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면(界面), 계조(界調)
궁중음악과 풍류음악에서는‘라도레미솔’구조로 되어 있는 음계를 지칭하며, 판소리와 산조에서는 ‘미라도레-레도시라미(또는 ’미라시도레‘)’구조의 음계를 지칭한다. 서로 다른 음계를 하나의 이름으로 부르게 된 이유는 판소리가 가곡의 악조 명칭을 차용하였기 때문이다.
계면조에 대한 최초의 설명은 『세조실록』권48의 악보 서문에 등장하며, 이 기록을 통해 계면조가 ‘라도레미솔’음계의 라선법임을 알 수 있다. 고려의 음악을 적은 『시용향악보』와 『대악후보』에는 악곡마다 평조와 계면조를 명시해 두었는데 <동동>, <사모곡>, <자하동> 등이 계면조이며 <정석가>는 계면조와 평조가 모두 적용되는 곡이다. 이처럼 조선 초기 기록을 통해 계면조라는 용어가 이때부터 사용되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개요
계면조는 궁중음악과 풍류음악, 그리고 판소리와 산조 등의 민속음악에서도 사용하는 악조의 이름이다. 궁중음악과 풍류음악의 계면조와 판소리와 산조의 계면조는 음계의 구조가 다른 동일한 이름의 다른 악조이다.
○ 유형별 음악적 특징
<궁중음악과 풍류음악의 계면조>
계면조 악곡을 적은 첫 악보는 『세종실록악보』 중 <정대업>이다. 이 악보에〈정대업〉은 남(㑲), 황(黃), 태(太), 고(姑), 임(林)의 다섯 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를 계명으로 나타내면 라, 도, 레, 미, 솔이 된다.
『악학궤범』에서는 향악의 계면조에 일곱 개의 조가 있다고 하였으며, 평조와 계면조라는 선법으로 이를 구분하고 있다. 7조는 기본음의 음고에 따른 종류이며, 이 가운데 삼지(三指)와 팔조(八調)의 활용도가 높았을 것으로 본다. 삼지와 팔조는 각각 임종계면조와 황종계면조인데 각각 임(林), 무(無), 황(潢), 태(汰), 중(㳞)과 황(黃), 협(夾), 중(仲), 임(林), 무(無)가 된다.
『양금신보(梁琴新譜)』(1610)에 수록된 「중대엽(中大葉)」에는 '우조평조', '우조계면조', '평조평조', '평조계면조'가 있다. 이들 조 이름의 뒷부분 '평조'와 '계면조'는 선법을 의미하고, 앞부분 '우조'와 '평조'는 음높이(key)를 의미한다. 『악학궤범』이 소개한 일곱 개의 음높이(key)중 우조, 팔조, 막조가 여기서의 '우조'에 해당하고, 삼지와 횡지는 '평조'에 해당한다. '평조' 중 삼지에 해당하는 계면조 구성음은 임(㑣), 무(㒇), 황(黃), 태(太), 중(仲)이 되고, '우조' 중 팔조에 해당하는 계면조 구성음은 황(潢), 협(浹), 중(㳞), 임(淋), 무(潕)가 된다.
양금신보 이후 5음의 우조계면조에서 협종과 무역의 사용이 줄어들어 3음 계면조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이후에 태주나 남려가 다시 끼어들어 우조평조처럼 변화하는 양상이 나타나는 등의 변화가 있었다.
『대악후보(大樂後譜)』가 발간된 18세기 이전의 계면조는 5음음계의 라(la)선법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유예지』와 『구라철사금자보(歐邏鐵絲琴字譜)』가 발간된 19세기 이후로는 거의 모든 계면조의 음계에 변화가 있었다. 변화의 양상은 황종을 기본음으로 한 5음음계의 계면조가 19세기부터 협종(夾鐘)과 무역(無射)을 쓰지 않는 3음음계의 계면조로 변천되는 형태였다. 현재 전승되는 음악 가운데 3음 계면조를 사용하는 곡으로 시조가 있으며, 영산회상 역시 임-황-태의 3음 중심 계면조 구조로 해석하기도 한다. 현재 연주하는 영산회상과 가곡 계면조 악보에는 협종과 무역 대신 태주와 남려가 일부 섞여 사용되기도 한다. 한편 계면조를 악상과 연계해 슬픔의 정서로 설명한 기록들이 있다. 『해동가요』에서는 계면조를 ‘처창하게 흐느낀다(鳴咽悽愴).’, ‘맑고도 멀어서 애원하고 처창하다(淸而遠哀怨悽愴).’고 하였으며, 『가곡원류』에서는 ‘애원처창하다’고 설명하였다. 또 허균(許筠)의 『성소부부고 惺所覆瓿藁』에서는 ‘김운란이 아쟁을 잘 타서 사람의 말처럼 하였다. 그 계조를 들으면 사람들이 모두 눈물을 흘렸다’고 기록하였다. <판소리와 산조의 계면조> 판소리에서는 가곡 계면조의 악상 개념을 차용하여 남도의 육자배기토리 기반으로 만들어진 선법에 계면조라는 이름을 붙여 사용하고 있다. 정노식(鄭魯湜)의 『조선창극사(朝鮮唱劇史)』에서는 계면조를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계면조는 후설치아(喉舌齒牙) 사이에서 나오는 소리이니, 평평연(平平然) 애원하고도 연미부화(軟美浮華)한 편이다. 소리의 기본인 목청을 잘 조절해서 신경(神境)에 들어가면 각색의 조가 변화무궁으로 발휘되는 것이다.” 판소리와 산조에서 계면조는 ‘미(솔)라도레-레도시라(솔)미’선법을 이른다. 이 음계는 민요나 무가에 사용되었던 육자배기토리의 음역대가 넓어지고 다른 선법과 섞이면서 확장된 음계라 할 수 있다.
판소리에서 계면조는 주로 슬픈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로 가장 많이 사용되지만 정반대로 흥겹게 춤추는 장면에서도 계면조 선법이 사용된다. 이는 계면조의 구조가 감정을 풍부하게 담아내기에 적절한 장점이 있다는 의미이며, 해당 감정이 어떤 것이라는 답을 갖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판소리 명창들은 이처럼 슬픔이 덜한 계면조를 단계면, 평계면 등으로 이르고 아주 강렬하게 슬픈 대목의 계면조를 진계면이라 부른다.
판소리 계면조에 사용되는 음에는 음이름이 있는데 ‘도-시’를 꺾는 음, 또는 꺾는 목이라 하며, ‘라’음은 평으로 내는 음, 또는 평으로 내는 목, ‘미’는 떠는 음, 또는 떠는 목이라 부른다. 계면조가 슬픔을 강조할 때에는 ‘도-시’의 꺾는 음을 빈번하게 사용하며 주로 높은 음역대를 유지하지만 슬픔이 잦아들면 아래쪽 ‘라’음을 사용하여 안정성을 강조하고 ‘미’음으로 현실에 대한 인정과 타협의 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계면조가 슬픔을 대변하는 선법처럼 인식되지만 무공을 기리는 <종묘제례악>의 <정대업>은 씩씩하고 당당한 느낌이며, 판소리의 흥겨운 대목에서는 평계면이 사용되는 등 다양한 정서와 결합하여 사용되기도 한다.
『세조실록(世祖實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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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정(金惠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