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롭게 다듬거나 만들어 기존의 악곡에 추가하여 넣은 판소리 음악 요소 또는 대목. 2) 대금 산조의 유형을 구분하는 기준.
더늠은 판소리에서 성음, 장단, 가락, 창법, 악조, 대목 등 새롭게 추가된 음악적 요소를 지칭하며, 초기에는 창법 중심의 가락 개념으로 쓰이다가 점차 창작 대목과 장기 대목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장되었다. 적용 범위는 아니리에서 명창의 이름을 밝히는 좁은 의미부터, 명창의 해석과 장기를 포함하는 넓은 의미까지 다양하다. 유형은 음악 형식에 따라 창법·악조 중심과 대목 중심으로, 형성 방식에 따라 다듬기·창작·장기로 나뉜다. 대금산조에서도 더늠은 명인의 창작 가락을 기준으로 유파를 구분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더늠은 판소리의 음악어법을 풍부하게 하고, 명창의 창의성과 예술적 위상을 드러내며, 전승과 역사 기록의 핵심 단위로 기능한다.
더늠이라는 말이 언제부터 사용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현대 학계에서는 음악 현상으로 전하는 더늠의 용례와 어원을 연결지어 ‘더 넣다’라는 말, ‘겨루다’라는 뜻을 지닌 ‘던다(더느다, 더ᄂᆞ다)’라는 말로 해석하거나, 대금산조의 시나위 더늠, 소리제 더늠의 예와 같이 음악적 유형을 뜻하는 말로 이해되고 있다. 이 중 더늠이라는 개념이 명창들의 창작이나 주요 장기 대목으로서의 의미를 갖추게 된 흔적은 20세기 이후에 간행된 『조선창극사』, 『판소리소사』, 『창악대강』 등에 기술된 다양한 구전 정보를 통해 늦어도 전기 8명창 시대에는 현재와 같은 더늠 개념이 형성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판소리 외에 더늠이라는 말을 음악적 개념으로 사용한 예는 20세기 전반기에 짜여진 대금산조의 소리제 더늠과 시나위제 더늠이 있다.
○ 개요
판소리에서 성음, 장단, 가락, 창법, 악조, 선율형, 재담, 사설, 대목(악곡) 등 새롭게 추가되는 음악적 내용을 더늠이라 한다. 예를 들어 설렁제나 경드름과 같은 경우, 특별한 창법, 성음, 악조, 선율형의 개념들이 섞인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를 사용하는 대목 자체를 더늠으로 지목하기도 한다.
초기 명창들의 대표적인 더늠을 대목과 악조로 구별하여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권삼득 《흥보가》 중 <제비몰러 나가는 대목> 설렁제
송흥록 <이별가> 진양조, 산유화조
염계달 <남원골 한량> 경드름
모흥갑 <이별가> 경드름
고수관 <자진사랑가> 추천목
김계철 <심청이 태어나는 대목> 석화제, 우조
송광록 <늦은사랑가> 진양조, 우조
위의 더늠을 살펴보면 설렁제, 산유화조, 경드름, 추천목, 우조와 같이 판소리에 큰 비중을 갖지 않지만 독특한 개성을 자랑하는 음악 양식이 더늠으로서 수용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초기 판소리는 새로운 양식의 더늠을 통해 음악적 다양성을 구축하였고, 창의성을 갖춘 명창들은 후대에 이름을 남길 수 있었다.
○ 개념 적용 범주
더늠은 그 적용 범위에 따라 좁은 의미와 넓은 의미로 나누어 이해할 수 있다. 좁은 의미에서의 더늠은 소리꾼이 아니리를 통해 ‘명창 ○○○의 더늠’이라 지시하며, 해당 명창이 창작하거나 장기로 삼은 대목을 직접 언급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때는 명창의 이름을 밝히고, 그처럼 잘할 수는 없지만 해보겠다는 겸양의 표현을 덧붙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방식은 더늠의 전승과 판소리의 구술적 역사 전달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반면 넓은 의미에서의 더늠은 해당 대목이 반드시 창작된 것이 아니더라도, 명창의 개성과 기량이 반영되어 후대에 더늠으로 불리게 된 사례까지 포함하여 이해하는 방식이다. 『조선창극사』에 기술된 것처럼 명창들이 장기로 삼았던 대목이나, 새롭게 해석하거나 다듬은 대목도 더늠으로 간주되며, 이러한 경우에는 아니리에서 명창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특히 원형과 변형이 함께 전승되면서 실체가 모호해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한편, 대금산조에서는 더늠이라는 용어가 특정 명인이 창작하거나 독자적으로 구성한 가락의 유형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사용된다. 예를 들어 박종기는 판소리 가락을 기반으로 한 ‘소리더늠’을, 강백천은 시나위풍의 허튼가락을 중심으로 한 ‘시나위더늠’을 각각 창안하였으며, 이는 대금산조의 두 주요 유파로 자리잡았다. 이처럼 산조에서의 더늠은 특정 대목이나 아니리 중심의 개념이라기보다는, 명인의 음악적 해석과 창작 가락을 통해 형성된 유파적 양식으로 이해된다.
