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춘향젼(만고졀조로 유명ᄒᆞ다), 별츈ᄒᆡᆼ전(합부단니라)
『별춘향전』(경상대본)은 춘향가 노랫말을 적어놓은 소리책으로, 지금은 전승이 끊어진 옛날 춘향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별춘향전』은 판소리 장단이나 악조ㆍ성음 등 다양한 음악적 정보를 담고 있다. 음악적 내용으로 보면 대체로 19세기 말, 후기 8명창 시절의 판소리 모습을 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별춘향전』은 조윤제본ㆍ경상대본ㆍ서강대본ㆍ배연형본 등 4종류의 이본이 발견된 매우 희귀한 사례이다. 필사 연대는 1908년(서강대본)과 1913년(조윤제본)으로 나타난다.
『별춘향전』(경상대본)은 조윤제가 ‘춘향전이본고(一)’(1939)에서 처음 소개한 『별춘향가(別春香歌)』(조윤제본)과 스토리 구성과 음악적 체계가 동일한 이본인데, 조윤제본의 소재는 현재 불명이다. 『별춘향전』(경상대본)은 “김진영 외, 『춘향전전집』 13(2004)의 9~96쪽”에 활자화되어 있다. 이 두 책이 동일한 내용이란 사실은 “배연형, 「별춘향전(경상대본) 소리책 연구」(『한국음악연구』 제38집, 2008)”에서 밝혀졌고, 그 뒤 전상욱이 2013년 『판소리연구』 제36집에 또 다른 이본인 『별춘향전』(102장, 서강대본)을 보고함으로써 동일본임이 확인되었다. 그 뒤 배연형이 새로운 이본을 소개함으로써 현재 4종류의 동일 이본이 알려져 있다.
○ 체재 및 규격
『별춘향전 105장』(조윤제본)은 현재 소재 불명이다. 『별춘향젼 75장』(경상대본)은 26.9×26cm로 제1~9장은 하단 일부가 훼손되었고 제74장 1장이 낙장되었는데, 전상욱은 2장이 낙장된 것으로 추정했다. 『별츈향젼 102장』(서강대본)은 22.2×21.3cm이고, 『별츈ᄒᆡᆼ젼 73장』(배연형본)은 26×27cm이다. 모두 한지에 붓으로 필사하였으며, 이본은 공통적으로 정사각형에 가까운 형태를 띠고 있다.
『별춘향전』의 판소리 음악은 이본마다 조금 차이가 나지만 대체로 200대목 정도의 ‘아니리+소리’로 구성되어 있다. 소리 대목 첫머리에는 ‘진양졔 폭이목’, ‘중머리 들치긔 ᄋᆡ원셩’, ‘ᄉᆞᆼ셩 폭이목 ᄋᆡ원셩’처럼 장단이나 성음ㆍ악조 등을 다양하게 표기해 놓았다. 소리책으로는 가장 풍부한 음악적 정보를 담고 있다. 소리로 짜인 부분은 주묵(朱墨)으로 붉은 비점을 찍어둔 것이 이본의 공통점인데, 다른 소리책과는 구분이 된다.
○ 소장처
경상대학교 문천각(별춘향젼 古(아천) D7B 별817), 서강대학교 도서관, 배연형, 조윤제(소재 불명)
○ 편찬 연대 및 편저자 사항
『별춘향전』(경상대본)은 전승이 끊어진 바디이므로 누구의 소리제인지 알 수 없고, 형성 연대도 정확히 추정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다른 이본 중 서강대본의 마지막 장에 ‘무신사월십오일셔’라는 필사기가 있다. 또한 조윤제본에는 표지 내면에 ‘癸丑十月十日 冊主朴基俊(계축십월십일 책주박기준)’이란 기록이 있다고 한다. 각각 1908년과 1913년에 필사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보다 60년이 앞서는 1848년이라면 이 책에 담겨 있는 판소리 음악적 양식이 완성되기 어려운 시기이다. 따라서 이 책에 담긴 판소리는 대체로 19세기 말의 모습으로 추정된다.
