을 별도로 명명하지 않으며, 범패나 작법무 수행 중 북을 담당하는 승려가 존재한다. 무속에서는 북 연주자가 무당 본인이거나 보조 악사로 참여하며, 장단을 통해 의례의 흐름을 구성하는 역할을 한다. 풍물과 탈춤에서는 ‘북 잽이’가 장단의 중심을 잡고 전체 연희의 흐름과 분위기를 이끌며, 때로는 독자적인 북놀이를 통해 공연의 긴장감과 흥을 고조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〇 역사적 변천 고수(鼓手)라는 용어는 북을 치는 사람을 뜻하는 일반 한자어였으나, 한국의 역사적 변천 과정에서 그 역할과 위상이 특별히 격상되었다. 군영에서의 고수는 임진왜란(1592년)을 계기로 명나라로부터 수용된 취고수 제도에 의해 1600년 이전에 표하군(標下軍) 소속 군영 악대 조직으로 성립되어 군령 지휘 등의 기능적 역할을 수행했다. 한편, 민간에서는 한자어 고수 외에 북수나 북잽이 등의 순우리말 명칭이 직업 예인인 광대 계층 사이에서 함께 쓰였다. 고수의 역할이 획기적으로 격상된 것은 조선 후기 판소리가 성행하면서부터이다. 19세기 중반 송만재의 『관우희(觀優戱)』나 윤달선의 『광한루악부(廣漢樓樂府)』 등의 기록에서 이미 소리꾼과 마주하며 장단을 맞추는 고수의 존재와 역할이 명확히 언급된다. 이들은 단순한 반주자를 넘어 소리꾼의 감정과 흐름에 맞춰 장단을 조절하고 추임새를 넣어 연희 전체의 흥을 주도하는 예술적 동반자 역할을 수행했다. 이러한 중요성으로 인해 '일고수 이명창(一鼓手二名唱)'이라는 말이 생겨났고, 고수는 명창과 대등한 예술적 지위를 획득하며 독자적인 고법(鼓法)을 완성했다. 20세기 전반기에 이르러 한성준(韓成俊)과 같은 명고수들의 존재가 부각되었고, 점차 전통 음악의 핵심 예능으로 인정받아 고법이 국가무형유산 지정 및 전승 종목의 하나로 제도화되었다. 이로써 고수라는 말은 주로 판소리나 산조에서 활동하며 최고의 예술성을 갖춘 이를 지칭하는 대표 명칭으로 정립되었다.
고수는 북을 연주하며 장단을 맞추는 역할을 수행하며, 시대와 장르에 따라 다양한 기능을 맡아왔다. 궁중과 군영에서는 의례, 연향, 군악 등에서 기능적 역할을 담당했고, 민간에서는 풍물, 탈춤, 무속, 불교 의례 등 다양한 연희에 참여했다. 풍물과 탈춤에서는 ‘북 잽이’가 장단의 중심을 잡고 연희의 흐름과 분위기를 이끌며, 북놀이를 통해 공연의 긴장감과 흥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한다. 무속과 불교 의례에서는 북이 의례의 구성 요소로 사용되며, 연주자는 의식의 흐름에 맞춰 장단을 유지하거나 분위기를 돋우는 기능을 수행한다. 특히 판소리와 산조에서는 고수가 북장단과 추임새로 창자를 보조하며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는 핵심적인 존재로 평가된다. 이러한 고수의 역할이 중시되면서 고수의 역량 및 예술론이 ‘고법(鼓法)’으로 개념화 되었으며, 1978년에 처음으로 김명환(金命煥, 1913~1989)이 중요무형문화재 제59호 판소리 고법 보유자로 인정되었다.
판소리: 국가무형문화재(1964) 판소리(고법): 경상남도 무형문화재(1985) 판소리장단: 전북특별자치도 무형문화재(1992) 판소리고법: 광주광역시 무형문화재(1995) 판소리고법: 서울특별시 무형문화재(2001) 판소리고법(박근영): 대전광역시 무형문화재(2008) 고법(북ㆍ장구): 인천광역시 무형문화재(2013) 판소리: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2003)
정노식, 『조선창극사』, 조선일보사출판부, 1940. 최동현, 『판소리 명창과 고수 연구』, 신아출판사, 1997. 송미경, 「창자와의 관계에서 본 판소리 고수의 공연학」, 『공연문화연구』 23, 2011. 이보형, 「호남지방(湖南地方) 토속예능조사(土俗藝能調査) 판소리 고법(鼓法)」 Ⅰ-Ⅲ, 『문화재』 10~12, 1976~1979.
신은주(申銀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