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통 예술 및 민속 문화에서 특정 악기나 기술을 담당하는 연주자 또는 기능인을 지칭하는 구어적 표현.
‘재비’라는 용어의 유래는 악기를 다루는 사람을 뜻하는 표현에서 비롯되었다는 해석이 있으며, 그 어원은 농악에서 악기를 치는 사람의 무리를 의미하는 ‘치배(打輩)’, 궁중 음악 및 불교 문화권에서 특정 직능을 맡거나 보조하는 이를 뜻했던 ‘차비(差備)’, 그리고 신라 시대 궁정 악사의 직능명인 ‘척(尺)’과 관련된다는 설이 있다. 이러한 용어의 연원은 민간에서 악가무를 담당했던 이들의 존재와 역할을 보여주는 언어적 흔적이라 할 수 있다. 현재는 국악 분야에서 기악 연주자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며, 악기명과 '재비'라는 말을 붙여 '○○재비'라고 한다. 가야금을 연주하는 사람은 ‘가야금재비’, 해금을 연주하는 사람은 ‘해금재비’, 농악에서 북을 치는 사람은 ‘북잽이’라고 일컫는 식이다. 이는 단순한 호칭을 넘어 연주자의 정체성과 예술적 소속감을 드러내는 표현으로도 기능한다.
이용식(李庸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