○ 구성 및 내용
『별춘향전』 소리책은 4종의 이본이 있고 각각 약간의 차이가 나기 때문에 현재 활자화되어 있는 『별춘향젼 75장』(경상대본)을 기준으로 서술한다. 이 소리책 본문의 첫 장에는 ‘별춘향젼 만고졀조로유명다’는 제목과 부제가 있다. ‘별츈ᄒᆡᆼ전 합부단니라’(배연형본) 또는 ‘별츈향젼’(서강대본)으로 표기되기도 한다.
이 『별춘향전』(경상대본)은 ‘아니리+소리’가 모두 201대목이다. 그 중 《춘향가》 스토리 부분은 187대목이고, 나머지는 봉놋방에서 삼국지 읽는 대목과 변학도 생일 잔치에서 여러 명창 더늠소리 장면은 액자처럼 삽입된 부분이다. 《춘향가》 부분은 아니리 80대목, 진양졔 23대목, 중머리 45대목, 국거리ㆍᄌᆞᆫ국거리 12대목, 장단미상 16대목 등이다. 그밖에 시조ㆍ권주가ㆍ아라리곡ㆍ은문푸리 등 다양한 삽입가요가 11대목 들어 있다.
『별춘향전』 소리책의 가장 큰 특징은 판소리 장단 이외에 성음이나 발성, 성음, 소리제, 악상 등 음악적 내용을 다양하고 풍부하게 담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변학도 생일잔치에 초청된 사명창 권삼득, 송흥록, 신만엽, 황경순 그리고 여류명창 가선이가 소리 경연을 펼치는 대목이 들어 있는데, 이 장면을 통해 권삼득의 〈제비가〉, 송흥록의 〈범 내려오는 대목〉과 폭포성, 신만엽의 〈새타령〉, 양반광대 황경순의 〈조자룡 활 쏘는 대목〉 등의 더늠을 확인할 수 있다. 권삼득의 중머리, 송흥록의 소리조, 신만엽의 〈새타령〉 등은 『게우사』의 기록과도 일치한다. 이 소리책에 담긴 다양한 소리를 통해 판소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시조ㆍ가곡ㆍ잡가ㆍ민요 등 다양한 소리와의 관계도 잘 보여 준다. 『별춘향전』 소리책은 사명창 소리 경연이나 봉놋방 화용도 대목처럼 액자 형식으로 삽입된 장면 이외에도 가사, 시조, 언문풀이 등 다양한 노래가 수용되어 있다. 이러한 구성은 『남원고사』나 세책본 같은 서울의 춘향전과 맥이 닿아 있다. 풍부한 표현 및 세련된 문체와 더불어 음운의 표기 또한 서울ㆍ경기 지역 방언의 특징을 보여 주고 있다. 이것은 완판본 계열의 호남권 《춘향가》과는 구분되는 특징이다. 이 소리책의 장단 구조는 진양졔-중머리-국거리(자진머리) 세 장단으로 짜여 있고, 중머리의 비중이 높은 것은 고조 판소리의 면모를 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조나 가곡의 비중이 높고, 언문뒤풀이 같은 경기잡가의 모습이 남아 있다는 것, 그리고 경기ㆍ충청 지역의 명창들이 등장하는 것도 판소리사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현대 판소리 용어와는 다른 ‘국거리’ 같은 장단 명칭이 쓰이고, ‘폭이목’ㆍ‘들치긔’ㆍ‘쇄옥성’ㆍ‘ᄋᆡ원셩’ 같은 성음이나 악조명이 표기되어 있으므로 판소리 음악의 변화를 연구하는 데도 중요한 자료가 된다.
김진영 외, 『춘향전전집』 제13권, 도서출판 박이정, 2004. 배연형, 『춘향가 심청가 소리책: 판소리 100년의 타임캡슐』, 동국대학교 출판부, 2008. 배연형, 『판소리 소리책 연구』, 동국대학교 출판부, 2008. 조윤제, 『교주 춘향전(校註 春香傳)』, 을유문화사, 1957. 배연형, 「별춘향전(경상대 본) 소리책 연구」, 『한국음악연구』 38, 2005. 전상욱, 「서강대본 〈별춘향전〉(102장본)에 대하여-경상대본 〈별춘향전〉(76장본)과의 비교를 중심으로-」, 『판소리연구』 36, 2013. 조윤제, 「춘향전 이본고 (일)(春香傳 異本考 (一))」, 『진단학보』 11, 1939.
배연형(裵淵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