○ 유형
더늠은 그 성격과 형성 방식에 따라 몇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음악적 형식에 따라 구분하면, 창법이나 악조 자체가 더늠으로 인정된 경우와 특정 소리 대목이 더늠으로 불리는 경우가 있다.
전자는 권삼득의 설렁제(덜렁제, 드렁조, 권마성제), 고수관의 추천목, 염계달과 모흥갑의 경드름, 송흥록의 산유화조(메나리조), 김계철의 석화제 등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이들은 독특한 성음과 선율형을 통해 판소리의 음악적 다양성을 확장한 사례로 평가된다. 후자는 권삼득의 <제비 후리러 나가는 대목>, 모흥갑의 <이별가>, 고수관의 <자진사랑가> 등에서 확인되며, 창법이나 악조 중심의 더늠이 특정 대목과 함께 전승되는 경우도 많다.
한편 더늠은 형성 방식에 따라 창작된 더늠, 다듬어진 더늠, 장기로서의 더늠으로 나눌 수 있다. 창작된 더늠은 명창이 새롭게 만든 대목이나 음악 양식을 판소리에 편입시킨 경우로, 전기팔명창 시대에 일반화되었다. 예를 들어 송흥록의 <동풍가>, 염계달의 <돈타령>, 신만엽의 <소지노화>, 김제철의 <심청탄생>, 황해천의 <농부가>, 주덕기의 <조자룡 활 쏘는 대목>, 송광록의 <범피중류>, 방만춘의 <적벽강화전>, 김성옥의 <사랑가> 등이 이에 해당한다. 다듬어진 더늠은 기존의 대목을 정교하게 해석하여 음악적 완성도를 높인 경우를 말하며, 창작은 아니지만 명창의 개성이 반영된 결과물로 인정된다. 박만순의 <토끼화상>, 박유전의 <시비따라>, 이날치의 <새타령>, 정춘풍의 <범피중류>, 정창업의 <중타령>, 김창환의 <제비노정기>, 송만갑의 <농부가>, 박기홍의 <군사설움타령>, 이동백의 <새타령>, 김창룡의 <삼고초려>, 정정렬의 <신연맞이>, 임방울의 <쑥대머리> 등은 다듬어진 더늠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장기로서의 더늠은 명창이 특별히 잘했던 대목으로, 후대에 장기로 전승되며 더늠으로 불리게 된 경우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아니리에서 명창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며, 원형과 변형이 함께 전승되면서 실체가 모호해지는 경우도 있다.
이밖에 대금산조에서의 더늠은 특정 명인이 구성한 가락의 유형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기능하며, 이는 대금산조의 유파를 형성하는 핵심 개념으로 작용한다.
○ 역사적 변천 더늠은 판소리의 역사와 함께 그 의미와 기능이 점차 변화해온 용어로, 단일한 정의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성격을 지닌다. 초기에는 명창의 독특한 창법이나 성음을 지칭하는 음악적 표현으로 사용되었으며, 특정 대목보다는 가락이나 음색의 특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 시기의 더늠은 판소리의 음악적 다양성을 확장하는 데 기여한 창법 중심의 요소로 이해된다. 전기팔명창 시대에는 더늠이 독립된 소리 대목을 지칭하는 용어로 자리잡게 되었고, 명창의 창작이 판소리 안에 편입되면서 더늠은 창작의 공로를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수단이 되었다. 이 시기부터 더늠은 명창의 이름을 붙여 전승되는 독자적 레퍼토리로 기능하게 되었으며, 공연 중 아니리를 통해 해당 명창을 언급하는 관습도 자리잡았다. 후기팔명창 시대 이후에는 더늠의 개념이 더욱 확장되어, 창작된 대목뿐 아니라 기존 대목을 정교하게 다듬어 장기로 소화한 경우도 더늠으로 인정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더늠은 창작 중심에서 해석 중심으로 기능이 이동하며, 명창의 개성과 기량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변화는 더늠의 실체가 모호해지는 경우도 낳았으며, 원형과 변형이 함께 전승되면서 이름만 남고 실제 내용이 흐려지는 사례도 발생하게 되었다. 이처럼 더늠은 시대에 따라 창법 중심의 음악적 표현에서 창작 대목, 그리고 장기화된 해석으로 그 개념이 확장되었으며, 판소리의 예술적 발전과 전승 구조를 보여주는 핵심 개념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한편, 대금산조에서의 더늠 구분은 대금산조의 전승 계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판소리의 더늠은 판소리의 음악어법을 다양하게 만든 원천이었다. 기존의 판소리에 다양한 지역의 음악 양식을 수용하고 새로운 가사를 추가하여 짧고 소박했을 초기 판소리를 확장하여 온 것이다. 또한 더늠은 실연자이자 창작자였던 음악인들의 개성을 존중하고 창작자로서의 위상을 인정하는 역할을 하였다. 더늠 대목 공연 시에 더늠을 만든 명창을 언급하고 기리는 것은 일종의 저작권을 인정하고 역사에 남김으로써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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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정(金惠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