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양성소, 가무학교, 기생서재, 권번 학예부

20세기 전반기에 기생조합과 권번에서 부속으로 운영되면서 기생들에게 전통공연예술을 가르친 교육기관

20세기 전반, 학교 제도가 도입되면서 기생조합과 권번이 부속으로 운영한 기생 교육기관이다. 전국 권번은 기예와 품행을 갖춘 기생을 보유하기 위해 엄격한 학칙을 적용했다. 입학 시 학부형의 보증이 필요했으며, 3년의 과정을 마치고 졸업시험을 통과해야 정식 기생이 되었다. 학생들은 '학기(學妓)'라 불렸으며, 교사로는 당대 최고의 예인들과 노기(老妓)들이 초빙되었다. 기생학교는 20세기 전반기 악가무(樂歌舞)와 시서화(詩書畫), 교양을 통합 교육한 여성 예인 양성소로서, 이곳에서 교육받은 기생들은 다음 세대에 전통공연예술을 전승시키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근대 이전에도 기생 교육 체계는 있었으나, '기생학교'는 20세기 초 기생조합이 생기면서 운영되었다. '기생학교'라는 명칭은 1913년 『매일신보』 기사에서 처음 확인된다. 초기 형태는 '기생서재(妓生書齋)'로, 교사의 가옥 등 분산된 공간에서 소규모로 교습(敎習)이 이루어졌다. 1915년 평양의 기생학교 조사 기록(총 54명)은 이러한 분산형 교습 형태를 보여준다. 이후 1917년 '평양음악강습소' 설립을 계기로, 기생조합이 분산된 교육을 조합 사무실 내로 일원화하면서 근대적 '기생학교'의 체계가 정립되기 시작했다.

전국의 기생학교는 지역별 차이가 있었으나, 그 목적과 운영 방식, 학사 운영 등에서 다음과 같은 공통적인 특징을 보였다. ○ 설립목적 '기성권번 학예부 규칙'에 명시된 대로, '학기(學妓)들에게 교수함'을 목적으로 했다. 즉, 권번의 영업에 필요한 기예와 품행을 갖춘 전문 예인을 양성하는 것이 핵심 목표였다. ○ 운영주체 및 주요 구성원 각 지역의 기생조합 또는 권번이 직접 부속으로 운영했다. 평양 기성권번의 경우 학감(學監), 부학감(副學監) 등의 교직원을 두어 제반 사무와 학사 관리를 총괄했다. 교사진은 당대 최고의 남성 예인들과 기예가 숙달된 지역의 노기(老妓)들이 교사로 초빙되었는데, 경성의 조선권번에는 하규일(가곡, 궁중무), 이병성(가곡), 한성준(민속무), 최정식(경기소리), 김윤덕(거문고) 등이, 진주권번에는 이선유(판소리), 유성준(판소리), 김창조(가야금), 최순이(최완자, 춤), 김자진(춤) 등이 대표적이다.

○ 입학 규정 및 자격 평양기생학교의 경우, 입학 연령은 8세에서 20세 사이로 제한되었으며, 입학 시에는 학부형의 보증이 반드시 필요했다. 교육받는 기생들은 '학기(學妓)'라고 불렸다. 학교의 규칙은 매우 엄격하여, '기성권번 학예부 규칙'에 따르면 "행실이 좋지 않고 규칙을 위반한 자는 퇴학을 명령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 학사 운영 학제는 보통 3년 과정으로 운영되었으며, 매년 말 시험이 있었고 3년 과정을 마친 후 졸업시험(일명 '배반(杯盤)')을 통과해야 졸업증명서를 받고 정식 기생(기적 妓籍)이 될 수 있었다. 수업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종일 수업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진주권번의 경우 오전에 는 예절, 기악, 성악, 한문 등을, 오후에 춤과 개인 연습을 진행되었다. 수업료는 평양의 경우 매달 1원 50전의 수업료를 냈으며, 춤 등 별도 수업이 필요하면 추가 교수료(30원)를 내기도 했다. 주요 교과목은 악가무와 시서화, 교양을 아우르는 통합 교육을 지향했고, 악가무(樂歌舞)는 성악(가곡, 가사, 시조 미 판소리, 잡가, 창가), 기악(거문고, 가야금, 양금, 장고 등), 무용(궁중무, 검무, 승무 등), 시서화(詩書畫: 한문, 시문, 서예, 사군자 등), 교양(예절, 조선어, 산술, 일어) 등으로 구성되었다.

○ 역사적 변천 1910년대 '기생서재'에서 출발한 기생 교육은 1920년대로 접어들며 큰 변화를 맞았다. 1921년 평양의 '기성권번 학예부'처럼 체계가 정비되면서 전국의 모범이 되었고, 일본인 관광객의 관광명소가 되기도 했다. 1930년대 이후에는 유행과 공연 환경의 변화에 따라 교과목이 확장되었다. 전통 악가무 외에 일본 노래(唄), 사미센(三味線) 연주, 서양댄스 등이 정식 과목으로 추가되었다. 특히 서양댄스는 단순한 사교무도(社交舞蹈)를 넘어, 평양기생학교의 엽서 사진에서 확인되듯이 당시 유행하던 레뷰댄스(Revue Dance)나 신무용 스타일의 춤까지 포함했다. 명칭 또한 '기생학교' 외에 '기생양성소(妓生養成所)'(경성 종로권번, 조선권번) 등 다양한 이름이 사용되었다.

기생학교는 일제강점기라는 특수한 사회 환경 속에서 전통 예술의 전승을 담당한 핵심 교육기관이었다. 당시 이왕직아악부(李王職雅樂部)의 '아악생양성소'가 주로 남성 중심의 궁중음악을 전승했다면, '기생학교'는 궁중 예술(정악, 궁중무)과 민간 예술(판소리, 잡가, 민속무)을 아우르는 여성 전문 예인을 양성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차별성을 가진다. 특히 악(樂), 가(歌), 무(舞)를 분리하지 않고 시서화(詩書畫)와 교양까지 통합하여 교육한 것은 전통시대 예인 교육의 특징을 근대적 '학교' 제도에 맞게 계승한 것이다. 기생학교에서 교육받은 기생들은 20세기 전반기 전통공연예술을 보존하고 다음 세대로 전승시킨 '전승자'로서 매우 중요한 역사적 의의를 지닌다.

김영희, 『개화기 대중예술의 꽃, 기생』 , 민속원, 2006. 田邊尙雄, 『中國朝鮮調査音樂紀行』, 音樂之友社, 1970. 김정녀, 「권번의 춤에 대한 연구 : 진주권번을 중심으로」, 『한국무용연구』 7집, 한국무용연구회, 1989. 김천흥 지음 김영희 엮음, 『심소 김천흥 선생 무악인생록』, 소명출판, 2017. 신현규, 「문헌 자료에 나타난 평양 교방 “노래서재[歌齋]” 연구」, 『교방문화연구』 1권 1호, 한국교방문화학회, 2021. 「평양에 생긴 기생학교」, 『부산일보사』 1917.12 1. 「평양요리점의 경쟁 - 평양요리점의 경쟁」, 『매일신보』 1913. 1. 15. 「평양의 음악강습소 - 그전의 기생학교」 『매일신보』 1918. 2. 15. 「大邱に妓生學校取締上の便宜と風紀保安と」, 『朝鮮時報社』 1920. 4. 10.

김영희(金伶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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