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패(굿牌), 걸궁패(걸궁牌), 풍물패(風物牌), 매구잽이, 사당패(社堂牌), 굿중패(굿중牌)
마을의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농악을 연주하고 집안의 액운을 막고 안녕을 기원하며 돈과 곡식을 얻는 전문가 집단.
걸립은 마을의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농악을 연주하고 고사와 축원을 하면서 집안의 액운을 막고 안녕을 기원하면서 쌀과 곡식을 얻는 행위이다. 걸립패는 꽹과리, 징, 장구, 북 등의 악기를 연주하는 앞치배, 분장을 하고 춤을 추면서 흥을 돋우는 뒷치배, 영기 등을 드는 기수 등으로 구성된다. 걸립패는 문굿, 마당굿, 성주굿, 조왕굿(부엌), 샘굿(우물), 철륭굿(장독대) 등을 연행한다. 걸립패의 연행은 광의의 의미의 ‘굿’으로 칭하여, 이를 걸립굿이라고도 한다. 이를 마당 또는 뜰에서 지신(地神)을 밟아 액운을 누른다는 의미로 마당밟이, 뜰밟이, 지신밟기 등이라고도 한다.
걸립은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축원을 해주고 돈과 곡식을 얻는 행위를 의미하는 ‘걸량(乞糧)’에서 유래한 말이다. 『조선왕조실록』 『성종실록』 1484년(성종 15) 2월 26일 기사에는 승려들이 걸량을 했다는 기록이 이다. 이런 승려들을 ‘굿을 하는 중’이라는 의미로 ‘굿중패’라고 했는데, 이는 19세기 말의 풍속화가인 김준근이 그린 〈기산풍속도(箕山風俗圖)〉에도 그려져 있다.
이런 전통은 조선시대 민간예인집단인 사당패에 전승되었고, 민간에서는 마을의 농악패인 걸립패가 이런 행위를 담당했다. 걸립을 민간에서는 ‘굿을 친다’고 하여 ‘굿패’라고도 했고, ‘걸궁패’, ‘풍물패’, ‘매구잽이’라고도 했다. ‘걸궁’은 ‘걸공(乞供)을 의미하는데, 이는 조선시대 문인이 이옥(李鈺, 1760~1812)이 남긴 『봉성문여(鳳城文餘)』에 기록되어 있다.
○ 단체의 성격와 유형 걸립패는 마을의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농악을 연주하고 고사와 축원을 하면서 집안의 액운을 막고 안녕을 기원하면서 쌀과 곡식을 얻는다. 유능한 걸립패는 인근 마을까지 다니면서 걸립을 했다. 걸립패는 연행 목적에 따라 절걸립패와 낭걸립패로 나눈다. 절걸립은 시주걸립이라고도 하는데, 절의 공사 등의 특별한 경비를 마련하기 위하여 민가를 방문하여 축원과 염불을 해 주고 곡식 등을 얻는 행위이다. 절걸립패는 우두머리인 화주(花主)를 중심으로 고사소리를 하는 비나리, 젊은 여성인 보살, 풍물잽이, 연희를 하는 산이, 곡식을 지는 탁발(托鉢) 등이 한 패를 이룬다. 절걸립패는 사찰에서 발행한 신표(信標)를 지니고 다닌다. 낭걸립은 깃발에 서낭을 모시고 다니기에 낭걸립이라 한다. 낭걸립패는 주로 마을의 공동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걸립을 한다. 낭걸립패의 우두머리를 모갑(某甲)이라 한다. 이외에 신청에 소속된 공인들로 구성된 신청걸립도 있다.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걸립을 한다는 의미로 촌(村)걸립이라고도 한다. ○ 연행 시기 걸립패는 각종 세시명절에 농악을 연행하는데, 정월대보름에 거행하는 대보름굿, 4월 초파일에 거행하는 파일난장굿, 7월 백중에 거행하는 백중굿이 대표적이다. 백중굿은 농사를 마치고 호미를 씻는다는 의미로 ‘호미씻이’라고도 한다. 정월에는 집집마다 방문하여 한 해의 제액을 막고 가정의 평안을 기원하는 마당밟이(또는 뜰밟이,지신밟기, 고사굿)를 거행한다. ○ 단체의 구성 걸립패는 악기를 연주하는 앞치배와 각종 역할을 맡는 뒷치배(잡색), 그리고 깃발을 드는 기수로 구성된다. 앞치배는 꽹과리(쇠), 징, 장구, 북, 소고(또는 벅구)의 악기로 구성된다. 농악패에 따라 태평소(호적, 새납, 날라리)와 나발(또는 영각)을 편성하는 경우도 있다. 맨 앞에서 꽹과리를 연주하는 이를 상쇠라 하는데, 농악패의 우두머리 역할을 한다. 상쇠는 특정 마을의 상쇠인 ‘두렁쇠’와 여러 지역을 다니면서 연행하는 ‘뜬쇠’로 구분하기도 한다. 상쇠는 걸립굿을 거행하면서 각종 고사소리를 부른다. 일부 지역에서는 대포수가 고사소리를 부르는 경우도 있다. 고사소리 또는 비나리를 전문적으로 연행하는 고사꾼 또는 비나리꾼도 있어 이들을 집단에 포함시키는 경우도 있다. 뒷치배는 잡색이라고도 한다. 뒷치배는 대포수, 양반, 각시, 조리중, 무동 등으로 구성되는데, 농악패에 따라 다양하게 편성된다. 뒷치배의 우두머리 역할은 대포수가 한다. 기수는 ‘영(令)’자를 쓴 영기,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을 쓴 농기, 단체명을 쓴 단기 등으로 편성된다. 농악패에 따라 ‘용(龍)’자를 쓴 용기, 오방신(五方神)을 상징하는 오방기, 서낭신을 모시는 서낭기 등의 깃발이 편성되기도 한다. ○ 연행의 종류와 절차 걸립굿은 마을에 들어가기 전에 자신들의 기예를 보여 주고 허락을 받는 문굿, 마을의 당산에 오르며 치는 들당산굿, 당산 등에 가는 길 위애서 치는 길굿(질굿), 당산에 가서 치는 당산굿, 마을의 공동우물에서 치는 샘굿(용왕굿), 집집마다 치는 마당밟기(뜰밟기, 지신밟기, 고사굿), 밤에 마들 사람들에게 다양한 재주를 보여 주는 판굿, 마을을 떠나면서 치는 날당산굿으로 구성된다. 마당밟기는 집의 문 앞에서 치는 문굿, 마당에서 기예를 보여 주는 마당굿, 대청 마루에서 집안의 수호신인 성주신에게 치는 성주굿, 부엌의 부뚜막을 관장하는 조왕신에게 치는 조왕굿(정제굿), 뒤꼍에서 집안의 터주신에게 치는 터주굿, 샘(우물)에서 치는 샘굿(우물굿), 장독대에서 치는 철륭굿(장독굿), 외양간에서 치는 외양간굿, 창고에서 치는 곳간굿 등으로 구성된다. 마을과 집안 사정에 따라 걸립굿의 절차 중에서 생략되는 경우도 있고, 마굿간에서 치는 마굿간굿, 변소에서 치는 측간굿 등이 더 보완되는 경우도 있다.
걸립패는 전문가 집단이기에 고사소리(비나리)와 농악 연행의 전문성을 갖는다. 이들은 버나(접시 돌리기), 어름(줄타기), 땅놀음 등의 보다 전문적인 연희를 포함하는 사당패 집단으로 탈바꿈하기도 했다. 전문가 집단의 농악은 현대에 걸립굿 문화가 와해되는 와중에도 명맥을 유지하며 평택농악, 남원농악, 김천금릉빗내농악 등의 지역농악으로 탈바꿈하여 전승되고 있다.
강릉농악:국가무형유산(1985) 이리농악: 국가무형유산(1985) 진주삼천포농악: 국가무형유산(1985) 평택농악: 국가무형유산(1985) 임실필봉농악: 국가무형유산(1988) 구례잔수농악: 국가무형유산(2010) 김천금릉빗내농악: 국가무형유산(2019) 남원농악: 국가무형유산(2019)
정병호, 『농악』, 열화당, 1986. 이용식, 『민속, 문화, 그리고 음악』, 집문당, 2006.
이용식(李庸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